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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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알못 그게 바로 나였다.

수천 년의 세월을 철근같이 씹어먹고, 우리 집 초딩마저도 제우스의 가계도를 줄줄이 꿸 수 있게 할 만큼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건만..

도대체 왜..?

지금껏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를 거부했을까?

(어린 시절 책장을 메운 명작 전집들 사이에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언제나 홀로 책장을 지켰더랬다.)

신화는 어차피 허구니까.. (소설도 다 허군데? )

그렇지만…… 뻥을 쳐도 좀 적당히 쳐야지.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야기 반/ MSG 반이란 생각?

이렇게나 자극적인... MSG 범벅인 걸 먹게 되면 소화불량에 걸릴 거란 생각… 나만 그랬나?

( 그리스 로마 신화 알못으로.. 몇 개 주워들어 대충의 스토리만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종합해 볼 때, 그리스 로마 신화는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메시지로 가득한 자극적인 스토리라는 게 나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아무튼 그랬던 내가,

드디어…… 내겐 금서나 마찬가지였던 이 책을 펼쳐보게 된 것이다.

평소 현대지성 출판사에 대한 신뢰도 있었고, 무엇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하는 예술작품의 사진이(명화 및 조각상) 100편이나 심지어 올 컬러로 수록되었단 소식 또한 마음을 동하게 만들었다. 정 안되면 명화 감상이라도 하면 될 터였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데... 그래, 사랑까진 아니지만 이참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기도 했다. (미워하더라도 알고는 미워하자?)

결론적으로 나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참 좋은 선택이었다.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가 갖는 부정적인 요소들로 인한 불편함들이 말끔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에 따라 또 작가에 따라 자극적이고 오락적인 이야기로 윤색되고 변형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을 이해하게 되니 마음을 좀 더 열 수 있었다. 또 하나, 작가 이디스 해밀턴 역시 허무맹랑하고 과장된, 또 장황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단 사실. 이디스 해밀턴은 여러 작가의 이야기들을 선별하면서 얼마나 재밌게 썼느냐가 아닌, 얼마나 원전에 충실한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책을 읽다 보면 ‘윤색 왕’ 오비디우스에 대한 해밀턴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자꾸만 읽히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였다.

일단 본격적인 신화 스토리에 앞서 책의 머리말과 서론은 꼭 읽어보자. 이 부분만 읽어도 신화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신화를 이야기한 고대 작가들, 또 그리스 로마 신화의 탄생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될 것이다.

현재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에 조금 더 흥미가 생겨 그 호기심을 이어가보고자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한 다른 책도 읽고 있는 중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평가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궁금해졌다.)

책에 실린 여러 편의 이야기 중, 개인적으로는 전쟁과 관련된 스케일이 큰 이야기들 보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더 흥미로웠다.

피라모스와 티스베 이야기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큐피드의 연인 프시케에게서 콩쥐를, 청동족을 벌하는 대홍수에서는 노아의 방주를, 포세이돈의 쌍둥이 아들 오토스와 에피알테스의 이야기는 바벨탑을, 어리석은 미다스의 이야기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제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줄줄이 꿰고 있는 딸내미와 어느 정도 대화가 될 것도 같다.

얼마 전 빨강 머리 앤의 완역본 중 번역가의 소개 글을 읽다가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보이는가?

페르세포네가 소생시켜준 봄의 달콤한 풀 향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기 전의 나였다면..

페르세포네에서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그래, 하지만 이 문장을 읽는 지금의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아… 페르세포네! 하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개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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