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따위 필요 없어 특서 청소년문학 3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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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지지 않고 나아가는
십대들의 이야기!


세상에 아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자도 어렸을 때부터 자주 아팠다고 합니다. 혼자만 아팠던 것이 아니라 암 확진을 받은 쌍둥이 동생과 함께 아파 더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자연스레 아픈 사람들이 자주 마음에 들어왔고, 투병하는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세 주인공을 탄생시킵니다.

단역 배우이자 혈액암을 앓고 있는 민아는 시를 쓰고 싶었지만 아빠의 강요로 배우가 된 친구입니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동수는 자신 때문에 밤마다 몰래 우는 엄마를 지켜봅니다. 엄마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고 보살펴줄 병원으로 도피하는 혜주. 이렇게 열여섯 동갑내기들은 사랑 병원에서 만나게 됩니다.

사랑 병원의 비밀스러운 엘리베이터를 탄 세 사람은 살기 좋은 국가인 2050년의 '샤이어'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닌 간절히 원해야만 올 수 있는 모든 게 완벽한 미래 세계입니다. 꿈꾸던 혈액암 치료를, 걸을 수 있는 두 다리를, 인정받는 삶을 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문학이 금지된 세계, 기후 변화로 각종 과일들이 멸종된 세계, 가족이 해체된 세계에서 아이들은 완벽한 세계로 보이던 샤이어도 완벽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며 추적 로봇을 피해 다시 사랑 병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탁경은 작가의 신간 『소원 따위 필요 없어』는 장애, 질병, 가정 환경 등 각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세 아이들이 만나 펼치는 마법 같은 이야기 이지만, 때론 내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두려움에 지지 않고, 어떤 고통이 따르더라도 의연하게 이겨내려는 이이들의 용기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이 보여주는 그 다정한 신뢰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뜨겁게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마주 잡으면서, 하루하루 더 치열하고 뜨겁게 살아가’는 내일을 꿈꾸게 하는 희망을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더는 소원 따위 필요 없다는 것을, 소원을 간절히 비는 대신 하루하루 더 치열하고 즐겁게 살아가련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뜨겁게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마주 잡으면서.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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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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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悲事)

조선황실의 상징꽃인 자두꽃(李花이화) 문양이 은박으로 입혀진 책 표지가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덕혜옹주>의 인기에 힘입어 그녀의 오빠인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 은'과 마지막 적통 직계손 '이 구'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조국을 빼앗진 이들의 숨조차 편히 내쉴 수 없었던 암흑의 시대를 권비영 작가는 담담하게, 가슴 먹먹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서문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을 충분히 가늠하게 하는 '잃어버린 집'은 일제시대에 일어난 역사적인 일들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삶을 살아낸 황실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조선의 비극적인 역사와 개인의 비극적인 역사가 어우러져 비극의 극대화를 느끼며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속국으로 살아야 했던 아픈 역사를 곱씹어보게 해줍니다.

"나는 죽었다. 이미 오래전에 몸을 벗어버린 영혼이 홀가분하다. 누더기 같은 육신을 벗어 땅속에 묻고 바람처럼 걸릴 데 없이 자유로워진 영혼. 비로소 나는 편안하다. 까마득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고 나를 옭아매던 생각의 사슬로부터도 자유로워졌을 때 나는 비로소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차가운 땅에 묻힐 내 육신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호곡하는 이들도 잠시일 뿐, 사라지는 것 에 대한 고마움을 그 어떤 호사에 비하랴.

나를 낳아준 부모도, 나를 위로하던 사람들도, 나를 사랑하던 여인도 없다. 나는 그저 홀로 외로운 영혼일 뿐이다. 죽어서 좋은 것은 몸을 버릴 수 있음이요, 더 좋은 것은 잊힐 수 있음이라. 내 온몸을 휘감은 운명의 거미줄,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순간마다 나는 바람처럼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하여 부탁하노니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마라. 그 누구도 나를 위해 울지 말라.

