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들은 어떻게 어학의 달인이 되었을까?
오현숙 외 지음 / 투나미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원서로 읽고프단 꿈이 생겼다. 번역자를 거치지 않고 원작자의 언어로 읽는 맛이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론 언어능력자들이 그렇게 부럽다. 국어를 비롯, 영어, 일본어 능력자 분들에겐 매일 밥을 사면서라도 친하게 지내고픈 마음. 도대체 어떤 복으로 능력자가 되었을까.

 

언어를 옮긴다는 것은 화자의 의도를 전달해주는 일이지만 말과 글이 이해하기 쉽다 하여 통번역이 쉽다는 보장은 없다. 말이야 통할지 몰라도 위의 경우에서처럼 옮긴이의 주관 탓에 독자나 청자는 성경이 들려주려는 오묘하고 깊은 표현(의인법)은 만끽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가벼운 정보교환이나 소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외국어의 맛과 멋을 즐기고 싶다면 오늘, 당장 외국어를 공부하기 바란다. p.3

 

이 책은 읽고나면 언어능력자와 함께 나누려 했으나 읽다보니 언어와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언어를 대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책에 가까웠다. 결국 꾸준히 성실히 자주 많이 하라는 거.

 

멀리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사람들은 논어를 인용한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멀리서 벗이 와주니 기쁘지 아니한가)?” 통역사는 기쁘지 아니하다. 격식이 있는 자리일수록 고문을 통역해야 할 확률은 높아진다. 연사가 중국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통역사는 긴장한다. _ 이연희

 

훈련이 전부다.

복숭아도 한때는 쓴 씨앗이었다. _ 마크 트웨인 p.10

 

일본어 학습(외국어 학습)도 이와 마찬가지다. 일본어를 처음 시작해서 자신의 몸에 완전히 배게 될 때까지 계속 하지 않으면 대부분은 잊어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중단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할 경우에는 예전에 학습했던 것을 반복해야 하는 슬픈 역사(?)가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국어(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공부를 중단하지 말지어다. p.18

 

어떤 분야에서든 유능해지고 성공하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타고난 천성과 공부 그리고 부단한 노력이 그것이다. _ 헨리 워드 비처 p.30

 

이 책에는 영어 일본어 능력자 뿐 아니라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의 달인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는 다 한 가지. 결국 근면 성실, 시간의 힘과 정성을 쌓으라는 것. 수행하는 마음으로 하라는 것.

 

섀도잉을 하면 악센트, 인토네이션 등 발음교정은 물론, 리스닝 능력과 리피팅 능력 및 발음속도 등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메모리 능력과 어휘 능력도 발달한다. 하루에 10~30분 정도는 꼭 투자하자. 섀도잉은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할 수 있으므로 이동시간이나 운동시간 등과 같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할 수 있게 된다. p.21

 

말을 배운다는 것은 모국어든 외국어든 결국 따라하는 것이다. 모국어의 경우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어릴 때인지라 무의식적인 반복 노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화되었으리라. 반면 모국어가 자리를 잡고 사춘기를 넘어설 때가 되면서 외국어를 습득하게 될 때는 모국어만큼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되진 않지만 그 과정은 같다. 아울러 학습의 과정이 습득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p.89

 

이런 점 때문에 나는 초보자일수록 들으면서 받아쓰라고 권한다. 구간 반복이 잘되는 녹음기를 구입해 처음에는 몇 개 단어, 익숙해지면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음을 기억해 종이에 써내려가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5분짜리 뉴스 하나를 받아 적는 데 3시간도 넘게 걸리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10~20분이면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다. 받아 적다보면 모르는 단어를 암기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정확한 어법의 사용에 대해 스스로 실감나게 체득할 수 있다. ‘섀도잉과 함께 학습하면 말할 것도 없이 더욱 효과적이다. p.197

 

섀도잉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섀도잉이면 그림잔데... 상대가 있는 것 마냥 스파링 하는 섀도잉 복싱도 생각이 났다. 알고 보니 음원을 그림자처럼 따라 읽는 것을 말하나 보다. 문득 말 배울 때의 아이들이 생각난다. 엄마 아빠 말을 그렇게 앵무새처럼 따라하더니. 자체적으로 습득방법을 터득한 거였음.

 

절대로 주눅들지 말아야 한다.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자신감을 잃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말을 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입안에서, 혀끝에서 뱅뱅 돌며 절대로 나오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다 겨우 뱉은 말을 들은 상대방의 얼굴엔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또는 아무리 뉴스를 듣거나 책을 읽어도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좌절은 절대 금물이다. p.33

 

외국어를 잘 하고 싶다면 독하고 뻔뻔하게 공부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길게 봐야 한다. 밑빠진 독에 물을 계속 부어대는 느낌이 들어도, 그것이 외국어다. p.34

 

어차피 여러분에겐 그 언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못하는 게 당연하다. 잘하면 좋은 거고, 그런 일이 반복돼도 상심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외국어 실력은 정비례하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상승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걸어가도 평지에 있다는 느낌만 든다면 조만간 실력이 갑자기 쑥 올라갈 일만 남았다. 지쳤다고 지금 서있는 그 자리에서 포기한다면 가파른 수직선을 코앞에 두고 주저앉는 꼴이 될 것이다. p.34

 

내가 외국어에 약했던 이유를 찾았다. 모국어가 아니니까 시간을 들인 적이 없으니까 못 하는게 당연한데 독하고 뻔뻔하질 못했던 것. 꾸준히 시간을 들이고 지쳤을 때 한 번 더 하는 끈기를 가져보자. 사실 애들이 말을 배우는 걸 지켜보며 큰 힌트를 얻었다. 얼마간 외계어를 하던 아이는 점차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어제는 못했던 표헌, 어색했던 문법이 점차 정교해지는 걸 보며 언어를 저렇게 배우는 거구나를 알았다.

