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엔 많은 죽음이 있다. 그저 죽음이라는 것은 다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박현숙 작가의 '구미호 식당' 시리즈를 읽고 있다보니 다양한 죽음이 있다. 준비할새도 없이 찾아오는 갑작스런 죽음(구미호 식당), 스스로 생을 마감한 죽음(저세상 오디션), 그리고 죽어서도 잊혀지지 기억을 갖고 있는 안타까운 죽음이라고 이번 < 약속 식당 >의 죽음은 표현하고 싶다.

사람은 죽으면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망각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한다. 그럼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은 사라지고, 여러 심사를 거쳐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실은 나는 믿지 않는다. 사후세계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야기에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시비걸고 싶지 않으니까, 어쩜 나는 단순하니까.. 하여간, 망각의 강을 건넜어도 채우는 한사람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절대로 그 사람을 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채우는 만호를 만나서 다시 세상으로 나갈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버리는 영원히 소멸해 버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채우는 설이를 만나, 꼭 좋아한다는 말을 직접 하고 싶었다. 한번도 표현하지 못했던 그 말을 진심을 담아 하고 싶었다. 불사조를 꿈꾸는 여우 만호의 도움으로 채우는 이 세상으로 100일동안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설이는 다시 태어나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과연 그녀를 알아볼 수 있을까? 설이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채우가 도착한 곳은 허름한 식당이었다. 식당 이름은 "약속식당"이라고 지었다. 설이와 만들던 그 요리를 팔면서 그녀를 찾을 것이다. 그런데... 젠장!!! 17살 채우는 40대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설이를 알아보기는 커녕, 설이도 채우를 못알아 보겠다...ㅜㅜ

그런데 사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예전 자신이 기억하는 그런 모습은 아닐것이다. 정말 간절한 마음에 찾으러 왔다가 실망만 하고 떠나는 이의 모습에서도 채우는 많은 것을 느꼈다. 사실, 간혹 '약속은 깨기 위해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을 보기도 한다. 그런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이 편치 않다.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깨기 위한 것이라면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작은 약속이라도 그것은 서로의 믿음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해서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간절한 마음이 닿은 곳에 운명처럼 재회를 그려볼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사실 그렇게 운명처럼 다시 서로를 알아보았더라면 이 이야기는 정말 '용두사미'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고 살아가지 않듯이, 불투명한 다음 생보다는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쪽을 택했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안도의 한숨을 놓았다. 그랬기에 채우의 애절했던 마음이 더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지키기 위해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이 아닌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내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p.244, 『약속식당』창작노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