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오늘날 한낱 자원에 불과한 인간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를 고려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다. 다음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것은 기계가 될 테고, 인간은 그저 일종의 부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지난 전쟁 때에도 전쟁을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거나하는 분명한 의사를 가진 군인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개는 바람에 날려온 먼지처럼 전쟁 속으로 굴러 들어와 거친 소용돌이 속에 머무르면서마치 커다란 자루에 담긴 완두콩처럼 아무런 의지 없이 흔들리는 대로따라다닐 뿐이었다. 어쩌면 현실을 피해 전쟁 속으로 들어간 사람의 수가 전쟁 밖으로 피해 나온 사람의 수보다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 P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