나는 내가 태어난 집이 보이는 호텔의 한 방에서 이승의 끈을 놓았다.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두고 저만치 내려다 보이는 내가 태어난 집 어디쯤의 방을 바라보면서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고통스럽게 바라보아야 했던 세상이 나와 함께 물속으로 잠겨 들었다... 아득하게 세상이 멀어져 갔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서 버둥대다가 곧 고요해졌다. 순간, 그리운 얼굴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어머니, 아버지, 줄리아...나는 조금 웃었던 것 같다.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아무것도 몰라서 행복했던 그 시절.

아버지는 여전히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나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작은 키를 감추느라 늘 가슴을 내밀고 당당한 포즈를 취하려 했던 분. 나는 아버지 쪽으로 다가 가서 조용히 아버지를 안았다. 차가운 죽음의 온도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머니는 두 팔로 나를 안았다.
"그래, 사느라 고생하였다. 고해를 건너오느라 고생하였다."
어머니 마사코가 겪어온 고해를 알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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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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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견고한 각본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작가 김지혜는 성소수자 이슈가 만들어내는 균열을 쫓아 한국의 가족제도를 되짚어보며, 왜 '당연히' 결혼과 출산을 하나로 여기며 결혼 밖에서 태어난 사람을 '어쩔 수 없이'차별하는지, 우리의 인생은 왜 '당연히'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양육자가 부와 모가 아닌 가족은 왜 '어쩔 수 없이' 불행한지, 왜 성별이 같은 사람은 가족을 이룰 수 없으며, 도대체 왜 며느리는 여자여야 하는지, 그리아혀 지키고자 하는 가족은 무엇인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의심해보면서 우리가 바라는 가족이 무엇인지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1장은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를 시작으로 며느리가 남자이면 안 된다고 하는 이유를 파고듭니다. 가족각본에서 부여한 며느리의 역할이 무엇이고, 왜 하필 여성에게 그 역할을 안겼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혹시 며느리가 남자인 게 문제가 아니라, 며느리가 여자여야 하는 게 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할 여지가 많이 있는 의제입니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동성커플은 출산을 할 수 없으니 결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따라갑니다. 결혼을 하면 출산하는 게 당연하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출산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결혼과 출산의 공식을 낯설게 바라보게 합니다.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공식인지, 동성결혼과 비혼출산처럼 그 공식을 깬 후의 세상은 어떨지, 금기 너머에 있는 세상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출산을 할 수 있어도 못하게 만드는 일도 있습니다. 3장은 공문서에서 트랜스젠더의 성별을 변경하는 조건으로 불임을 강제하는 공권력에 대해 생각보게 합니다. 어떤 사람들의 출산과 출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온 역사 속에서 국가가 가족각본에 맞지 않는 이들을 추방한 잔인한 과거를 만날 수 있습니다.

4장은 동성커플이 키우는 아이는 불행할 것이라 염려하는 마음을 들여다 봅니다. 아이에겐 엄마와 아빠가 있어야 한다는 익숙한 생각을 들추어,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다는 관념과 현실을 발견하며, 사람들이 성별로 구분된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에서 성평등의 실현은 가능할지, 동성커플의 등장으로 성별분업이 해체된 가족은 어떨지 가늠해봅니다.

가족각본은 도덕적이고 규범적인 질서가 되어 한국사회가 급변하는 동안에도 면면히 유지되어왔습니다.가족각본을 일탈한 이들에게는 가족과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죄를 물으면서 혹독한 낙인과 징벌이 따르곤 했는데요, 5장에서는 특히 성교육이 가족질서를 유지하는 규율로서 작동하였음을 살펴봅니다.

6장에서는 가족각본을 공식화하고 보호하는 법제도를 다루는데요, 법이 가정하는 경직된 가족각본이 가족에 따른 불평등을 만들고, 실제로 삶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사회가 애써 지키는 가족각본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묻습니다.

