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보이지 않아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25
안 에르보 글.그림, 김벼리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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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년은 바람이 무슨 색인지 알아보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만나는 동물들, 마을, 비, 개울, 거인 등에게 물어봅니다.

대답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요?
소년은 몇 개의 대답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묻습니다.
사실 소년은 눈을 감고 있습니다.
원래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그냥 감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이 시각 장애인도 함께 읽는 그림책이랍니다. 그러니 소년이 시각 장애인일 수도 있겠네요.)

시각 장애인이라면 색을 볼 수 없겠네요.

"바람은 보이지 않아.
바람이 실어 오는 소리만 들을 수 있어.
바람은 들리지 않아.
바람이 실어 오는 것만 볼 수 있어."

누군가는 소리만 들을 수 있고, 누군가는 바람이 실어 오는 것만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둘 다 느낄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을 겁니다.

2. 바람은 보고자 하는 이에게 보이고, 듣고자 하는 이에게 들리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바람은 없지요.
거인의 말처럼 바람은 모든 색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각자 느끼는 바람은 다 다릅니다.
각 존재가 다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소년도 자기만의 바람을 찾아가는 여정일 겁니다.

그러니 바람이 무슨 색인지 끊임없이 또 물어야 하는 것이죠.

3. 혹시 소년이 바람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합니다.
신발만 보일 때가 많고요.

소년이 질문하는 곳에는 바람이 붑니다.
향기가 있기도 하고, 시간을 품고 있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고,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소년은 자아를 찾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 질문의 다른 형태가 "바람은 무슨 색이니?"가 아닐까요?^^;

* 시각 장애인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각 그림마다 볼륨감 있는 표현을 해 두었습니다.
그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투명으로 표현된 부분을 눈을 감고 만져 보면서 읽으면 더 많은 감동이 있을 것 같습니다.

속 표지에 있는 파란 지문에 손가락을 대고 책 바람을 일으켜 보았습니다.
바람이 보였습니다.
파란색 옷을 입고 환하고 따뜻하게 웃는 소년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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