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멋진 날 웅진 우리그림책 25
고정순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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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네 사람 모두가 아는 단짝 친구" 할아버지와 토깽이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서먹함은 할아버지가 토끼를 토깽이라고 이름 지어 준 시점에서 얼음 녹 듯이 녹아버리죠.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참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최근에 저희 집에도 토끼가 들어왔어요.
막내의 애착인형인데, 막내 이름 뒷자를 넣어서 '토온'이라고 지었어요.
토온이라고 부르는데, 빨리 발음하면 '토니'가 되지요.ㅎㅎ

막내에게 '토온이 사랑해' 해보라고 하면, 토온이를 꼭 껴안아 줍니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토깽이와 할아버지만큼 사랑스럽습니다.
막내가 가끔 토온이를 막 던지는 건 비~~밀!

저희 집 식물들도 처음에 몇 개 있을 땐 이름을 불러줬어요.
홍콩야자는 '홍야', 아몬드페페랑 줄리아페페는 합쳐서 '몬드리아', 이런 식으로 불렀는데, 식물이 많아지면서 이름을 짓는 것도 불가능하고, 기억의 한계 때문에 더 이상 이름을 짓지 못했네요.
그나마 불렀던 이름도 다 까먹고요.ㅠㅠ

매일 물을 뿌리고, 하나하나 살펴봐요.
하지만 이름을 부르지 않으니 이름을 잊어버리게 되네요.
이름은 부르라고 있는 것이니 많이 불러줘야겠어요.

2. 할아버지가 토깽이를 걱정하며 했던 일들을 보게 됩니다.
똥도 치우고, 앞에서 재롱도 피우고, 먹을 것도 갖다주고, 환하게 웃으며 손 내밀어 주었지요.

토깽이라고 이름 부르기 전에, 여러 모습으로 마음을 써 준 것이 토깽이의 마음을 녹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가 자기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준 그때, 토깽이는 마음이 확 열렸을 겁니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관계가 쌓여야겠지요.
할머니의 잔소리에도 토깽이를 지켜주는 방패 같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또갱이 사랑은 한이 없네요.

3. 토끼와 춤추고 있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할아버지가 토끼 옷을 입고 있고, 토끼와 손을 잡고 있지요.
할아버지는 사람으로서 토끼의 주인이 아니라 토끼처럼 되어 버렸어요.

토끼의 마음을 이해하고, 토끼와 같이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감동입니다.

할아버지와 토끼가 바둑을 두고 있는 장면에서는 토끼가 아홉 마리나 등장합니다.
할아버지의 세상은 이제 토깽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데요.

4. 둘이 처음 만나서 아홉 해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토깽이가 영영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는데, 외롭게 혼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참 처량합니다.

할아버지는 가끔 달을 보면서 토깽이를 생각합니다.

"옥상 가득 달빛이 내리면
할아버지와 토깽이는 오래도록 함께 있었어."

커다란 토깽이가 할아버지의 어깨에 팔을 얹고 바라보는 모습이 따스합니다.
토깽이는 그토록 크게, 할아버지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후로도 오랫동안 말이죠.

할아버지와 토깽이가 함께한 모든 날이 "최고 멋진 날"이겠죠?

* 혹시 이 모습들을 지켜보던 작가님을 그림책 속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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