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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웃는다 ㅣ 바람그림책 55
오사다 히로시 지음, 이세 히데코 그림, 황진희 옮김 / 천개의바람 / 2017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는 웃는다
(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 황진희 옮김)
아기는 태어나서 울고, 그치고, 평온하게 잠드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 것"도 배웠지요.
그리고 아이는 웃습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배우는 말 아닌 말"이, 웃음입니다.
아이는 서고, 걷고, 멈추고, 혼자 가는 것을 배우고, 할 수 없던 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무언가를 얻는 것일까"요?
사람은 말을 배우고 행복을 잃습니다.
그만큼의 슬픔도 알게 됩니다.
아이는 말을 모르기 때문에, 더는 웃지 않는 어른을 보고 웃습니다.
아이는 웃습니다.
ㅁㅁㅁㅁㅁ
1. 시인 오사다 히로시의 시집 '기적'에 나오는 시에 이세 히데코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시인은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소천했다고 하는데요.
속지를 보면, 여행하는 화가(이세 히데코)는 여행하는 시인(오사다 히로시)에게 하늘이 어떤 모습이라고 묻네요.
화가는 하늘에서 백목련을 발견했다고 대답합니다.
이세 히데코는 이 그림책에 그 백목련을 얼마나 아름답게 그렸는지요.
백목련 꽃잎이 시인의 영혼처럼 하늘을 나는 듯합니다.
한 공간을 충만하게 메우고 있던 목련 꽃잎은 이제 때가 되어 여행을 시작하네요.
목련꽃은 아이가 웃는 것처럼 환하게 웃다가 때가 되면 더 이상 웃지 않고 지게 됩니다. 어른들처럼요.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닐 거예요.
또다시 아이의 함박웃음으로 피어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시인의 시는 대를 이어 활짝 피게 될 것입니다.
2. 시인은 웃음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 하나 배운 것이 없는 아주 잠깐 동안" 사람은 행복했다고 하네요.
또 시인은 "배우는 것은 배워서 얻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는 것"이라고 합니다.
웃음을 잃어버린 어른은 행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는 걸까요?
말하는 것 대신 웃지 못해 인간답지 못하게 되는 걸까요?
말을 배우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 인간성을 잃는 거라면, 우리는 배움의 끈을 놓아야 하는 걸까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진다면, 우리는 왜 배우는 걸까요?
질문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지는 나의 모습을 보니, 정말 진지 모드네요.ㅋㅋ
진지한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그들은 배웠지만 행복했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배운 말과 같은 만큼의 슬픔"을 알게 되는 건, 나이를 먹고 인생을 알아가는 것이겠죠.
말을 배우고 행복을 잃어가는 것이라기보다 '잊어가는' 게 아닐까 싶네요.
정신없이, 목적 없이 살다보니 행복이 옆에 있는데도 알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런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하겠습니다.
3. 아이는 "더 이상 웃지 않는 어른을 보고" 웃어줍니다.
요즘 막내는 호불호를 확실하게 표현합니다.
좋으면 웃고, 싫으면 고개를 젓고 웁니다.
막내가 웃는 이유를 점점 알아가게 됩니다.
웃는 것밖에 모르는 때는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막내가 말은 하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의사소통 하려는 모습을 봅니다.
울고, 웃고, 떼쓰고...
하지만 점점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나이이기에, 아이의 웃음소리도 더 잦습니다.
자신이 해내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배우는 것이 꼭 더 많은 것을 잃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이 꼭 행복을 잃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죠.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는 가정과 사회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