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ㅣ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31
안 에르보 지음, 이경혜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8월
평점 :
1. 브루는 고양이가 사라져서 슬픕니다.
그 고양이는 길고양이였고, 브루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오곤 했습니다.
고양이는 새를 쫓아간 듯합니다.
언젠가는 다시 나타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선은 고양이가 사라진 것으로 인해 브루는 슬픕니다.
그 슬픔은 다른 누구의 슬픔과 비교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의 슬픔은 그 나름의 무게를 가집니다.
하지만 브루가 만나는 사람이나 동물들은 브루의 슬픔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합니다.
자기들은 더 큰 슬픔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거나,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브루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습니다.
작은 슬픔이라도 그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건 다행입니다.
브루도 그런 존재를 만나지요.
"응. 그랬구나."
진심을 담아 그렇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우리는 다시 "고양이에 대해 말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2. 만나는 사람이나 동물들이 더 큰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자, 브루는 오히려 미안해집니다.
자기는 작은 슬픔밖에 없지만, 다른 이들은 더 큰 슬픔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더 큰 것들을 잃어버린 이들.
다른 이들의 슬픔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이들.
이들 때문에 브루는 미안해 합니다.
자신에게 더 큰 슬픔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이를 미안하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나누는 것이 더 나은 방법임을 알지만, 그런 태도를 가지는 건 쉽지 않네요.ㅠ
3. 브루는 개를 만났을 때, 자신의 슬픔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자기의 슬픔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슬픔이 사라지거나 작아지지는 않습니다.
브루만의 슬픔은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가, 다른 이들로 인한 상처까지 덧붙여졌네요.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입을 다물게 되고 속으로만 곪게 됩니다.
그러다가 병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오지요.
공감이 없는 사회는 병들게 되어 있습니다.
'너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힘들다.'라는 말은 공감이 아닙니다.
말하는 이의 자기 의만 세우는 일이지요.
브루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빨리 만났다면, 브루는 의기소침해질 필요도 없고, 슬픔은 줄어들었을 거예요.
* 슬픔에 빠진 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공감이 되지 않으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