파리로 가다 1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루이14세와 그가 사랑한 여인과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파리의 아름다운 호텔 '샤토 드 라레느'를 배경으로 한 경쾌 유쾌한 소설.
이야기는 부도위기에 처한 한 여행사가 괘씸하고도 대담무쌍한 불법 이중 투어를 기획하면서 시작된다.
하나는 10일간에 무려 1,500만원에 달하는 파리 투어이고, 다른 하나는 10일간 불과(^^) 200만원에 달하는 파리 투어.
물론 여기까지는 이중적일지언정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이 투어의 목적은 포지티브 투어팀과 네가티브 투어팀을 하나의 호텔에 시간차를 두고 번갈아 가며 사용하게 한다는 점!
즉, 실제 호텔방은 포지티브 투어팀에게 내주고 포지티브 투어팀이 방을 비운 동안에만 네가티브 투어팀이 방을 쓰도록 한 후 잠은 지하 와인창고를 개조한 방에서 자도록 한 것이다.
고로 이 투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두 팀이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머리 아프겠지?)
이런 사연 있는 투어에 사연 많은 여행객들이 나름대로의 이유로 파리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포지티브 팀에는, 상사와의 불륜으로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후 상실감과 홧김에 퇴직금을 단방에 써버리고자 투어에 참가한 가오리,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을 집필하기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참가한 나르시스트 베스트셀러 작가 우쿄. 그런 우쿄를 수행하기 위한 출판사 문예부 편집자 리츠코. 회사의 부도로 수억의 부채를 떠안게 되어 동반자살을 목적으로 한 시모다 부부, 거품경기 후 대박을 터뜨린 졸부 간이치와 호스티스 출신의 그의 연인 미치루, 그리고 이번 투어기획을 선두에서 지휘하는 능력있고 당당한 성격의, 그러나 불순한 가이드 레이코.

네거티브 팀에는, 정의감 강하고 우직한 성격의 전직 경찰관 마코토, 우쿄와 리츠코를 몰래 따라온 다른 출판사 편집자 후미야와 요시오, 자기를 버린 연인을 찾고자 파리를 찾은 트렌스젠더 크레용, 온몸에서 음산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국제적 카드 사기꾼 단노 부부, 전직 야간 고등학교 교사 이와나미와 그의 아내. 그리고 레이코의 전남편이자 소심하지만 착한 가이드 미츠오. 

이들은 여행사의 처음 의도와는 달리 서로의 인연에 이끌려 우연 및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것도 짝을 이루며..


사이사이에 루이16세와 그의 여인 그리고 그의 아들의 사연이 얽힌 슬픈 이야기가 삽입되고 이를 소설 속의 작가의 글로 재탄생시킨 점이 새로운 느낌을 주지만,
그보다는 난 현실을 사는 이들 여행객들의 착한 모습에서 많이 흐뭇해할 수 있었고, 이들의 억지스러울 정도의 우연스런 인연이 오히려 즐거웠다.
더욱이 결말부분에서 양팀 여행객들이 모두 라스베가스로 옮겨가 새로 지은 호텔에서 각자의 능력에 맞는 업무를 하며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는 사실은 지나치게 황당하지만, 이렇게 해서 모두 행복해지는구나-하는 안도감을 마음껏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작가는 모든 등장인물의 착하고 순진한 면을 부각시키고 그들을 따사로운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이 책을 읽는 나조차도 ‘인간’에 대해 사랑스러움과 다정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웃기려고 작정한, 그러나 적당히 품위 있고 기분 좋은 코미디를 한편 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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