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맛길 행복이 머물렀다 -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음식 이야기
김수경 지음, 이갑성 사진 / 도도(도서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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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주관적인 느낌이 가득하기에 누군가에겐 맛있지만 누군가에겐 맛이 없을 수도 있다. (p.9)

꼭 한번 가봐야 한다는 맛집도 내 입맛에는 아닐때가 있다. 그래서 맛집도 사실 100% 믿으면 안된다. 아마도 그건 맛에는 주관적이며 추억이 깃들면 자신만의 그런 맛집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어쩌면 '맛길'은 개인적인 소유가 될 수 밖에 없을듯하다. 엄마는 요리를 참 잘하셨다. 엄마가 만들어 주는 것은 어느 하나 맛없는 것이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가족들을 위해 음식 만드는 것에 손을 놓으셨고, 온전히 내 일이 되었다. 오랫동안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던 엄마는 주방에서 은퇴할만도 했다. 나는 엄마의 맛을 쫓았다. 어떤 레시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엄마의 맛을 쫓아서 만드는 것 같다. 이리 저리 만들다 엄마가 해주던 맛이 나면 성공한 듯 기뻤다. 어쩌면 그 사이 행복이 잠시 머물다 가는 것만 같다.

만약에 이 책처럼 추억이 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면 생각나는 것이 엄마가 만들어준 빵이다. 내가 어렸을 때 카스텔라도 해줬고, 어느날은 찐빵도 해주셨고, 이름은 모르지만 맛난 빵도 해주셨다. 그런데 어느날 깨달았다. 엄마가 해주던 빵들은 다 똑같은 빵이었다. 그래도 엄마가 해주던 빵이 좋았다. 이제는 더이상 맛 볼 수 없는 빵..

이 에세이에 담긴 음식들을 보면 괜히 입맛을 다시게 된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은... 이런 책은 참 위험하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추억을 이야기할 때 비슷한 경험이 생각나기도 한다. "뭔 맛인지 모르고 먹다가 뭔 맛을 느껴버리는 평양냉면"을 읽을 때, 문득 대학교 근처에 맛집으로 소문난 냉면집이 기억난다. 꽤 맛있다고 해서 한번 먹으러 갔었는데, 나는 정말 맛이 없었다. 그냥 냉면은 다 같은 냉면인데 왜 여기가 맛집일까 했는데, 그 집이 평양냉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먹게되면 그 맛을 느끼게 될까. 갑자기 그 집 냉면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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