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정원 노란상상 그림책 73
유혜율 지음, 조원희 그림 / 노란상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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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일 시작되는 하루, 매일 뜨는 해가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있습니다.
거인이 모두 잠든 밤에 높은 산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아침은 오지 않습니다.

거친 바람에 정원이 망가지고 나서, 거인은 미소를 잃었고,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와서 위로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나는 내일을 믿지 않아. 내일을 기다리지 않아."

그렇게 세상은 암흑 속에 있습니다.
내일을 믿지 않은 자들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기다리지 않는 내일이 온다 해도 그닥 반갑지 않을 겁니다.
내일은 믿지 않는 사람에게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합니다.
보지 않고 암흑 속에 숨어버린다면 더 이상 새아침은 없을 겁니다.

내일만 그런 건 아닐 거예요.
희망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희망이 새로 생기지도 않을 겁니다.
믿음의 기초 위에 세상은 돌아갑니다.
믿음을 부정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입니다.

2. 새와 소년은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날고 싶고, 넒은 세상을 여행하고 싶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소년의 말에 작은 새는 함께 노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흑암 속에서 부르는 노래는 파동이 되어 정원으로 흐릅니다.
나무들도 깨어나고 동물들도 깨어납니다.
결국 햇살이 반짝이는 아침이 새롭게 열립니다.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폐허 속에서도 울려퍼지는 노래가 있습니다.
쓰러져 있는 거인에게도 햇살이 스며듭니다.

거인과 소년과 새와 동물들은 폐허가 된 정원 안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날이에요."
"정말 그렇구나. 이대로 아름다운 날이구나."

3. 거인은 세상이 끝날 것처럼, 자기 인생이 이미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끝은 아니었습니다.
정원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꾸던 거인에게,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었습니다.
그런 대로 좋았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거인은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실패하고 낙망하고 좌절하고 추락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요.
내일은 내일 해가 뜬다는 것을요.
죽은 것 같은 가지에 새 잎이 돋고, 황폐화된 땅에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날 것입니다.

나 스스로 하지 못하는 때가 되면, 다른 누군가가 일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아름다운 일 아니겠습니까?
자기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 가지고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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