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탐구생활 - 부부 탐구생활 그냥 같이 살던 배우자를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바꾼 어느 부부의 관계 회복기
강지원 지음 / 북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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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감동이었다. 학원 수업 후 집에 도착해 10분 남짓의 여유시간동안 차안에서 실내등을 켜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에 빠져들어 덮을 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해 아이들을 재우고 밤새 찔끔찔끔 눈물을 닦아가며 읽었다.

 

웬만한 소설보다 더 좋다. 아니 실화니까 더 좋을 수밖에. 저자가 글을 쓰는 동안 성장해가는 모습이 내 눈에도 보였다. 그리고 그에 따라 나도 내 삶의 궤적을 돌아보게 되었다.

 

강지원

어릴 때부터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솔선수범해서 해왔고,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야학교사를 했다. 32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열린 사고와 마인드로 직원들과 소통하려고 애썼고 늘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열심의 노력에도 승진에서 밀리고, 나의 꿈과 노후에 대해 생각하면서 인생 2모작을 위한 자기게발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기 계발을 하면서 남편과 독서, 시간관리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잉꼬부부가 되었고, 나의 변화 뿐만 아니라 타인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방법으로 독서나비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결혼생활 28년 중 5년 정도를 제외하고 23년을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 어쩌면 남보다 못했는지도 모른다. 밖에서 웃다가 집에 오면 표정이 없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흘러온 짧지 않은 세월이 아쉽기만 하다. 이제 막 시작하는 신혼부부, 갈등의 길에 접어든 부부, 같이 지내지만 무덤덤하게 가족으로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p.215

 

맞다. 나도 신랑을 참 사랑했다. 어느 누가봐도 눈이 시려울 만큼 우리는 잉꼬부부였다. 지금도 객관적으로 보면 금술 좋은 부부지만 당사자는 알고 있다. 예전같은 마음이 아님을... 무엇이 나를, 우리를 그렇게 만든 걸까.

 

업무시간 외에는 어디를 가든 남편과 같이 다닌다. 새벽에 눈을 떠도 남편은 이렇게 인사를 한다.

사모님, 잘 주무셨습니까?”

남편은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하고 쳐다본다. p.4

 

1년이 지나고 결혼기념일 아침이었다. 출근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바로 옆에 서 있는 남편의 키가 작아 보였다.

자기 키가 왜 이리 작노?”

원래 작은데.”

그동안 남편의 키가 작은 줄 몰랐다. 친정 식구들이 키가 작다고 반대한 그 말이 결혼 1년이 지난 후에야 생각났다.

눈에 콩깍지 낀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그래도 콩깍지 덕분에 행복했다. 영원히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p.24

 

책을 읽는 동안 묘하게 친정부모님이 생각나고, 연애시절이 생각났다. 저자의 눈에는 남편의 키가 콩깍지였나보다. 우리 신랑은 눈썹이었다. 작은 시누가 눈썹얘기를 하기 전까지 전혀 눈썹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니까. 다행히 결혼 전이라 우리는 나란히 손을 잡고 눈썹문신을 했다.

 

누구에게나 내 안의 누군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받지 못했던 사랑’, ‘어떤 행동에 대한 두려움등 나도 모르는 그 누군가를 설명도 해주지 않고, 무작정 서로가 알아서 해주기를 원한다. p.5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나 자신이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싶은 이유다. p.7

 

행복했던 시절은 어디 가고 서서히 비교가 시작되었고, 그것이 결국 내 삶을 불행하게 만든 것 같다. 비교는 필요없는 에너지 낭비다. 행복한 삶을 불행하게 만든다. 이것을 깨닫는 데 오래 걸렸다. p.35

 

둘째를 낳고 한참 신랑 뒤꼭지가 미워보였던 시절이 있다. 그땐 상황을 합리화하고 각색해서 왜 그가 부당한가를 자꾸 되새겼다. 그런데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 그 기저에는 내가 자리잡고 있었다. 나를 모르고 살아온 인생이 뇌관이 되어 어느 순간 빵하고 터진 것이다. 일 년여 시간동안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할 것처럼 살았다. 지옥을 만든 건 나였다.

 

나는 같은 동네 사는 아주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했다. 맘이 편치 않았다. 아이는 잘 컸지만, 밤낮이 바뀌었다. 며칠은 참았는데, 계속 밤에 잠을 안 잤다. 그러자 우리는 피곤이 극에 달했다. 방이 두 개면 번갈아 보면 되는데, 방이 하나밖에 없다 보니 깨면 같이 깨야 했다. 그러니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하루는 우는 아이를 가운데 두고 우리도 같이 엉엉 울었다. p.27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술을 마시는지, 술이 남편을 마시는지,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보름만에 한번정도 아이를 놀이방에서 데리고 와달하고 하는 부탁도 들어주지 않았다. 설마했지만,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를 기다리는 아들을 바라보면서, 결혼한 것에 대해 처음으로 후회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운명이고 처음부터 가족이었던 것처럼 느꼈는데, 아파트 경비실에서 땀 흘리고 조용히 앉아 있는 아들을 보면서 현실이란 걸 느꼈다. p.54

 

여자는 결혼하고도 변하지만 아이가 생기며 더 크게 전환점을 맞이한다.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아이와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때 점점 초조해지고, 처절해진다. 내 속이 바늘하나 꽂을 자리가 없어질 때 육아는 정말 지옥이 된다. 빠져나갈 수 없는 지옥.

