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사라진 학교 마름모 청소년 문학
소향 외 지음 / 마름모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항상 시험은 긴장의 순간이었다. 시험날 학교에 늦는 꿈을 꾸거나 이제 풀기 시작했는데 벌써 시험 시간이 다 끝나가는 그런 꿈을 꾸기도 했다. 잠에서 깨어나선 꿈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얼마나 안도의 숨을 쉬었는지 모른다. 시험에 대해서 무감각해졌을 때가 대학교 3학년 시절이었다. 전공 과목마다 퀴즈와 시험을 번갈아 보는 통에.. 아마도 거의 매주에 한번씩 시험을 보지 않았나 싶은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시험을 하나 보자고 하면, 어떨런지.. 긴장감에 예전에 꾸었던 꿈을 꿀까.. 아니면 시험에 무뎌진 그런 맘이려나..

이 책은 「나의 유토피아 방문기(소향)」, 「김민준 던전 일기(김이환)」, 「띠링, 이름표가 울리면(윤자영)」, 「마더의 결단(정명섭)」의 4편으로 구성된 엔솔로지이다. 나도 학창시절에는 시험이 없어졌음 하는 생각도 하기는 했으나, 이제는 어느정도 시험이라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간혹 '나중에 써먹을 것도 아니면서... 왜 배우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인데, 기본적인 소양은 갖추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지금 세대의 문제는 단순하게 시험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과도한 경쟁, 지나친 이기주의가 시험의 본질을 망치고, 교권을 추락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의 유토피아 방문기」에서도 보면 지원은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작곡과에 갈 것도 아니고, 피아노 연주도 그리 수준급은 아니다. 작곡만 하기에는 수학적 재능이 아깝다는 아빠의 말도 맞는 것 같다. 작곡은 취미생활도 해도 되니까.. 게다가 윤후는 내 곡을 기똥차게 연주를 한다. 그리고 둘만이 하는 비밀 릴레이 작곡은 둘 사이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윤후가 사라졌다. 한동안 멍하던 윤후는 전학을 갔다느니, 유학을 갔다드니 하는 소문을 남긴채 사라지고 말았다. 수학 시험을 망친 어느날, 지원은 갑자기 말랑해진 문을 통해 평행세계로 이동한다. 시험이 없는 그 곳에서 윤후를 만난다. 그리고 자연스레 갑자기 변해버린 윤후의 비밀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곳에서 많은 아이들과 릴레이 작곡을 하던 윤후를 본 후 더이상 특별한 관계가 아닌 것 같고, 시험이 없는 곳에선 '공부를 잘 했던 나'는 특별난 것도 없는 것 같아 본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원은 그토록 준비를 했건만 과고 입시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의외로 특목고에 관심이 없어 보였던 온유가 합격을 했다. 온유의 합격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은 지원은 허탈하기만 하다.

온유의 합격 스토리를 읽고 나선 나도 허탈했다. 그 것이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해진 일상 아닌가. 수시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은 생활기록부의 노예가 되어가고, '세특'이라는 일부 기재사항은 아이들 손이 아니라 부모들 손에서 씌여지고 있는 현실. 모든 아이들은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트랙에서는 아이들만 뛰어야 하지만, 공정하지 못한 어른들이 난입으로 시험은, 교육은 변질되어만 간다. 소설들에 등장하는 시험이 사라진 학교도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별로 좋은 세상은 아닌것 같다. 아이들도 과연 그런 세상을 원할까. 무엇이 먼저 변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