마지막 7장에서는 가족각본을 넘어선 가족과 제도를 상상합니다. 성소수자도 행복한 가족생활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 건 다른 모두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돌아보면서, 헌법 제36조 제1항이 보장하는 가족생활이 모든 사람의 권리라면, 고정된 하나의 가족각본에 사람을 끼워 맞추라는 뜻은 아니지 않을까를 고민해보게 합니다.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렇기에 가족제도의 불합리함과 그로 인한 불평등은 개인의 책임이나 운으로 돌려지는데요,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우리 삶에서 가족은 당신이 누구를 떠올리든, 그 의미가 무엇이든,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붙들고있는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우선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제 우리도, 가족각본을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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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 호모사피엔스에서 트랜스휴먼까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열 가지 키워드 묻고 답하다 5
전주홍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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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배우는 일보다
생각하는 훈련이 더 필요한 시대

오늘날 생명과학은 놀랄 만큼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는데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부터 고등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생명과학이 다루는 생물 종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이 인간의 정의를 뒤흔드는 지금, 생로병사의 역사를 바꾼 결정적 질문을 되짚어 볼 만한 책이 분자생리학자인 전주홍교수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독자들을 만나줍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열 가지 주제인 출산, 유전, 마음, 질병, 장기, 감염, 통증, 소화, 노화, 실험의 키워드를 통해 인류의 생로병사가 단지 과학적 현상을 넘어 문화적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 왔는지를 의학적 전통에서 발전한 생명과학 분야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고 있습니다.

생명과학은 역사의 흐름에서 등장한 갖가지 호기심에 응답하고, 상상력을 현실 속에서 구현해 온 일련의 지적 작업으로, 인류는 유전과 발생의 비밀을 파헤쳐 지식을 축적하고 출산을 통제할 힘을 얻었고, 질병의 발생 과정을 이해하고 예방하거나 제어하는 수단도 찾아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우리는 대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미• 중 기술패권 경쟁, 기술주권 확보, 공급망 위기, 사회경제적 뉴노멀, 초불확실성, 인구절벽, 디지털 전환 등의 키워드가 언론 매체를 매일 뒤덮고 있습니다.

지금 까지 해왔던 추격 시대의 패러다임으로는 이러한 전환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 성과보다 불확실성의 관리가, 문제 해결보다 문제 규정이, 실행보다 기획 및 설계 능력이 효율적이거나 지향적이라기보다 차별적이거나 교차적인 아이디어를 더욱 절실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과학적 소양과 인문학적 소양을 균형 있게 쌓는 노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요, 이 책이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고 대전환의 시대가 요구하는 소양을 쌓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생명과학이나 의학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려는 중고등학생이나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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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보다 강아지 - 당신의 개가 하고 싶은 말 연애보다
리즈 마빈 지음, 옐레나 브리크센코바 그림, 김미나 옮김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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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개가 하고 싶은 말


개들은 천국을 향한 우리들의 연결 고리입니다.
그들은 사악함, 질투 또는 불만을 모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후 개와 함께 앉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고 평화 그 자체였던
에덴동산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밀란 쿤데라

앞발을 들어 올리기도 하고, 머리를 숙이기도 하고, 큰대(大)자로 누워 세상 편한 자세로 자기도 하고, 혀를 축 늘어뜨리기도 하면서 연신 땅을 파는 털복숭이 친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로만 못할 뿐이지 수많은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와 인간이 동거해온 역사가 무려 3만 년이라니요. 이 긴 시간 동안 서로에게 완벽한 동반자이자 최고의 친구로서 유쾌한 관계를 맺어 왔지만, 그 사이에는 여전히 오해가 남아 있습니다.

모든 개들은 성격이 다 다르고,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소통을 하며, 그들만의 통하는 언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주의를 기울이면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시작할 겁니다.

'아, 이런 의미였구나!'
알듯 모를듯 여러분의 반려견이 전해주는 몸짓, 소리, 눈빛이 전해주는 의미를 재미있는 글과 포근한 그림을 통해 확인해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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