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를 사랑한다 - 조건적 사랑에 지친 내가 듣고 싶었던 유일한 말
임서영 지음 / 시공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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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영

 

심리학 석사. 졸업 후 광고 회사를 스치듯 다녔고,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지만 그중에 가장 흥미 있는 건 내 마음을 탐구하는 일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서 삶은 조금씩 나아졌다. 어느 순간, 살아오는 내내 비슷한 고민의 궤도를 돌고 있음을 깨달았다. 행성이 공전을 반복하듯 인간은 자기 삶의 익숙한 경로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심리학을 벗어나, 마음의 이치에 관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던 중 내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자기사랑임을 깨달았다.

 

나에게 있어 보약같았던 책.

강추!

강추!!

강추!!!

 

오랜만에 아는 사람을 만날 때면 이상한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적어도 전에 만났을 때보다는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할 것만 같다. 내면에서 이런 속삭임이 들린다.

이대로는 부족해. 좀 더 그럴싸한 걸 말해야 해.’ p.5

 

왜 전보다 발전한 인간,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가진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더 예뻐져야, 직장이 좋아져야, 돈을 많이 벌어야, 성과가 높아져야, 남들에게 도움이라도 돼야 더 괜찮은 인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자신을 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p.7

 

쫓기듯 살았다.

속상한 감정을 드러내면 속 좁은 사람이 되니까.

힘들단 내색을 하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까.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억눌린 감정이 수시로 솟구쳐 올랐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것이 그런 것인가.

내 마음이 내맘대로 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결에 나의 복잡했던 마음을 잘 치유했구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가?

1. 아주 사랑한다.

2. 그럭저럭 사랑하는 것 같다.

3. 사랑하지 않는다.

4. 결코 사랑하지 않는다. p.27

 

아직 나를 아주 사랑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럭저럭 사랑하고 있고, 사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나만의 단 한 사람이 되어 보듬어 주고, 부족한 대로 끌어안을 마음을 먹고 있으니까.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애의 근원을 가꾸고 지킨다고 하더라도 조건적인 자기애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조건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건에 기반을 둔 자기애는 자기사랑이라기보다는 내가 지키고자 하는 지켜야만 살아남는다고 믿는 자기상이다. 이런 모습을 유지하는 내가 좋고 이런 모습을 유지해야만 사랑해줄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이다. p.34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위기가 찾아온다.

누구한테 꼭 듣지 않아도 내 안의 내가 나를 가장 크게 힐책하고,

내 속 좁음을 마주하고,

현실의 벽에 좌절한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다.

 

진짜 나를 알면 속았다고 생각할 거야. 내 실체를 알면 떠나갈걸.’ p.34

 

그 순간의 불편함과 함께 있어보라.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목을 베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의 우울함, 두려움, 분노와 함께 있겠다고 결심해 보는 것이다. 감정을 억압하는 사회, 감정이 억압된 개인, 그것이 어쩌면 모든 문제의 유일한 원인인지도 모른다. 우리 안의 억눌린 감정을 해방시킬 때, 막혀 있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모든 일이 잘되고 있는 와중에 느끼는 무의미함이며, 우울감이며, 무기력함까지도. p.42

 

의무교육 기관과 대학까지 생각하면 근 20년을 공부했는데도, 나의 불편함과 함께 있는 공부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불편함을 숨기고, 감정을 숨기는 가면을 쓰는 법을 배웠다. 누군가에게 받는 인정이 오히려 더 두려웠다. ‘곧 실망 할텐데...’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나에게 참 인색했던 거였음을 알게 되었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은 개인이 부정하고 억압하는 자기 성격의 일부분을 그림자라고 명명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성격의 어두운 측면인 그림자가 존재한다. 그림자는 성장과정에서 부모나 주변의 평가를 받으며 자아 뒤로 숨는다. 허술함, 나약함, 의존성, 게으름 등 자신이 타고난 성격과 기질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듣고 자란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서 그 부분을 숨겨야 한다고 믿게 된다. (……)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장점을 찾아내어 사랑해주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외면하고 미워해왔던 내 성격의 일부를 직면하는 일이다. p.49

 

내가 나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다면 타인의 인정은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타인의 의견을 알고 싶어하는 건 스스로 자신의 가치에 확신이 없어서일 때가 많다. 왠지 의심스럽고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타인이 뭐라고 말해도 밀고 나갈 믿음이 있다면, 애초에 타인이 뭐라고 생각하든 궁금하지도 않다. p.58

 

내 감정을 건드리는 것들은 내 안에 있다. 내 안에 없는 것은 나를 자극하지 않는다. p.95

 

