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작은 곰자리 49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작가의 성장담이라서 그런지 더욱 뭉클합니다.
아들의 말더듬에 대해 이 아빠처럼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강물은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 치고 굽이치다가 부딪"힙니다.

소년은 강물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강물처럼 말한다는 것을 되새깁니다.
강물이 더듬거리듯이 소년도 더듬거립니다.

소년의 더듬거림을 대하는 친구들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소년 자신의 태도는 바뀝니다.
발표 시간에 소년은 용기를 내어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그 강에 대해 말했습니다.

주근깨가 있는 소년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습니다.
노을 속을 흘러가는 강물처럼요.

2. 제 학창시절이 생각납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온몸을 떨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럴 때가 있죠.

다른 사람들은 말도 참 잘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떨릴까 하고 고민했습니다.
떨리는 것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아무도 모르게 용기를 냅니다.

나이 35살에 대학원에 들어가 첫 발표를 하는데, 너무 떨려서 발표를 하러 나가기 전부터 힘들었습니다.

'심장아! 나대지마! 다리야! 너도'

처음부터 떨린다고 고백했습니다.
3분의 시간.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끝까지 떨면서 발표를 했고, 빨개진 얼굴로 자리에 돌아왔죠.

그때 이후로는 조금 덜 떠는 것 같습니다.ㅎㅎ

누군가가
'너는 자명종처럼 말한단다.'하고 말해주었으면, 좀 더 용기를 내 보았을 겁니다.

3. 작가는 강물처럼 말하는 사람이었지만, 지금 시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처럼 강물의 본류를 흐르는 물살도 있겠지만, 작가나 저처럼 강둑에 더 가깝게 흐르는 물살도 있겠죠.

가운데 흐르는 물만 있는 강물은 없어요.
어떤 강이든 서로 다른 속도로 나아가는 물살들이 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강물이 되는 겁니다.

강물은 전체적으로 보면 더듬거리며 흘러갑니다.
우리네 인생처럼, 세계의 역사처럼.

그러니 강물처럼 말해도 괜찮습니다.
무엇인가 조금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4. 말을 더듬거리는 소년의 친구들은 소년을 지켜보면서 키득거렸습니다.
소년은 발표 시간을 자꾸만 떠올리며 괴로워합니다.

다른 이들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보면서 비웃는 것처럼 비열한 일은 없습니다.
자신을 속이는 일이며, 남을 괴롭히는 일입니다.
자신의 어리석음과 비인간성을 드러내는 것이죠.

소년의 아빠는 소년의 마음에 삶의 원동력을 심어주었습니다.
소년은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를 떠올리면서, 울음을 삼키기도 하고, 용기를 내어 말을 하기도 합니다.

당당한 강물처럼
소년이 더 당당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