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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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우연스레 날아든 빛바랜 엽서 한장으로 놀라운 여행이 시작된다. 처음엔 낯선 '실체 엽서'라는 말이 있었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은 대충 알겠는데, '나'의 이름은 무엇일까? 그런데 찾았다. 허지환. 하마터면 주인공 이름도 몰랐을 뻔했다. '실체 엽서'라는 건 사용된 엽서들인가보다. 엽서.. 참 오랜만에 듣게 되는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픈되어 있는 엽서에 뭔 사연을 그리 적어 보냈을까. 공식적인 글이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가 읽어볼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지금에서야 이런 생각을 하는 것보면 운치라는 것이 사라졌는가 싶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밤이 되면 시간을 넘어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지환이가 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학교의 곳곳은 우리 민족이 독립을 위해 싸웠던 역사의 현장이 되어 만나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안중근, 최초 여성 파일럿이었던 권기옥, 그리고 윤동주와 송몽규. 학교에서 잠이 들면 자정이 되면 이끌려 가는 역사 속이 며칠째 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밤이나 낮이나 드나드는 기옥에게서 혹시나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묻게 된다. 작별인사를 하러 왔던 기옥은 다른 문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 문을 찾아나서게 된다.

"잊지마. 학교야말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다 함께 모여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것을."(p.156)

그런데, 왜 학교가 역사를 연결해주는 장소가 되었을까. 아마도 답은 여기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여 있는 장소라는 것 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앞으로 미래를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꽤 중요한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도 을사늑약은 체결되었고, 을사오적에 의해 나라는 차츰차츰 주인을 잃어갔었다. 외세의 힘에 의해 나라를 잃었었는데, 이제는 체제 전쟁들이 한창인 것 같다. 왜 우리는 이런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학교라는 공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만 있을뿐 미래까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되지 않았을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았을 그들의 노력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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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시터
원장경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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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주해는 교회에서 만난 소범수와 진이경 부부의 제안으로 그들의 아들 혁우의 베이비시터로 일하게 된다. 그런데 부부는 아이는 내비두면서 그냥 '바라보기'만 하라고 한다. 여덟살 혁우는 전혀 또래의 아이들과는 달라 보였다.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거나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만 같았다. 회사에서 돌아온 부부에게 말을 해보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며, 부득이하게 출장을 가게 되었으니 조금만 더 아이를 봐주기를 부탁하게 된다. 


갑자기 이야기의 시점이 달라져서 혹시나 단편집인가 했었는데, 주해의 과거로 돌아간 것이었다. 부모와 살았고, 동네에서 만났던 리암과의 인연등 그리고 왜 주해가 학교를 휴학했는지의 이야기를 알 수 있다. 누구나 어린아이들을 바라보게 될때는 기운을 빼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보게 된다. 아마도 주해도 리암과의 인연으로 혁우를 바라봤을 수도 있다. 아니, 그런 인연이 없어도 어른들의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는 없다. 하지만, 혁우는 다르다. 아직 여덟살이지만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모의 행태를 보면 그런 성향을 보이는 것도 이상치 않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세가지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단 하나의 결말을 낸다면 작가의 의향대로 가는 것이겠지만, 세가지 경우를 제시함으로써 자칫 다른쪽으로 생각했던 독자의 섭섭한 마음을 달래주기에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사람도 실제로 어떻게 유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까. 사실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본다. 우리의 현실에서도 그 악을 교화하기에는 너무 많은 희생을 치뤄야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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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죄 - 나쁜 생각, 나쁜 명령. 그 지시는 따를 수 없습니다. 스스로 생각 시리즈
이모령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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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말이다... '어린이 교양'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전연령이 읽어도 되지 않는 책일까 생각된다. 어쩌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쉽게 풀어썼기에 더 잘 이해가 되었을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생각하지 않는 죄'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를 예로 들고 있다. 세계적인 전쟁을 일으켰기에 최고의 독재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에서도 그에 버금가는 독재자들이 존재하게 된다. 세상에는 두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잘못된 명령에 불복종 했던 사람들이 있다. 유대인을 고용해서 목숨을 구한 사업가 쉰들러가 그랬고, 어린이들을 게토(유대인들을 강제로 모아놓은 곳)에서 몰래 빼내어 목숨을 구한 사회복지사 센들러가 있었다. 훈련을 가장해서 유대인들을 위한 가짜 신분증과 서류를 전달한 자전거 선수 바르탈리가 있었다.

반면, 잘못된 명령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따랐던 아이히만이 있다. 그는 히틀러의 유대인 말살 계획에 핵심 역할을 했다. 전쟁이 끝나고 16년간의 도피 생활을 하고 법정에 선 그는 뉘우침과 죄책감도 없는 태도를 보이며 그저 '수동적인 실행자'라고만 말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그는 유대인을 학살하고 세계적으로 위험을 전쟁을 치르게 한 그 일들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그저 수동적인 실행자라고 강변하는 모습이 정말로 많은이들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 것일까.

