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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너머
마리도 비알 지음, 스테파니 마샬 그림, 유진희 옮김 / 계수나무 / 2018년 5월
평점 :
1.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벽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가 갈라져 있네요.
서로 잘 모르는 상황에서 상대편은 나쁘다고 배우고 경계를 했어요.
한 아이가 벽에 구멍을 뚫고 아이들이 먼저 교류하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은 그동안 배웠던 것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지요.
아이들이 같이 있으니, 누가 이쪽 마을 아이인지 저쪽 마을 아이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누가 착한지 나쁜지도 구분할 수 없었고요.
무너진 벽을 두고 아이들은 웃었고, 어른들은 울었어요.
"도대체 우리 아이들이 뭘 한 거죠?"
어른들의 말에 아이들이 왜 울고 있냐 물으면서 말합니다.
"여기에 나쁜 사람들은 없어요.
우리는 다르지 않아요."
서로를 보고 있자니 많이 닮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벽을 완전히 허물었어요.
벽을 허무는 데 있어 서로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 같네요.
그걸 아는 게 중요하죠.
2. "Knowledge is the beginning..."
다큐멘터리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에 나오는 말입니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인 분쟁 지역인 팔레스타인의 임시 수도 라말라에서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이 오케스트라는 괴테의 동서양 화합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애썼던 바렌보임과 고 에드워드 사이드의 프로젝트였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우리나라 임진각에 와서도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이스라엘과 중동의 젊은이들이 오케스트라에 모여 음악을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다루어진 다큐를 보면서, 서로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화해의 시작이었죠.
이스라엘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고, 그 사람들을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도 어렸을 때부터 북한 사람들을 늑대로 이야기하며, 무조건 나쁜 사람들이라고 교육받았죠.
진짜 위험한 존재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영화 '고지전'에서는, 가상의 무대 애록고지에서 고지 탈환을 위해 싸움을 벌이는 남북한 군인들의 모습을 비극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양측은 반복되는 고지전 속에서 서로를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자기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깨달음은, 전쟁이 아니라면 '인간 대 인간'으로 싸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평화의 메시지로 이어집니다.
애록고지는 남북한 군인들의 소통의 공간이 되었죠.
무의미한 일들의 반복은 비극으로 끝납니다.
한국과 북한의 대치는 계속되고 있죠.
팔레스타인 분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로 싸우지 않고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벽을 허물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나누며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4. 벽은 고립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 세웠던 벽으로 인해 우리도 결국 벽에 갇히게 되고 만 것이죠.
브리타 테켄트럽의 '빨간 벽'에서 나온 말이 기억납니다.
"어떤 벽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지만
대부분은 네 스스로 만들게 돼."
스스로 만든 벽에 갇혀 있는 우리.
얼마나 많은 벽을 만들었거나 만들고 있을까요?
물리적인 벽을 없애기 전에 마음의 벽을 없애야 한다는 팔레스타인 소녀의 말이 마음에 새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