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 뻔한 세상
엘란 마스타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 엘란 마스타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났고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다.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소설로 201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최고의 화제가 되었으며, 현재 파라마운트사에서 영화화를 준비 중이다. 영화 <왓 이프(What If)>의 시나리오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현재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토론토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우리가 살 뻔한 세상에서 왔다.

오늘날, 바로 서기 2016년에 인간은 풍요롭고 목적이 분명하며 놀라움으로 가득한 첨단 기술 유토피아 파라다이스에 살고 있다.
지금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우리만 빼고.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 뭐, 아이폰과 3D프린터가 있고, 드론인가 뭔가 하는 것에 놀라는 세계에 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주 가족 젯슨>에 나오는 이야기랑은 아주 딴판이지 않나. 원래는 그랬어야 하는데 말이다.

정말로 그런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이 아니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의 시작 부분은 이렇다. 시간 여행이나 평행 세계를 소재로 삼은 다른 책들과는 많이 다르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자신으로 인해 모든게 실패로 돌아갔음을 말하고 있고 그 실패의 현장은 거의 책의 절반에 다다르고 나서야 마주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어떻게 실패한건지, 과연 되돌릴 수 있을 것인지를 궁금해하게 되고 책은 마치 내 머리 위에 있는 것처럼 예상을 벗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또한 아주 정밀하게 묘사되는 시간여행 장치와 기술, 원리들은 그것들이 정말로 이 세계 어딘가 또는 평행 세계에서 실존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중 하나를 짧게 요약해보았다. 이 부분에서 최근에 봤던 '양자 역학'이 다뤄진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가 생각나기도 하고 엄청난 스케일의 SF 영화 한 편을 보고있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가 발명한 시간 여행의 원리 :
신체의 해체와 재생 메커니즘


 1. 사실 지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하루 앞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 해도 같은 장소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니 원래 시간으로 되돌아오는 것만이 아니라 원래 위치까지 아주 세밀하게 지정해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딘가에 끼거나 갇혀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2. 아버지의 아이디어는 최초의 엔진인 구트라이더 엔진에서 나온 타우 방사선 신호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 방사선의 흔적을 따라간다면, 이 세상을 영원히 뒤바꿔놓았던 순간과 공간인 라이오넬 구트라이더의 연구실로 누군가를 시간여행을 보낼 수 있는것이다.


 3. 또한 시간 여행을 갔을 때 물체 사이를 몸이 뚫고 지나갈 수 있고, 물체가 몸을 뚫고 지나갈 수도 있게 해주는 디퓨전 구체라는 기계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과거로 떠난 시간 여행자들은 비물질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4. 비물질 필드는 최대 14분간 지속되는데 그 이상 넘어가면 몸이 분해되어 사망한다. 디퓨전 구체는 실험자의 유전자 순서를 코드화했고 7천자의 원자를 흩은 다음 시공간 너머로 쐈다가 다시 완벽한 순서대로 재조합한다.







페니 : 그렇군요.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는 게, 사실은 누군가가 다른 현실에 살고 있는 사람의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빌린 거라면 어떨까요? 어쩌면 모든 아이디어가 알고 보면 우리가 모르게 표절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런 아이디어들이 뭔가 은밀하고 입증할 수 없는 현실의 틈바구니를 통해서 우리에게 온 것 아닐까요?

톰 : 그렇다면 다른 현실에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다른 나 역시 또 다른 세 번째 현실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세 번째 나에게서 아이디어를 훔친 것이라는 말인가요?

페니 : 모르겠어요. 그냥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인접한 세계의 수는 제한 되어 있을 수도 있죠. 그래서 우리 세계 말고 또 다른 여러 버전의 세계에서 우리는 항상 아이디어를 슬쩍하고는 우리가 생각해 낸 기가 막힌 아이디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일지도요.

톰 : 그중 어떤 세계는 다른 세계보다 훨씬 수준 높은 아이디어를 가진 우수한 세계라 해도 말이지요. 재수 없게 굴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살던 세계는 지금 이 세계에서 배울 만한 게 별로 없어요.

페니 :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게 다 인간이 한 거라고 너무 크게 추켜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어쩌면 굉장한 지성을 지닌 외계 생명체가 우리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로 발전할 개념을 심어놓은 다음, 다른 차원으로 떨어진 인간들이 이 벽을 어떻게든 뚫고 통과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어떤 아이디어들은 서로 주고받을 수 있지만, 또 어떤 아이디어들은 나눌 수가 없어서 원래의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거라면요. 그래서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든 자유로이 이동하고 그 누구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일지도요.

p. 23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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