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운명
정문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써보고 알았다.
그냥 책으로 된 것들이면 다 고맙고 소중함.
누군가 이거 하날 쓰기위해 쓸까 말까를 포함, 스스로와 무수히 싸우고 싸웠을 터.
※ 소설입니다. 이후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각 분야가 그러하지만, 소설은 특히 더 그렇다. 얼마만큼의 허구를 포함하고 있던 간에 내가 모르는 세계로 나 아닌 타인으로 빙의했다 떨어지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읽기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달라져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에게 세월호와 박근혜 탄핵, 코로나가 있듯 또 다른 누군가에겐 광복과 제주반란진압, 북촌주민 학살이 있었을지도.
나이가 들어도 마음이 말랑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만의 틀에 갇혀 내가 옳으니, 니네가 틀렸느니 하는 게 아닌 유연한 사람.
글만 쓰는 사람들도 좋지만 소설을 쓰면서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사람들, 또 자신의 전문직을 가진 채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한 사람의 요원처럼 환자를 보면서도, 의료행위를 하면서도 역사를 과거를 얼마나 생각했을까.
역사를 팩트로 공부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는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기가 쉽지 않다. 가끔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으며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해 보는 것도. 그땐 코로나 대신 다른 게 있었다. 아씨... 코로나가 낫다고 해야하는 건가.
운명이라는 것에 간섭할 일이 없었다. 당신에는 그렇게 믿었다. 길만 따라가면 되니까. 그러나 나중에, 지나간 길은 운명으로 바뀌어 부지런히 따라간다. p.34
맞고 밀려 넘어지지 않았으면 그나마 무사하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전쟁은 휴전인데, 통증은 끝나지 않았다.
‘운명은 곧잘 통증으로 다가온다.’ p.85
소설 중간중간 운명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에서 한참을 멈춰서 있었다.
운명은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 같으나 알고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운명으로 바뀐다는 것인가. 나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