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차 1
서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서누'는 장진선, 장진우 두 저자의 이름 끝 자를 딴 공동 필명이다.

 

살짝 늦게 도착한 두권의 책! 솔직히 19일의 올리뷰 마감일이 부담이 되긴 했지만, 그건 나의 기우였다. 흥미있는 이야기에 순식간에 책을 읽어버리고 말았다.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비차(飛車) : 임진왜란 때 전북 김제(金堤)의 정평구(鄭平九)가 만든 비행기와 같이 나는 기계.

             영남의 진주성이 왜군에 포위되었을 때 성주와 평소부터 친하던 정평구가 이를

             만들어 타고 성으로 들어가 성주를 태우고 약 10m 높이로 날아가 30리 밖에 이르러

             내렸다는 설도 있고, 포위된 진주성을 구원하기 위해 이것을 타고 가서

             구원병을 요청했다는 설도 있다. 형태와 구조는 전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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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현된 비거(디지털 진주 문화대전)

 

조선 중기 과학자인 정평구가 만들었다는 비거를 재현했다고 하는데, 모양이 행글라이더와 비슷한것 같다. 하지만 임진왜란이 1592년이었으니까.. 그 당시 하늘을 나는 것에 착안하여 이런것을 만들어 전쟁때 사용했다는 것은 과연 그를 천재 과학자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다.

 

< 비차 >의 소설을 이렇듯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첫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물론 전체적인 시대적 배경은 구한말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비차'의 처음 등장이 있어야하기에 임진왜란 이야기를 빼놓을수는 없겠다. 대한제국의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어 반상이 구분이 모호해지는 시점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포스가 느껴지는 성주호. 그가 형제같이 혈육같이 느끼는 홍기준과 일본유학시절 우연히 얻게된 정평구의 비차 설계도를 보고 그것을 다시 재현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기생의 딸로서 어느 역관집 사생아였던 이해인이 그들의 비차를 우연히 목격하면서 그 세사람의 인연은 시작이 되었다.

 

시대가 구한말이다 보니 청일전쟁, 러일전쟁으로 인해 일본인과 서양인들을 종종 볼수가 있었고, 대한제국땅에서 입김이 거세지고 있는 일본인들, 영세한 노동자를 그야말로 역동적인 구한말의 모습을 면면히 들여다 볼수 있는 이야기이며 여기에 신분차이를 뛰어넘는 로맨스까지 약간 곁들여져 있다. 아무리 반상구분이 모호해졌다고는 하나 도무지 알수 없는 괴팍한 주인과, 키다리 아저씨처럼 항상 보팔펴주는 홍집사, 그리고 손가락질 받던 기생의 딸에서 신여성으로 거듭나는 해인이 묘한 관계까지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다분히 비차라고 하는 것이 과학기술이 많이 발달되지 않는 그 시점에서 제작이 되었기에 더 흥미있다기 보다는 그 시대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것을 발명하여 우리에게 아픈 역사를 갖게해준 일본을 대책없이 당하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 희열을 느끼게 한 건 아닌가 싶다. 임진왜란때도 그랬고, 이 이야기 속에서도 그랬고, 전자는 물론 실제 이야기이겠지만 후자도 절대로 호락호락하게 한일합방이라는 아픈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해인은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봤다. 솜구름 밑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조국의 산하가 그 어느 때보다 멀고 생경했다. 이제 이 땅에 비차가 내릴 장소는 없었다. 거짓 낙원은 사라졌고, 빌 딛을 곳 없는 창공은 두렵도록 드넓기만 하였다. 이 하늘을 그리도 꿈꾸었던 것은 저 좁은 땅덩이이에서 마주친 지난한 인생들 때문이었던가. 그러나 그녀는 희망했다. 머지않아 바로 그 땅에서 비차가 날개를 편히 쉴 수 있게 되기를.(본문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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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감독 - 인정옥 작가

 

더군다나 이 이야기는 이형민 감독과 인정옥 작가가 손잡고 2011년 드라마로 방영예정이라고 하니 더욱더 관심집중되는 이야기이도 하다. 하지만 책을 먼저 읽은 내게는 그다지 기대되는 드라마가 아닌 것이 아쉽다. 인정옥 작가의 전작들을 볼때 매우 재미있게 드라마화가 되겠지만 지금 내 상상속에 주호나, 기준, 인해를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 싶기 때문이다. 간혹 상상의 그 캐릭터가 그대로 그려지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반감되는 캐스팅이기에 - 그래서 절대 책과 영화는 동시에 보지 않는다는 나의 철칙 - 그냥 그 세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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