생각하지 않는 죄는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지 않은 죄',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도 옳지 않다고 말하지 않은 죄',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행한 죄', '자기 행동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합리화 하는 죄'를 말합니다.(p.26, 27)

현재 우리의 상황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갈수록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선동에 휘말려 그저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아니 선동이 아닐지라도 그렇게 세뇌당한 사람들이라고 할까. 세상은 자꾸만 한쪽으로만 기울어가고 있다. 옳고 그름도 판단하지 않고 권력을 휘두르는 자. 세상을 돌고 도는 것이라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생각하지 않는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눈을 감을 것인가, 아니면 일어서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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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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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지하에 누구도 볼 수 없게 가둬진 '피에타'상이 있다. '피에타'라고 하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상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다른 '피에타'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는데, 다양한 피에타상이 있었다. 이러니까 나는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수도원 지하에 봉인된 비탈리아니 피에타상에 얽힌 이야기를 쫓는 현재의 이야기와 그 조각상을 조각했다는 '미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흔히들 "난장이"라고 불뤼는 왜소증인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는 미켈란젤로보다 더 뛰어난 조각가가 되라는 뜻에서 어머니가 붙혀준 이름이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부모님이 부르던 '미모'로 불뤼기를 더 원했었다. 아버지가 전쟁으로 사망하면서 먼 친척뻘(실은 친척도 아니었다) 삼촌에게 맡겨지게 되었다. 삼촌과 머물게 되었던 곳에서 이탈리아의 명문가의 딸인 비올라를 만나게 된다. 당시 사회에서 여성들에게는 책을 읽을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지만, 비올라는 책을 읽고 또한 미모와도 격없이 지내게 되었다. 비올라는 하늘을 나는게 꿈이었고, 미모는 위대한 조각가가 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비올라는 재능을 가지고 있던 미모를 더욱더 빛나게 하기 위해 조각하는 입장이 아니었나 모르겠다. 생년월일까지 같은 두사람을 비올라는 "우주적 쌍둥이"라고 칭하며 절친이 되어간다.

비올라의 약혼이 발표되던 날, 비올라는 하늘을 날고자 해서 만들던 캐노피를 메고 지붕위를 내달렸지만 추락하고 말았고, 미모는 삼촌의 심부름으로 피렌체로 떠나면서 이별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네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장바티스트 소설은 처음 읽는 것이지만, 600여페이지의 많은 분량이지만 정신없이 읽어나가게 된다. 왜소증을 갖고 있는 소년과 억압과 가문에 뜻을 따라야만 했던 소녀. 어쩌면 주어진 운명을 수긍하는 것보다 투쟁하며 극복해 나가는 점이, 오늘의 이 허탈한 마음에 위로가 될런지 모르겠다. 장바티스트는 영화감독으로서도 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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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 - 털복숭이들과 베베집사의 묘생역전 스토리
베베집사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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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 새는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더 좋은 말도 있을텐데.. 도둑질은^^;; 하지만 저자도 현재는 22마리 고양이들의 집사가 되었다면 뭐... 동의할 수 있지 않는지... 사실, 나도 예전에는 고양이보다 강아지파였는데, 내 마음속에 고양이가 들어온 후로는 왜 길에 고양이들이 눈에 띄는지, 초면인 고양이들에게도 인사를 하면서 다니는지.. 고양이는 그런 존재인 것만 같다. 미치지 않고서는 못 배길것 같은 존재이다.

저자는 원래 게임 회사 UI 디자이너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에 사직서를 날리고 8마리 고양이를 데리고 제주도로 떠났다. 정착한 제주도에서 묘연을 맺은 고양이들의 시중을 들면서 살고 있다. 어느날 첫 인연을 맺은 고양이, 그 매력에 빠져 팔불출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가 우연스레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요즘 내가 판다에 빠져서 알고리즘에 순 판다만 뜨던데, 베베집사의 유튜브를 한번 방문에 봐야겠다. 그러면 판다에 쏠린 내 관심이 또다시 랜선집사로 거듭나지 않을까싶다. 그런데 여기 소개된 고양이들의 눈망울들은 어찌나 이렇게 예쁜지, 도무지 그 눈을 보고서는 그들을 외면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여러 고양이들 사연중에서 눈에 띄는 아이는 두번째로 입양했던 페르시안 고양이 '포우'다. 페르시안 고양이는 긴털이 참 예쁘다. 그런데, 긴 털을 관리하기가 벅차서 파양되거나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락사 위기에 놓여 있던 포우는 베베집사에게 입양이 되어 집고양이가 되었다. 그런데, 아기고양이를 품어주는 모습이나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친구를 곁에서 지켜주는 모습이 애잔했다.

또 눈길이 끌었던 아이들은 '레아'와 '토르'였다. 인스타에서 인연을 맺은 집사의 고양이였는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동생은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형편이 안되서 입양을 보냈는데,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의사를 밝혀와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임보를 하면서 좋은 입양처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이곳저곳으로 다니다 보니 아이들이 불안함에 아팠던 것을 계기로 그냥 이 집의 가족이 되었다.

사진으로 보니 너무나도 예쁜 고양이들, 아무래도 또 그 고양이를 만나러 베베집사네 유튜브로 놀러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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