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국화
매리 린 브락트 지음, 이다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인줄 짐작했다. 더군다나 띠지에 적힌 말만으로 더이상 말이 필요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중 하나가 한국소설인줄 알았더니 영미소설로 분류가 되더라.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역자도 처음에는 한국계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이라 과연 위안부와 제주 4.3사건의 일을 얼마나 잘 표현하겠느냐라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고 한다. 나도 읽는 내내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다. 이 이야기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세계 20여 개국에서 출판되어 감동적인 찬사와 함께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말했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정과 진정한 사과를 위해 20년이 넘도록 투쟁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무시당하고 있는가. 피해자가 여성이고 강간을 당했기 때문에 그녀들을 깎아내리는게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한 소녀의 처참한 경험을 목격할 수 있다면, 그 독자들은 마지막 '위안부'여성이 이 땅을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그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지니고 살 것 같았다(p.7)고 한다.

이 이야기는 1943년의 하나이야기와 2011년 아미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제주도에서 해녀로서 물질을 하던 하나는 일본군인과는 마주치지 말라는, 그리고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7살이나 어린 아미. 엄마를 따라 바다속에 들어가면 아미는 아직 어려 해안가에서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그날, 해안가로 일본군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나는 아미를 지켜야만 했다. 아미를 큰 바위 뒤에 숨기고 일본군인에 의해 끌려가게 되었다. 그녀의 삶은 너무나도 마음 아팠다. 소녀들끼리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잊지 말라는 장면이 오래토록 남는다. 마치 우리들에게 잊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미는 자식들에게 까지도 언니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마치 언니가 끌려가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용서할수 없다는 듯.. 언니는 자신을 지켰지만, 그녀의 삶은 평탄지 않았다. 그녀에겐 4.3사건이 또 다른 아픔이었다. 그 모든 것을 가슴에 품고 그녀는 1년에 딱 한번 서울로 간다. 그리고 수요집회에 참여를 한다. 혹시나 언니를 만날수 있을까, 언니의 소식을 들을수 있을까. 소녀상을 마주한 아미는 언니를 마주한 것 같아 심장을 움켜쥐고 정신을 잃고 만다.

어렸을때는 잘 몰랐던 일들이, 아니 어떤 사건으로만 기억되던 일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마음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화면에서 위인부 할머니들이 나오시면 그냥 울컥해지는 마음이 생기는건 아마도 같은 여성이고, 같은 한국인이어서가 아닐까. 아직 할머니들이 살아계실때 일본으로부터 정식 사과를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할머니들 나이들이 너무 많으셔서 참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의 말대로 잊지 않을테다. 어쩌면 그들은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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