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선인장
원태연 지음, 아메바피쉬 그림 / 꼼지락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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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착한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그럼 네가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잖아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란 책으로 처음 원태연 시인을 만났던것 같다. 아마 그때는 갓 대학생이 되어서 인지.. 아직 소녀감성이 남아서인지 사랑에 로망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시란걸 잘 모르면서 괜찮은 말 같다는 생각을 했었던것 같다. 다시 읽어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어딘가 이 시집이 있을텐데 말이다. 아마도 내 인생 처음으로 구입했던 너무 세월이 오래 지나서 있을려나 모르겠지만 한번 찾아 다시 읽어봐야겠다.


원태연시인의 시집은 마치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듯한 느낌이다. 시란 것이 원래 그냥 느껴지는대로 읽어야 하는 것이지만 밑줄 쫙쫙 치며 함축적의미를 생각하며 읽어가는 법을 배웠던 주입식 교육의 산물인 나한텐 그래서 시가 참 어려운지 모르겠다. 뼛속까지 이과라 감수성이 없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실은 교육의 잘못이었다라고 치부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 시를 좀 읽지만 아직은 그래도 어렵다. 하지만 원태연 시인의 시는 물흐르듯이 잘 읽혀나간다. 특히나 이 <고양이와 선인장>은 그림과 잘 어우러져 한편의 이야기를 읽는것 같다.

나 고양이야.

생선을 제일 좋아하고

햇살이 좋은 날 지붕 위에서

낮잠 자는 걸 좋아해.

난 검은색이야.                 그리고... 처음부터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검은색은 하나도 밋밋하지 않아요

                                    만약 저에게 심장이 있다면

                                    두근두근거릴 만큼...멋져요!

                                    그리고

                                    저한테 말 걸어줘서... 참... 고마워요.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 원래 혼자서 살아가는 고양이지만 가끔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 고양이 '외로워'는 후자쪽인가보다. 사랑이 그리운 고양이. 선인장의 기분을 자신의 이름인줄 아는 착한 고양이다. 실은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는 삶에 많이 지쳐 있는 경우가 많다. 먹을것을 찾느라 어쩔수 없이 쓰레기 봉투를 찢는다. 자꾸만 사람들은 개발을 한다고 건물을 올리고, 개간을 한다고 산을 논밭으로 만들고.. 어쩌면 우리들이 그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살가운 아이들이고, 함께 할수 있는데 말이다. 언젠가 식물뿐 아니라 물이 결정을 형성할 때도 좋은 말, 조용한 음악같은 것이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꼭 그런것은 아닐수도 있겠지만 꼭 아니라고도 말할수 없을것 같다. 무생물도 이럴진데 선인장 '땡큐'도 자신을 위해주던 철수와 헤어져 지금의 남자와 만난후 때론 물에, 때론 독한 위스키를 먹고, 무관심속에 얼마나 사랑이 그리웠을까. 그래서 고양이와 선인장 둘이서 서로 이끌렸음에 틀림없다.


딸아이가 아주 어린아가였을때 자기 모든 물건에 이름을 붙혀가며 의인화를 시켰다. 동물원에 가서도 자기를 쳐다보지 않는 동물들에게도 일일히 인사하며 말을 걸었었다. 아마도 나도 그랬던 것 같은데... 사람들은 누구나 어렸을때 그러지 않나. 사소한 물건하나 소중히 생각하며..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차츰 그런점이 사라진다. 이 책의 남자처럼... 살아가면서 사랑을 잃어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정말로 세상에 사랑을 잊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어렸을때 가졌던 그런 예쁜 마음이 사라지지 않고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럼 '외로워'도 '땡큐'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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