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설득술 프렙
김은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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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시를 준비할 때 교육사를 배웠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귀족들은 문법, 수사학, 변증법, 산술, 기하, 천문, 음악 7개의 과목을 배웠다. 열심히 외우면서 도대체 수사학은 뭐지? 수사하는 건가?’궁금증이 계속 들었다. 그러나 검색을 해봐도 그다지 속 시원히 알 수 없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스승들, 즉 주류 철학자들이 궤변이라 폄하한 소피스트의 기술을 정리하며 학문의 반열에 오르게 한다. 그리하여 그리스 철학자들의 논리학, 철학, 청중 중심의 소통에 소피스트의 설득술이 접목되어 수사학이 탄생했다. p.52

 

국민학교 1학년 때 배웠던 말하기듣기읽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쓰면서 나의 국어 실력의 바닥을 경험하고, 글조차 내맘대로 쓸 수 없는 나를 발견한다. 모임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순간 맥락을 놓지기 일쑤다. 글을 쓰는 인연으로 대중들을 상대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기고 있다. 말하기에 대한 공부와 고민이 다시 필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책은 정말 좋은 공부가 되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 데모스테네스의 중간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둘의 이론을 잘 승화시켰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말을 잘하는 방법이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정치 때문에? 그것도 있지만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기원전 4~5세기 그리스 법정에서는 소유물과 관련된 수많은 재판이 이루어졌다. 독재자 겔론과 히에론이 물러난 후, 그들이 몰수했던 재산을 회복하기 위한 소송이 연일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 성인들은 적어도 대여섯 번, 어쩔 수 없이 법정에 서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래와 같은 말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증명해야 했다. (중략) 소피스트들이 아고라 광장에서 배심원들을 앞에 놓고 의뢰인을 위해 변론을 펼치면, 배심원들은 더 설득력있는 소피스트 앞에 작은 돌맹이를 놓았다. p.19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법정에 서서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돈을 되찾기 위해 평균 6번의 변론을 펼쳐야 했단다. 만약에 내가 전세금반환소송을 여섯 번 해야 할 일이 생긴다고 생각해 보니 머리가 아찔하다. 그것도 변호사 입회하가 아니라 직접 변론을 해야 한다면, 전재산이 걸린 일이니 만큼 웅변 학원이라도 다녔을 것 같다.

... 갑자기 생각이 난다. 작년 촛불집회 덕에 광장에서 우리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를 설득하고, 함께 나아가는 자세 그것을 가졌기에 그리스 로마가 아직까지 우리에게 전설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소크라테스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청자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졌고 그 대답을 충분히 들은 다음, 설득을 이어나갔다. 그는 소통이란 물이 흘러가는 것 그리고 청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p.35

 

소크라테스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나 자신을 알라.”이다. 바로 거기부터 진리에 대한 출발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p.37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네. 설령 내가 억울함이 있더라도 상대를 아끼는 마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설득이네. 진심이 없는 말은 칼이 되어 다시 돌아올 걸세. p.52

 

나는 소크라테스를 소피스트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그는 정공법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사람이었고 소피스트를 참 싫어했다. 틀림을 깨닫게 하고 뉘우치게 하는 그의 능력이 어땠을지 더 궁금해진다. 그의 능력이 현대를 사는 나에게도 절실하다.

 

아는 자들이요, 실천하라.

이해하는 자들이여, 가르치라.

- 아리스토텔레스 p.58

 

우리가 아무리 정확하고 진실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설득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지식을 잘 전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_ 아리스토텔레스 p.59

 

화자의 인품이 그를 신뢰할 만한 인물로 만들 수 있을 때 설득의 원인이 된다 _ 아리스토텔레스

 

책에 나온 주옥같은 명언들.

이 책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를 다시 보게 되었다.

수사학을 정립했으며 모두에게 건강한 말하기를 공유하려 노력했던 사람이고,

덕이 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고민하고 생각한 지식만을 전하는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라면 출처를 밝힌다. 다른 사람이 써준 글을 읽어야 할 상황이라면 내용 전체를 보고 내 의견을 한 줄이라도 넣는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진짜 지식에 가까워진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미리 읽어보고, 적어도 그 내용을 완전히 숙지한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 청중에 대한 예의다. p.107

 

나는 글과 말은 속일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는 보이는 대로 읽고, 들리는 대로 듣기만 하지 않는다.