나는 칭찬을 받고 싶었던 거다. 누군가 나에게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정과 믿음을 주길 바랐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더 중요했다. 눈치를 보고, 상대의 평가에 일희일비했다. 그런데 스스로 인정하지 않은 사람을 누가 지속적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받아들임과 동일시는 다르다. 결점을 받아들이되 결점과 나를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나는 단지 나의 장점인 것도, 단점인 것도 아니다. 나는 그 모든 특성이 골고루 존재하는 고유한 존재다. 나를 결함 그 자체와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결함 그 자체가 나인 것은 아니다.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을 거부할 필요도 없다. 대신에 나 자신의 모든 면을 골고루 직시할 수만 있으면 된다. 구석으로 밀어 넣고 외면해서 먼지가 쌓여왔던 측면을 똑같이 꺼내 깨끗이 닦아주는 것이다. p.118

 

모든 인간은 장점과 단점이 골고루 섞인 존재다. 그럼에도 잘하는 것도 있고 못하는 것도 있는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사실 쉽지 않다. 결점을 인정한다는 것은 가치 없는 인간임을 인정한다는 뜻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부족한 점이 있어도 나 자신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나다. p.122

 

손님 갈 때까지, 이 방에서 나오지 마!” (……)

실은 우리 모두가 매일 하고 있는 일이다. p.124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다만 나의 어리석은 부분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느냐,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꾹꾹 누르고 방어하느냐의 차이다. 당신의 가시, 당신의 그림자는 당신을 너무도 잘 보호해왔다. 그 날카로운 가시는 매순간 당신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p.132

 

무결점의 인간이 되는건 불가능 하다.

그런데 실수를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나의 부족한 감정을 끌어안지 않고 불편함을 참아냈다. 나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도 불편하긴 매한가지지만 어차피 불편할 거라면 나를 사랑하며 불편한 나를 방밖으로 꺼내는 게 더 현명하다.

 

애도는 의미 있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감정 반응과 회복 과정을 말한다. 애도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식이다. 충실하게 애도하기만 한다면 감정은 금세 우리를 떠난다. 그 어떤 감정도 충실하게, 집중적으로 애도하기만 한다면 정화될 수 있다. p.134

 

무조건적 자기사랑의 핵심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감정이 느껴질 때 없애려고 하지 말고, 나쁘다고 판단하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p.141

 

감정이 옳은지 그른지는 분석할 필요가 없다. 긴 시간도 필요 없다. 그저 한순간, 몇 초만 멈춰 서서 너 지금 슬프구나. 네 감정은 무조건 옳아.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 그것이 무조건적 자기사랑의 시작이다. 무조건적 자기사랑은 곧,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보살피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 주는 일이다. p.141

 

틀린 건 없다. 자신이 느끼는 것, 즉 감정 그 자체는 무조건 옳다는 자신에게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서 빨리 감정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오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밀한 감정을 인정하고 함께 머무는 애도 작업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로 빨리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이다. 모든 순간에 애도를 습관화해야 한다. p.145

 

둘째를 낳고 한 달만에 갑상선 암에 걸렸다. 놀랐지만 놀랄 새도 없었다. 문제해결이 급선무였다.

빨리 수술하고, 빨리 회복하고 아무렇지 않게 현실로 돌아올 방법만 생각했다. 모든 일이 다 끝났을 때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댓가를 톡톡히 받았다. 나를 소중히 하지 못한 날, 나를 지키지 못했던 순간들이 너무 슬프고 화가 났다. 덮이지 않은 감정들에 뒤늦게 충실했다. 슬프면 웃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위임할 수 있는 것들을 내려놓았다. 충분한 애도를 거치니 침전했던 내가 수면으로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의 친구가 되어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쩌면 긴 여정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원히 혼자서는 완벽해질 수 없다고 믿기보다는, 혼자서도 나 자신을 채우는 법을 배우는 편이 좋다. p.169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임 다음에 사랑이 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내가 싫다는 느낌을 저항하지 않고 느껴보자. 저항하지 않으면 싫다는 느낌은 언젠가 사라진다. 자신을 사랑하려고 발버둥 치다 보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겠지만, 발버둥 친다는 건 그저 내 현재 상태에 저항하고 있다는 뜻일 뿐이다. 그러다 보면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만 이어갈지도 모른다. 저항하는 것들은 항상 지속되기 때문이다. p.180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기를 멈추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외부에서 찾으려 했던 지금가지의 습관과 단절되어야 한다.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그인정을 내가 자신에게 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p.191

 

내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설사 내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결과의 자리가 어떤 모습이든 담담하게 살아갈 자신이 보이는가?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가장 최악의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내 책임이었음을 인정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 하겠다고 결정을 내려도 괜찮다. p.216

 

궁극적으로는 그 어떤 경우에도 타인을 탓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 끊임없이 스스로 책임지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결과에 대한 받아들임이 없으면 그 어떤 일도 시작할 수 없다. 내가 원치 않았어도, 모르고 일어난 일이더라도 진심으로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p.218

 

나는 갑상선이 없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불편한 상황과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로 했다.

이 상황이 모두 바뀌고,

저 사람들이 모두 바뀐다는게 불가능 하니까.

 

불편함들을 지켜보니 의외로 불편함 속에 답이 있었다.

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연습 계속하려 한다.

 

내가 뭐라고.

내가 뭐든.

그건 나다.

 

나니까.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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