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교의 그루터기 - 일본 선교 목사가 들려주는 진짜 일본 교회 이야기
박청민 지음 / 세움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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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교의 그루터기(박철민 / 세움북스)

저자는 우리가 일본 기독교에 빚진 자들이라고 말한다. 빚을 갚는 심정으로 일본에 가 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는 힘든 것 같다. 일본 교회는 노령화되어 있고, 언제 없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일본의 복음화율은 0.4%라고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단순하지만 친밀한 교제와 동행"으로 선교 현장을 지킨다. 끝도 밑도 보이지 않는, 허공을 달리는 일을 오늘도 내일도 한다. 가족을 챙기기에도 바쁘지만 저녁에는 허무한 마음이 드는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저자가 일본에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 일본 문화를 알아가고 적응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게다가 가정을 이루고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 또한 어려워 보인다. 아무리 선교사라도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하나하나 배워간다.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회개하며, 예수님과 동행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루터기처럼 사는, 이름도 빛도 없이 살아가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진한, 무명의 그리스도인들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언젠가는 다시 싹 틔우고 열매 맺을 나무처럼 일본에서의 선교가 아름다운 열매를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모든 수치는 나에게,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
(노리마쓰 마사야스)

발췌와 덧
* 일본의 제국주의와 신사참배에 저항했던 양심적인 키리스탄들은 "한일 선교의 징검다리"였다.
- 신사참배를 거부한 우치무라 간조
- 조선 침략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가시와기 기엔
- 제국주의적 교육을 회개한 미우라 아야코
- 일제 만행에 대해 사죄 운동을 펼쳤던 오야마 레이지
- 한일의 목회자를 배출한 니지마 죠
- 하나님의 나라 운동을 전개한 가가와 도요히코
- 일본인 최초의 선교사 노리마쓰 마사야스
- 속죄적 구도자로 산 그리스도인 사와 마사히코
* "일본에서 선교한다는 것은 예수님과 동행하는 은혜 속에서 이루어 가는 것이다." 저자는 영적 우월감으로 선교하고 있었던 자신을 주님께 고백하고 회개했다. 일본 선교사는 일본인들의 생각과 감정을 추측해야 하고, 자기 감정을 억제하며 참고 견뎌야 한다. 절망과 낙심 속에서도 주님에 대한 소망의 눈이 열리는 것이 선교사에게는 필요하다.
* "사람은 쉬더라도, 책은 쉬지 않는다." (유기남 선교사)
* "이이지마 회장의 말을 통해 모순과 거짓, 부조리와 교만, 경쟁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치열하고 전투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진실로 사는 것임을 깨닫는다." 91
* "일본 선교는 마치 반복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을 뚫듯이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96
- 아무리 괴로워도 꿋꿋이 견디면 언젠가 길은 열린다.
* "행복의 문턱을 낮추면 작은 일에도 기쁨과 감사를 느낄 수 있다."(히노하라 시게아키) 108
* 실패가 감사로 바뀌는 은혜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일본 선교이다. 118
* 이치고 이치에. 일본의 차도에서 유래된 말로, 손님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오늘의 이 만남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말이다. 매번 만나는 관계일지라도 더 이상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한다면, 인간관계는 분명 달라진다. 120-1
* 일본의 대표적인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우치무라 간조의 묘비명에는 "나는 일본을 위해, 일본은 세계를 위해, 세계는 그리스도를 위해, 그리고 모든 것은 하나님을 위해"라는 글이 쓰여 있다. 147
* 일본에는 '고토다마'라는 말이 있다. ... 말에는 영적 힘과 영향력이 있어서, 좋은 말을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나고 나쁜 말을 하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대개 일본인의 대화를 보면, 그들은 웬만하면 부정적인 말을 꺼리고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한다. 신중하게 말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며, 분명한 데이터와 근거 자료로 예측한 뒤 긍정적인 방향과 결과로 끝맺음을 한다. 혹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계획을 수정하고 끊임없이 매뉴얼을 만든다. 결국,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와 성과를 만들어 낸다. 154
* 내가 나답게 일본 선교를 하는 방법은 오직 내 안에 계신 예수님과 친밀히 동행하는 것이다. 159
* 일본어 설교 준비는 정말 어렵고 힘들다. ... 부단히도 애를 쓴다. 그러나 이런 의욕과 열심은 도리어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수 없는 설교로 이어지곤 했다. 172
* 한일 간의 문제와 갈등도 이러한 무지와 무관심 때문에 생겨난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는 것도 이런 악순환을 끊고 굳은 마음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189
* 내 마음속에(미즈노 겐조)
내 마음속에 소망이 있네
그리스도가 주셨다네
근심 중에 있어도 변함이 없네

아직 안 보이는 걸 기다리는 소망
내 마음속에 기쁨이 있네
그리스도가 베풀어 주셨다네
세월 흘러간 데도 소멸치 않네
세상에서 얻지 못할 기쁨 있다네

내가 전진해 나갈 한 길이 있네
그리스도가 활짝 열어 주셨다네
어둠이 드리워도 헤매지 않네
저 천국에 이르는 기쁨의 길(194)
* 한국 고아의 아버지로 알려진 소다 가이치는 일제 강점기 때 수많은 고아를 돌보았다. 198
* 일본 선교의 사명은 사역의 규모나 환경의 편안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동행하고 있다는 내적 확신과 응답에서 오는 것임을 깨닫는다. 231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에도, 우리의 힘과 능력이 아닌 오직 주님의 능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약속의 말씀을 붙들고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34
*"세상의 모든 교회는 하나님의 공동체이며, 교회들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디트리히 본회퍼) 249
* 말씀(미즈노 겐조)
하나님 오늘도 말씀을 주세요
단 한마디뿐이어도 좋습니다
내 마음은 작아서 많이 주셔도
넘쳐 버려 아까우니까요
*일본인은 선교사가 전하는 복음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본다. 270
* 와비사비 : 불완전한 것, 단순한 것에서 고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일본의 미학이자 철학. 불편함 속에서 느낀 것들이 오히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272-3
*늘 주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분의 겸손함과 성실함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가네코 하루오) 274
*한국과 일본의 문제들을 일반적 경향으로 이해하면서 서로의 차이점을 알아가야, 미묘한 오해와 갈등을 피하고 유연한 대처와 관계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82
*한국은 '흐름의 문화', 일본은 '축적의 문화'의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 (일본 교회는) 과감한 개혁보다는 성도들과의 신뢰 관계를 쌓아 가면서 목회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283

덧. 저자가 곳곳에서 소개하는, 일본의 소박한 마을 이야기는 우리네 소박한 삶과 신앙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 한국이나 기독교와 관련된 장소에 대한 정보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윤동주가 생을 마감한 '후쿠오카 형무소', 명성 황후를 시해한 칼이 있는 '구시다 신사', 조선인 도공이 끌려가 도자기를 굽던 '이마리 도자기 마을', 에도 시대 박해를 피해 잠복했던 그리스도인(키리스탄)의 역사와 자료가 전시된 키리스탄 박물관(네시코).
* 좋은 책 제공해주신 세움북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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