그의 어조와 눈빛이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비 지시적인 언어들이 다 보여준다고 믿는다.

어디서 어줍잖게 들은 지식,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에게 내뱉는 말들은 말을 하는 동안에도 얼굴을 달아오르게 만든다. 고민하고, 공부하고, 내가 뭘 모르는지 아는 사람,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자.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얻은 스피치 기술들을 종합해보자.

Point(강조) 짧고 명료하게 결론을 말한다.

Reason(이유) ‘왜냐하면의 근거를 제시한다.

Example(예시) 사례를 든다.

Point(강조) 다시 결론을 강조한다.

짧은 시간에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기법, 바로 PREP이다. p.113

 

이 책의 제목 프렙의 비밀이 밝혀졌다. 내가 모르는 영어단어인줄 알고 검색했더니 나오지 않았었다.

PREPpoint, reason, example, point 의 약자였음. 바로 수사학에서 말하는 말하기의 기본을 저자가 이니셜로 조합한 단어인 듯 싶다.

나처럼 기본지식이 바닥인 사람을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하고 현대의 말로 잘 정리해준 저자에게 읽는내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 박사는 9년에 걸쳐 부부 수백 쌍의 일상생활을 녹화하고, 그들 사이의 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한 부부들은 대화 혹은 다툼을 할 때, 자신의 실수를 흔쾌히 인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에 결혼 생활에 실패한 부부들은 상대방을 비난하고 결코지지 않기 위해 지루한 싸움을 벌였다. 재미있는 점은 성공한 부부나 실패한 부부 모두 싸움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주 싸우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싸우느냐그리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였다. p.140

 

그렇다. 사람 사는데 의견이 똑. 같을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획일적으로 자로 잰 듯이 사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표현하고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자알~ 싸울 필요가 있다.

 

저자분의 직업이 아나운서라 말하고 읽는 팁들도 실려 있었다. 읽기가 안되는 나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다. 자 한번 읽어보고 갈까요?

 

발음 연습

- 칠 월 칠 일은 평창 친구 친정 칠순 잔칫날

- 저기 저 뜀틀이 뛸 뜀틀인가 내가 안 뛸 뜀틀인가

- 동편 뜰 서편 소풍 길 다 무사했답니다.

- 간장공장 공장장은 강공장장이고, 된장공장 공장장은 장공장장이다.

- 이 행사는 삼성생명 협찬입니다.

- 저기 있는 말 말뚝이 말 맬 만한 말 말뚝이냐 말 못 맬 만한 말 말뚝이냐.

- 한양양장점 옆 한영양장점, 한영양장점 옆 한양양장점.

- 옆집 팥죽은 붉은 팥 팥죽이고, 뒷집 콩죽은 검은콩 콩죽이다.

- 검찰청 쇠철창살은 새 쇠철창살이냐 헌 쇠철창살이냐. p.158

 

읽기 연습

- 10분 동안 일정한 속도로 쉬지 않고 신문 읽기

- 한 호흡에 몇 단어나 읽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 읽어보지 않은 원고를 오독 없이 한번에 읽어보기 p.159

 

아 쉽지 않네요. 역시 마지막 검찰청... 혀가... 꼬여요... ㅠㅠ

 

연설가의 조건 (키케로) p.205

첫 번째 조건은 지식의 구성 능력균형감이다. 편협하게 한쪽의 시각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닌 모든 영역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이다. 조직에 참여하는 것은 중요한 의무로, 결국 말을 매개로 공동의 일에 참여하고 공동체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 번째 조건은 연설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이다. 그것은 장소, 청중, 주제에 따라 스피치를 조절하는 것이다. p.206

 

글을 쓸 때도 어느 순간부터 읽는 사람을 조금씩 생각하게 된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진다면 그 순간부터 내 글은 내꺼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말하는 것도 이제 조금씩 조심스럽다. 내 말을 내뱉은 순간 이미 그 은 내꺼가 아니다. 하여 조금씩 듣는 사람을 고려할 필요, 잘 얘기할 필요를 느낀다. 이왕이면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 허나 그게 오지랖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조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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