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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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도 영경은
여전히 수환의 존재를 기억해내지 못했다.
다만 자신의 인생에서 뭔가 엄청난 것이 증발했다는
것만은 느끼고 있는 듯했다.
영경은 계속 뭔가를 찾아 두리번거렸고
다른 환자들의 병실 문을 함부로 열고 돌아다녔다.
요양원 사람들은 수환이 죽었을 때 자신들이 연락 두절인
영경에게 품었던 단단한 적의가
푹 끓인 무처럼 물러져 깊은 동정과 연민으로 바뀐 것을 느꼈다. 영경의 온전치 못한 정신이 수환을 보낼 때까지
죽을힘을 다해 견뎠다는 것을,
그리고 수환이 떠낸 후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죽어버렸다는 것을,
늙은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봄밤 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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