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고호 지음 / 델피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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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이북이다.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 부인과 함덕이 고모를 남겨두고 남쪽으로 내려오셔서 주희네 할머니와 결혼하시고 아빠와 작은 고모를 두셨다. 주희의 부모님은 몇년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종종 찾는 고모는 할아버지가 눈앞에 살아있는 자식은 안 찾고 죽은 자식들만 찾는다고 잔소리를 한다.

어느날, 핸드폰으로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온다. 그런데 요상하다. 자기가 평양이란다. 뭐지? 자신은 회령으로 전화를 했는데 왜 자꾸 선생께서 받느냐며 남조선이 맞냐고 따진다. 서로 평양이 맞는지, 남조선이 맞는지 증명을 하란다. 급기야 험한 말도 오고간다. "니 조국 통일을 바라디 마라! 그 날 제일 먼저 니 머릿가죽 혁명적으루 뱃겨주갔어!!!(p.71)" 살벌한데 왜 웃음이 날까...^^;;

자꾸만 연결되는 전화에 주희와 설화는 친구가 된다. 17살 설화는 주희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그런데, 자꾸만 이야기가 어긋난다. 조심히 주희가 물었다. 혹시 지금 몇년도인지 묻는다. 1996년 7월 1일이란다. 헉! 주희는 놀란다. 그녀의 모니터 하단에는 조용히 2019년 7월 1일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독특한 소설이라고 할까. 마치 드라마 "시그널"처럼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통화가 시작된다. 게다가 상대는 평양에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실향민이시기도 하다. 23년의 세월을 뛰어 넘은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1996년과 2019년을 오가며, 한국전쟁의 비극이 여전히 진행중임 비로소 실감을 하게 된다. 1996년의 설화의 이야기를 보면 북한사회가 엄청나게 폐쇄적임을 깨닫게 된다. 외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자신들의 힘든 상황도 숨기기도 한다. 얼굴도 모르는 외할아버지가 월남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아빠는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오빠는 외부 상황에 눈을 뜨고, 배신자라고 낙인이 찍혀 보위부로 끌려갔고, 설화네는 위기를 맞지만 아빠는 오빠와 의절을 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려고 힘쓴다.

요즘 고호 작가의 책을 스토킹하듯이 읽고 있다. 떄론 스릴러를 선사도 하면서 휴머니즘도 보여주고 있는데 꽤 매력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주는 것 같다. 마지막 한문장까지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데 이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설화와 주희도 어떤 인연이 있겠다는 짐작으로 읽어나갔는데.. 마지막에 제보를 해주려는 할아버지 너무나도 말이 많아서... 고만 입을 틀어막고 싶었는데.. 마지막장에서는 또 한번 고호 작가의 필력에 정말 또 한번 박수를 치고야 말았다. 돌아 돌아 돌아~ 감동적인 소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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