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로스토프는 과학자도 아니고 현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예순넷이라는 나이를 먹은 그는, 인생이란 것은 성큼성큼 나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만큼은 현명했다. 인생은 서서히 펼쳐지는 것이다. 주어진 하나하나의 순간마다 천 번에 걸친 변화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우리의 능력은 흥하다가 이울고, 우리의 경험은 축적되며, 우리의 의견은 빙하가 녹듯 매우 느리지는 않다 해도어도 천천히 점진적으로 진화한다. 소량의 후추가 스튜를 변화시키듯, 매일매일 벌어지는 사건들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안나의 침실 문이 열리고 드레스 차림의 소피야가 앞으로 걸어 나왔을 때, 백작에게는 그 순간이 바로 소피야가 성년의 문턱을 넘어서는 시점이었다. 경계의 한쪽에는 백작에게서 우정과 조언을 기대하는, 몸가짐이 바르고 차분하면서도 동시에 상상력이 기발한 다섯 살, 열 살, 또는 스무 살의 소녀가 있었다. 경계의 다른 한쪽에는 자신을 제외한누구에게도 기댈 필요가 없는 분별력과 우아함을 갖춘 젊은 여성이있었다. - P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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