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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ㅣ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5
로버트 프로스트 글, 수잔 제퍼스 그림, 이상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3년 1월
평점 :
1. 노인은 말이 끄는 썰매를 타고 숲 한가운데를 지납니다.
그 숲의 주인은 마을에 집이 있는 사람이죠.
그래서 노인이 그곳을 지나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주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
노인은 말을 멈춰 서서 눈밭에 몸을 날립니다.
하늘을 나는 것처럼 힘차게 날개짓을 합니다.
선명한 천사 마크가 눈밭에 새겨집니다.
왠지 모를 짜릿함이 느껴지네요.^^
천진난만한 노인의 장난스러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2. 노인은 꽁꽁 얼어붙은 호수 곁에서도 썰매를 세웁니다.
뒷좌석에서 마른 풀과 씨앗들을 꺼내죠.
말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인을 바라봅니다.
폴폴 날리는 눈송이 소리와 스쳐가는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곳에서, 노인은 숲의 동물들에게 먹이를 나눕니다.
노인은 담요로 말을 덮어 줍니다.
노인의 따스한 마음에 말도 고개를 숙입니다.
3. 노인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답니다.
무척이나 아름답고 어둡고 깊은 숲을 뒤로 하고 노인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떠납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한 해 가운데 가장 어두운 저녁에 할 일이 있는 사람이 누굴까요?
이웃 블로그에서 산타할아버지일 수도 있겠다는 글도 보았는데,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성탄절 무렵이 가장 해가 짧을 때이니까요.
노인은 잠자리에 누우려면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합니다.
노인은 자기가 맡은 일과 약속을 위해 눈보라를 뚫고 썰매를 몹니다.
4. 숲은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노인의 발목을 잡습니다.
언제까지고 숲에서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숲에서는 사랑스러운 새들과 다람쥐, 토끼, 사슴들이, 노인이 놔두고 간 먹이를 먹습니다.
그 동물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숲에 있을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삶을 즐기면서 천천히 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또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해야 할 때도 있고요.
삶은 즐기지 못하면서 일만 죽어라 하는 것도 옳지 않고, 반대로 삶을 즐기는 데에만 시간을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죠.
둘 사이에 적당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한 욕심이 필요하겠죠.
*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 수잔 제퍼스가 그림을 그려 재창조한 그림책입니다.
시도 좋지만, 그림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