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에 있어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35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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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굵은 하얀색 선이 장면의 위아래를 나누고 끝도 없이 이어져 있어요.
책을 몇 권 사서 그림을 다 이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네요.

하얀 선은 공간을 나눠요.
뱀의 몸통이 그냥 원통형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되는 부분도 몇 군데 있네요.

뱀은 누군가의 우산이 되어 주기도 하고요.
늑대로부터 토끼와 새떼를 지켜주는 보호막 같은 것도 되고, 새떼로부터 생쥐를 지켜주고, 생쥐로부터 사과를 지켜주기도 합니다.
이 장면에서는 마치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뱀이 조절하는 것 같습니다.

가로로 쭉 연결된 뱀의 몸통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실체이며, 함부로 배제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2. 소년은 뱀을 세게 꼬집었습니다.
비명소리를 듣고, 뱀의 머리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뱀의 머리는 동굴 속에 있지만, 몸통은 세상 속에 있습니다.
위험이 닥치면 머리만 구멍 안으로 넣는 타조처럼, 뱀은 세상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가끔 누가 뱀을 치거나, 쓰다듬거나, 간지럽히는 것을 느끼지만, 그 존재에 대해서 전혀 모릅니다.

"아무도 여기까지 온 적 없거든.
친구도 없이 혼자 너무 오래 있었나 봐."

굴 속에 혼자 있던 뱀은 자기의 몸통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집 안에 은둔하고 있다고 해서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연결을 외면하려고 할 뿐인 거죠.

3. 연결이 되어 있는지 알아보려면, 뱀이 했던 것처럼 "톡톡" 두드려야 합니다.

도와달라고, 나 여기 있다고 하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모르지만 연결된 사람들의 무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날 겁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약한 것이 아닙니다.
자존심 상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은 누구나 도움이 필요하고, 누구나 다른 이들의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소년은 뱀에게 "둘만의 신호"에 대해 말해줍니다.
소년이 뱀을 다시 보게 되면, 뱀의 몸에 선 두 개를 그려 줄 겁니다.

"내가 여기에 있어."

나의 존재를 아는 이가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이어짐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이어져 있었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 수상작이네요.
작가는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리본'으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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