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인명구조대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작년 크리스마스엔 그 흔치 않던 눈이 내렸다.
거기에, 겨울이 추우면 다음해 농사가 풍작을 이룬다하는데
너무 추운날이 많아 다가올 계절들은 과연 어떠할지
풍작을 부르는 추위라도 벌써부터 조금은 두려웠다.

책 '유령 인명구조대'의 겉표지는 눈을 닮은 듯 하얗다.
이런 책표지를 보니 새삼 겨울에 더 맞는 책이란 생각도 문득 들 정도로.
'유령'이란 제목속 단어가 주는 다소 오싹한 느낌보단
'인명구조대'란 또다른 단어가 주는 따스함이 더 어울리는 책인데
벌써 이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 책속 유령 인명구조대는 총 4명이다.
유이치, 이치카와, 야기, 미하루...

이들은 각기 살았던 시대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자살로 유령이 됐다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하늘은 이 4명의 유령들을 다시 이승의 공간속으로 내려보내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걸을지 모를
예비 자살자들을 막으라는 임무를 맡긴다.
주어진 기간내에 100명의 자살을 막고 그들이 재차 자살기도를 하지않고
새삶을 시작해보도록 만드는 것이 아무리 소설속 그들의 임무라지만
읽는 내내 나 스스로가 살어름을 걷는 듯 조바심을 느끼며 읽고 있었다.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100명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라니...
보람있는 임무건만 그들이 해결지어야 할 일의 무게가 글로 전달되는 듯 했다.

이 책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일본 추리소설 중 하나인 '13계단'의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읽고 또 다른 작품까지 읽고 싶어져
나처럼 몇 안되는 그의 작품가운데 하나인
이 색다른 '유령 인명구조대'까지 이른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왜 그런지 이 책에 대해선 13계단에 보냈던 찬사에 비해
실망을 표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이 보였다.

틀릴수도 있겠으나 내가 나름 그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우울하면서도 서스펜스가 흐르던 '13계단'이 어덜트적인 분위기였다면,
미스테리 형식이 아닌 독특한 영화적 상상같은 임무를 해결해가는
이 '유령 인명구조대'의 스토리에선 어린이같은 천진함이나
유아적 상상력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고 13계단과 비슷한 느낌을 받고자 했던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케이스는 아닐까하는 짐작만 조심스레 해볼 뿐이다.

그럼에도 난 이 책의 따스한 정서가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오히려 13계단이 준 재미보다 이 책이 담은 메세지가 더 좋기까지 했었다.
100명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 뒤로 갈수록
제한된 소설 속 줄거리 안에서 간단히 생략되어 갔음에도
작가 '다카노 가즈야키'의 세상을 바라보는 개인적 시선을 녹아내본 듯 한
이 소설속 4명의 유령들이 보인 활약상이 무척이나 값져 보이고 대견했었다.

그 훈훈함에 못지않은 재미 또한 책 속 스토리에 모두 있었다고 보는데
왠일인지 이 책은 흥행하지 못한 비운의 명작같은 처지가 되어버리고만 듯 하다.

책의 느낌을 옮기다보니 100명의 목숨을 구해내는 임무를 모두 마친
그들의 뒷 이야기까지 마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진다.
그저 마지막 스토리의 비밀마저 발설하고 싶은 마음에서는 아닌,
그들 4명의 활약상 소개를 마무리져 알려주고픈 치기어린 마음이라고 해두련다.

같은 시간속엔 힘든 사람과 즐거운 사람도,
후회하고 있는 사람과 후회마저도 할 수 없는 사람도 함께 뒤섞여
이 세상이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유령 인명구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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