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하루
이나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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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설을 읽던, 쭉 읽어 들어가다 보면
어느 샌가 실제 소설가를 만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완벽한 공상소설이나 환타지 물 같은 환상의 이야기가 아닌 이상엔
거의 모든 작품에서 어쩔 수 없이 작가의 세상보는 눈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얘기를 읽는게 아닌 조용히 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느낌이 날 때도 있다.
'수상한 하루'는 이런 평소에 소설속에서 느낄 수 있다고 생각들던
작가와 독자와의 간접 만남을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9편의 단편은 빠른 템포로 실제인지 가상인지 독자에게 혼돈을 주면서
신문기사의 가십란이나 토막기사로 볼 수 있었던 주변 이야기들을
한 편의 소설 소재로써 건조한 느낌으로 구현해 펼쳐져 놨다.
인터넷 속의 거짓된 세상을 묘사한 한 단편에서는
예전 PC통신에서 시작해 어느새 완전하게 새로운 세상으로 자리잡은
요즘의 인터넷 풍속도를 씁쓸하지만 인정하면서 보게 만든다.
어느 세대나 우리 땐 저러지 않았는데란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하겠지만
이 단편을 보면서도 비슷은 했지만 점점 심해진다고 느껴지는
무섭기까지한 인터넷 속 익명의 거짓이 새삼 슬프게 마음을 파고 들었다.
또한 모시 바구니란 얘기에선 아픈 이들이 모인 병실에서도
같은 처지로써의 서로 보다듬기가 아닌 건강하던 병들던
인간이 모인 자리는 큰 변화가 없다는 자괴감마저도 느껴졌다.

내가 읽은 가장 재밌던 이 2편을 제외하고도
다른 소품들의 완성도 또한 이것 못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이 주는 재미만을 찾다간 그것과 함께
생각지도 못했던 찜찜한 마음 언저리 또한 덤으로 얻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과 밀접한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이 이런 것이란 증거라도 되어 주는 듯.
순수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을 간직하지 못한 탓인지
기쁨 보다는 슬픔을 더 간직하고 찝어내는 어른이 되어 버린 탓인지
소설의 이야기들을 그냥 가상의 이야기라고 지나쳐 버리기엔
그 낮은 곳의 이야기들 모두가 한적한 시간의 소설읽기를 즐기려는
누군가의 입가에 있었을 휴식의 미소를 일순 사라지게 만든다.

한동안 재미있는 소설과 첫장부터 바로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그런 류의 소설만을 찾아 읽다가 오랜만에 제대로 임자 만난 느낌이다.
많지도 않은 분량임에도 또 어두운 내용임에도
그 나름의 재미도 분명 존재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그 색깔은 분명 짙은 블루다.
요즘 세상도 뒤숭숭한데 마음마저도 뒤숭숭하게 만들어 준
이 책에게 잘 읽었음에도 고맙다고까진 못하겠지만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몇권 더 읽어 보고픈
호기심은 충분히 전달해 주었다는 말로 소감에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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