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씹어 먹는 아이 (그림책)
송미경 지음, 세르주 블로크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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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하고 이상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볼 수밖에 없는 송미경 작가의 글에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세르주 블로크의 그림이 환상적으로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원작인 동화와 비교해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1. 누구나 "돌 씹어 먹는" 구석이 있을 거예요.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은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기도 하죠.
아이는 가족들에게조차 말할 수 없었어요.

긴 여행 끝에 도착한 돌산에서 아이는 자기와 같은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 아이들과 함께 돌을 씹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밤이 깊으면 모두 돌처럼 굴러다니며 잠들었지요.

'세상에 나만 그런가?'라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세상 살다 보니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2. 아이는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자기가 돌 씹어 먹는 아이라는 걸 알립니다.
그것은 그 가족의 고백의 시작이었어요.

아빠는 흙을 파먹고, 엄마는 녹슨 못과 볼트를 먹고, 누나는 연필 꼭지에 달린 지우개를 먹는다고 털어놓았어요.
그날 밤, 가족 모두 눈물을 쏟았어요.
"우린 왜 몰랐을까요?"

가족들이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자기의 '돌 씹음'에 대해 털어놓을 수 없어 끙끙 앓았던 시간들을 생각하게 되네요.
털어놓고 나면 활짝 웃을 수 있는데 말이죠.

작가는 가족간의 소통이 없었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가족에게조차 배려 받고 인정 받을 수 없었던 아이는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아이가 하얀 수염 할아버지를 만나 회복되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 거예요.

3. 하얀 수염 할아버지는 자신도 돌 씹어 먹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한 눈에 아이를 알아봅니다.

"계속 돌을 먹어도 괜찮을까요?"
"그럼, 넌 돌 씹어 먹는 아이인걸. 무엇을 먹으면 어때, 신나게 뛰어다니며 무럭무럭 자라렴."

할아버지의 말이 감동적입니다.
아이가 신나게 자라기 위해서는 '돌 씹어 먹기'에 대해 인정 받는 것이 필요해요.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행복할 수 있는 거죠.

4. '돌 씹어 먹기'가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한다면, 무조건 다 인정 받고 배려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보통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한도가 있어요.
그 선을 넘어 가면 사람들이 비난을 하게 되죠.

하지만 그 한도라는 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최소한의 한계가 필요할 것 같고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들은 피해야 할 거예요.
혼자서 그렇게 살겠다면 누가 말릴 수 있겠어요?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인정을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자기가 좋다고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폭력적인 것이니까요.

아무튼 '돌 씹어 먹는 아이'들이 인정 받고 존중 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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