 

언어습득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언어습득은 그 언어에 자신을 가급적 많이 노출시키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언어는 익숙해지는 것이다. 수학처럼 배우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은 영어의 특정 국면을 가르쳐 준다라기 보다는 언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언어의 특성이 잘 녹아있는 영어로 쓰여진 말과 글에 학습자들이 녹아들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 p.48

 

여러분이 해야 할 것을 하고 있기만 하다면 인식하지 못할 뿐, 영어라는 외국어에 점차 익숙해져가고 있으니 너무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져있지 마시라. 산을 오를 때 내가 산에 얼마나 올라왔는지는 산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산에 오르고 있는 사람을 멀리서 보는 사람만이 그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 많이 오르면 그만큼 지치는 법이다. 어떤 공부나 지친다는 이야기는 많이 향상되고 있는 것이라고 여겨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p.69

 

영어 배우는 방법을 두고는 주장이나 논란도 많은 세상이다. 누구는 맞고, 누구는 틀리고, 내가 맞고, 당신은 틀리다는 식의 무익한 논쟁에 시간낭비 하지 말고 공감이 가는 요령을 택해 이를 소처럼 묵묵히 해 나가라. 필자가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성실이 가장 훌륭한 교사다(Modesty is your best teacher).” 방법은 성실 다음이다. 항상 겸손하게 묵묵히 하면 이런 지침 없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p.78

 

일본어든 어느 외국어 공부든 마치 수행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국내파든 해외파든 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면 처음부터 허황되고 큰 목표를 잡지 말고 수행하듯이 묵묵히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향상될 것이다. 또한, ‘실력 향상과 같은 목표가 이 아니라 과정이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진정한 고수가 되려면 계속 수행하듯이 공부해야 한다. 결국 수행하듯이 겸허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p.113

 

아니다. 수학도 익숙해지는 과목이다. 꾸준하게 성실하게 시간을 쌓으며 수학적 사고에 익숙해져야 한다. 공부의 방법도 끝에서는 모두 통하나 보다.

 

통번역대학원에서 체계적으로 어떻게 통역을 하면 듣고자 하는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는지, 어떻게 번역을 하면 읽고자 하는 상대방이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한국말을 제일 잘 알아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통번역대학원생들 사이에 우리 자신을 소위 “0개국어하는 사람이라 부르는데, 그 이유는 그만큼 한국어 실력도 많이 부족함을 느껴서다. p.173

 

공부를 시작할 때 우리는 매일, 꾸준히, 조금씩이란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매일, 꾸준히까지는 같은데 조금씩이 아니라 많이했다는 사실이 다르다. 그렇다.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최우선적으로 영어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매일, 꾸준히, 많이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게 되지, 처음부터 매일 조금씩이라는 편한 태도로 임하면 현상유지에 그치게 마련이다. p.200

 

영어는 정직하다. ‘무식하게돌진하고 끊임없이 다듬다보면 조금씩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바로 앞에 보 이던 고지는 조금씩 뒤로 이동한다. 그렇게 또 몇 년 혹은 십수년을 지내다 보면 고지란 건 애초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계속 그냥해라. 하면 된다. 아니, 열심히 하다보면 된다. p.200

 

체면이 깎일 것 같아 소극적으로 발음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도 이유라고 볼 수가 없다. 사회를 살다보면 죄를 짓고도 잘못은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다. 아주 많이 있다. 그런 사람도 당당히 살아간다. 그런데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가 영어발음이 이상할까봐, 틀릴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너무 바보 같지 않은가? 물론 순간 창피할 수도 있지만 그걸 넘기면 영어도사의 길이 열리는데 순간의 창피함을 참지 못할까? 배움에 체면은 벗어던져라! p.202

 

원서모임을 하며 매번 놀라는 부분이 있다. 잘하는 사람들이 더 성실히 깊게 공부해온다. 더 적극적으로 꾸준히 하며 더 겸손하다. 통번역대학원생들이 0개국어를 한다고 막연해 하는 마음을 나도 언젠가는 알 수 있을까.

뉴스를 틀면 정말 큰 죄를 짓고도 너무나 태연한 얼굴로 나를 왜 귀찮게 하냐라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그들은 니들이 감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니. 언어에 대해서는 나 역시 조금쯤 뻔뻔해져봐야겠다.

 

나는 어학의 달인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원서를 그 나라 말로 읽고 싶을 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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