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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우아니 ㅣ 곰곰그림책
비올렌 르루아 지음, 이경혜 옮김 / 곰곰 / 2021년 4월
평점 :
바람의 우아니
(비올렌 르루아/ 이경혜 옮김)
어느 날 갑자기, 산꼭대기의 신비로운 마을이 사라졌어요.
골짜기에서는 숱한 이야기들이 떠돌았죠.
한 여인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으며 자랐어요.
그래서 그녀는 그 마을을 찾아 나섰어요.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산을 올랐어요.
바위에 긁히고 눈 속에 파묻히기도 했어요.
그녀는 그렇게 산을 오르다가 길을 잃었다 싶었어요.
그때 작은 돌 하나를 발견했지요.
그리고 낯선 사람들이 그녀 앞에 서 있었어요.
그들은 그녀를 보며 말없이 웃었고, 그녀는 그들을 따라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과 어울려 지냈지요.
그들은 말 한마디, 소리 하나 내지 않았어요.
그녀가 그들에게 무언가 물어보려고 하면 그들은 가만히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그녀의 주머니에 비밀의 돌을 넣었지요.
그녀의 주머니는 점점 무거워졌어요.
보름달이 뜬 어느 저녁, 마을의 지혜로운 여인이 아이들과 그녀를 데리고 먼 곳으로 떠났어요.
새벽 무렵에 그들은 장엄한 광경 앞에 서 있었죠.
지혜로운 여인은 그들을 남겨 두고 떠났어요.
그녀와 아이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했을까요?
ㅁㅁㅁㅁㅁ
1. 그녀는 산꼭대기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어울렸어요.
그 마을 사람들은 몸짓과 눈짓만 나눠도 소통이 되는 것 같았어요.
말 한마디, 소리 하나 내지 않않죠.
그녀는 모든 게 궁금했을 거 같아요.
그럴 때마다 주어지는 비밀의 돌들로 인해 주머니가 무거워졌어요.
이들에게는 왜 말이 필요없을까요?
침묵으로도 모든 것을 소통할 수 있다면, 굳이 말이 필요 없을 거예요.
어느 정도의 관계가 되면 이런 소통이 가능하게 될까요?
이들의 삶이 복잡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일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생활에서 문자와 말이 없다면 대혼란이 올 겁니다.
2. 책 내용을 미루어 살펴보면, 사람들의 목소리가 노래처럼 울렸을 때, 세상의 모든 바람이 불어왔다고 했지요.
마을에서 사람들이 말을 하면 온갖 바람이 불어올 테니까, 마을에서는 절대 말을 하면 안될 거예요.
그들의 대화가 재앙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요즘에 뉴스를 보면, 사람들의 말로 인해서 얼마나 시끄러운지 몰라요.
그냥 좀 조용히 있으면 안 될까?
그런 말은 하나마나 한 거 아닌가?
말 꼬투리를 붙잡고 여기저기 말싸움을 하는 모습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해요.
말 많은 사람들과 말을 문제 삼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퍼뜨리며 혼란을 가중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이 산꼭대기 마을 사람들을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3. '비밀의 돌'이 잇템이네요.
무언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대답 대신 돌을 주다니...
저도 가끔 질문하는 아들에게 '먼저 생각 좀 하고 질문하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대신 무언가를 주어야겠어요.
그러면 서로 기분 상할 일 없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드니까요.
그녀는 얼른 돌아가서 자기가 보고 들은 마을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녀는 주머니에 비밀의 돌을 가득 담고서 내려가다 바람의 속삭임을 들었어요.
"여기에 비밀을 내려놓아도 된단다.
그러면 넌 아무 얘기도 할 필요가 없지.
이곳에 대해 떠도는 숱한 이야기들 위로
너는 바람처럼 날 수 있게 될 거야."
비밀을 비밀로 남기는 것이 그녀에게나 마을 사람들에게나 더 이로울 것 같네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이 때로는 버거울 수 있지만, 오히려 자신을 자유롭게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존재와 삶의 비밀을 아는 자들은 그렇지 못한 자들의 부산스러움에서 벗어나 바람처럼 자유로울 수 있을 겁니다.
진리는 구도자만 알수 있습니다.
찾는 자가 찾을 것입니다.
구하는 자가 받을 것입니다.
비밀의 돌은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주워 드는 자가 구도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4. 작은 원에서 시작된 그림책은 중간에 큰 그림들이 되었다가 다시 작은 원으로 마무리됩니다.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자연의 아주 작은 부분"(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죠.
인간 지식의 불완전함 때문에 자연을 모두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 앞에 겸비함으로 서야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처럼 우리도 한 마음으로 자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녀와 아이들이 바람 속에서 무아지경을 경험하듯이 인간은 자연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바람의 말을 알아듣듯이 우리는 물의 소리와 나무의 말과 흙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