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라진 뒤에
조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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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 가끔 그러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세상 많이 좋아진 거라고. 그런데 그게요. 어른들이 한 일이 아니에요. 죽은 아이들이 한 일이야. 아이 하나가 죽어야 그나마, 아주 조금씩 세상이 변해가는 거예요"(p.139, 140)

얼마전에 또 한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체험학습을 간다고 떠났던 아이는 차가운 바다 속에서 부모와 차에 탄채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왜 생각을 못하는 것일까. 아이 하나가 죽어야 그나마, 아주 조금씩 세상이 변해가는구나.

소녀는 아이 아빠가 누군지 잘 몰랐다. 임신을 한 걸 알았을때, 부모는 도움을 요청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그녀도 방임되고 있었다. 좋은 부모에게 아이를 입양시켜주겠단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고, 소녀는 떠났다. 소녀가 낳은 딸은 남자의 손에 키워졌다. 그 곳에는 다른 아이들도 많았는데, 그 아이들 모두 세상에 흔적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여기서 사육되다가 입양되거나 장기적출을 당했다. 하지만 소녀의 아이는 영특했다. '아이'라는 이름을 받고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이것이 소설 속 이야기라고만 믿고 싶다. 그래야만 한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런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접하게 된다. 너무나도 속상하다. '아이'는 장애가 있는 남자아이 '도우너'를 데리고 그 지옥같은 곳을 탈출한다. 그리고 학대받거나 방임으로 힘든 아이들을 구조(?)한다.

작가는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을 계기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찾아보니 나도 기억이 나는 사건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거기서 멈추게 하지 못했다. 반복적으로 사건은 발생했고, 많은 아동들은 짧은 삶을 고통만 알다가 떠나갔다. 왜 우리는 아이들이 사라진 뒤에야 현실을 직시하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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