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너에게 살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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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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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문학과지성 시인선 313
이정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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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

이정록

바람이 거세어지자, 자장면
빈 그릇을 감싸고 있던 신문지가
골목 끝으로 굴러간다. 구겨지는 대로
제 모서리를 손발 삼아 재빠르게 기어간다
웅덩이에 빠져 몸이 다 젖어버리자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온몸을 바닥에 붙인다
스미는 것의 저 아름다운 안착
하지만 수도 없이 바퀴에 치일 웅덩이는
흙탕물을 끌고 자꾸만 제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먼 반대편으로 뚫고 나가려는 웅덩이에게
흙먼지와 신문지가 달려가고
하늘이 파스처럼 달라붙는다
자신의 몸 어딘가에서 손발을 끄집어내어
허방을 짚고 나올 때까지, 삶이란 스스로
지푸라기가 되고 신문지가 되어 굴러가야만 하는 것을,
흙먼지를 밀치고, 파르르
제 몸을 들여다보는 하늘의 눈


🦋이 시가 훅 들어왔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를 오르고 김광석거리를 갔다.
오가는 차안, 나는 이정록의 <의자>시집을 읽었다.
그렇게 <웅덩이>가 내게,

시도 어느날 훅 내게 온다.

‘자신의 몸 어딘가에서 손발을 끄집어내어 허방을 짚고 나올 때까지’
처음에는 이 문장이 날 사로잡았고,
다시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신문지가, 웅덩이가
그려지듯 읽혀졌다.

내안의 웅덩이를 생각했다.
내가 만들어낸 웅덩이에는 무엇을 담고 견뎌내고 있는지,
웅덩이가 손발을 끄집어내어 허방을 짚고 나와버리고 나면
어떻게 될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시우안미정
#읽고쓰고걷는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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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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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2019


자기 일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자기를 돌보고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
힘들면 회사는 가지 않아도 된다.
나를 지키는 게 먼저다.
교과서에 안 나오고 근로계약서에도 없지만
꼭 명심하라고 다른 동준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붙잡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특성화고 학생에 대한 편견은
대개의 편견이 그러하듯 ‘잘모름’에서 생겨나고,
편견은 ‘접촉 없음’으로 강화된다.

특성화고 학생 동준이, 전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수연양,
구의역 김군, 외식업체 요리부서에서 수프끓이기 담당 김동균, 기아자동차 김군, 온도계공장에서 일하던 문송면 군이 수은 중독으로 숨졌을 때 그의 나이 고작 열다섯 살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 모든 일상 영역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다.

🌸🌸🌸🌸🌸🌸🌸🌸🌸🌸🌸🌸🌸🌸🌸🌸


어쩌면 짐작이 갔다. 충분히,
제목이 주는 무게를 굳이 감당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신간코너에서 유달리 나와 눈을 맞추려는 이 책을 사뭇 망설이다 집어들었다.

20여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이 책을 들고 나오길 참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또 한 번의 직시.를 기어코 하기로 마음먹었다.


#시우안미정
#읽고쓰고걷는여자
#은유
#알지못하는아이의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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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문학과지성 시인선 313
이정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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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 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정끝별의 해석☆
어른의 말씀을 받아 적기만 해도 시가 될 때가 많다.
주름살 사이에서 나온 말씀이기 때문이다.
짧고 두서없이 울퉁불퉁 불거져 나온 말이지만
마늘처럼 매운 맛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어머니가 무심코 던진 말씀으로부터 태어났다.

이 시가 심상찮은 것은 의자를 내놓을 데를 태연무심하게 열거하는 어머니의 품 큰 생각에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꽃과 열매와 참외밭과 호박과 망자에게도 의자를 내주어야 한다는 그 우주적인 마음 씀씀이에 있다. 공생과 배려에 기초한 이런 모성적 마음씨는 식구를 다 거둬 가며 밥을 먹여 온 삶의 연륜에서 생겨난 것이리라.

☆☆☆☆☆☆☆☆☆☆☆☆☆☆☆☆☆☆☆☆

■2연에서였다.
눈이 반짝 떠진 것은!!!

시의 시작이 너무나 평범해 방심하고 있었다.
어떤 긴장도 하지 않은 채,
시를 보고 있었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툭‘던질 수 있는 저 한마디가 시가 되었다.
꽃,
열매까지도 의자에 앉아있는 거라고
억지(?)를 부린다.

참외밭에 지푸라기를 깔고
호박에 똬리를 받친다는 부분을 읽었을
그제서야
꽃, 열매, 의자부분의 문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을 갈무리한다.
산다는 것,
의자 몇 개 내놓는 것이라고~~~~

방심으로 몰고 가다
어김없이 강타를 날리며
내 심장을 헤집고 돌아나간다.

시를 본다.
시를 읽는다.
시를 만난다.
시를 대한다.
시를 품는다.
시를 읊조린다.
시를 외운다.
시를 담는다.
시를 만진다.
시를 보듬는다.
시를........

오늘은 이 시가 날 ‘툭‘ 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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