 

누구나 집에 오면 따뜻한 대접을 받고 싶고 편하게 쉬고 싶어한다. 그런 공간을 제공하는 일은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부부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 p.69

 

남편이 노력할 때 조금이라도 내가 마음을 열어줬더라면 지금보다 빠른 시간에 잘 지낼 수 있었을 텐데, 남편이 나에게 다가오는데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여전히 남편은 술 마시면 늦게 들어오고, 집에는 관심도 없고 아무 쓸데없는, 그냥 외형상 가족이라는 느낌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남편과 있으면 대화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대화는 내가 안 한 것이다. p.81

 

남편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깨닫는 순간 행복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너무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왔다. 부부는 어떤 말보다도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면 족하다. 이제는 안아줄 수 있다. 내 마음을 표현할 줄도 안다. 이제라도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다. p.133

 

내 감정을, 내 마음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여자는 남자는 구조적으로도 다르다. 그런데 내 마음을 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남편이 알고 해주기를 바라는지,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도 황당하다. 아무리 남편이 잘해줘도 내 마음이 아니면 아니었고, 잘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하기는커녕 당연한 걸로 받아들였다. 아이들도 알아서 해주길 바랐다. 엄마로서의 역할보다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해야 할 것들을 받기를 원했다. p.135

 

연애시절 김해와 서울을 오가며 일 년을 데이트했다. 그땐 일주일에 한번 스치듯 만나고 헤어지는 그 순간이 너무 슬퍼서 함께라면 뭐든 이겨낼 것 같았다. 그 마음이 변해갔다. 집을 구하고, 아이를 키우며 나는 점점 현실적이 되어만 갔다. 현실적이라 말하고 상대를 무책임하다 몰았다.

나조차 제대로 알려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매도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것을 깨닫는 순간 신랑이 정말 고마워졌다. 그동안 같은 자리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배려했던 걸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다. 작가의 남편과 신랑이 오버랩 되며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그렇다. 뭐든 얘기만 하면 안된다는 말보다 해보라며 응원하고, 나의 감정을 앞뒤 없이 수용해주는 사람에게 나는 무슨 짓을 했던 것일까. 괜시리 미안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엔 사무실에서 먹을 간식까지 만들어서 챙겨주고 먼저 출근한다. 반신욕 물도 틀어놓고 간다고, 잊어버리지 말라고 한 번 더 당부하고 문을 열고 나간다. p.156

 

늘 곁에 있는 사람은 남편이다. 아무리 친하게 지내도 다른 사람들은 남남이다. p.157

 

남편얼굴에 주름이 보이던 날,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생각이 났다.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 떨리고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던 그 시절, 남편만큼 편하고 좋은 친구가 없는데 그동안 남편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제야 내게서 변하지 않는 남편 상으로 보인다. p.164

 

남편의 변화원인은 무엇일까? 남편은 책을 보고 글을 쓴다. 이것은 어렵게 설득해서 된 것이 아니다. 스스로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바인더는 남편이 먼저 알고 사용했지만, 지금은 내가 가는 곳에 남편이 간다. 남편은 늘 변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방법도 모르고 대책이 없어서 그냥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p.169

 

작가의 남편은 함께 글을 쓰나 보다. 부럽긴 하지만, 나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타자를 두드리고 있어도 지금 뭐하는 거냐하지 않고 조용히 먹을 걸 챙겨주는 신랑이 있다. 비교는 금물. 나는 이로서 만족한다. 함께 자기계발은 하지 않더라도, 나의 자기계발은 항상 응원해주고 각자의 시간을 보장해주려 애쓴다. 그럼 되었다.

내 삶의 행복을 모두 그에게서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간의 시간동안 배웠다. 나조차 나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면서 상대에게 바라는 것은 수동적일뿐더러 그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진정으로 위로받지 못한다. 스스로를 연구하고 공부해서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요청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아내가 즐거우면 남편도 따라 즐겁다. 반대로 아내의 바가지 소리가 남편 어깨의 힘을 축 늘어뜨린다. 남편의 자존감은 아내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있는 것 같다. p.193

 

김승호 대표님의 생각의 비밀에 이런 내용이 있다.

늙을수록 맛있고 오래될수록 가치 있는 친구들은 아무리 가까이해도 내 어깨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내 어깨에 올라와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p.212

 

신랑과 결혼한 지 이제 10년차다. 주변 지인들에게 하는 것처럼 조금은 거리를 두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필요를 느낀다. 그가 원하는 것이 나와 조금은 다를지라도 그 범위만큼 어깨에 올려두고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가족이란 부부란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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