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바 마을 이야기
베르나르도 아차가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한편의 성장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스페인 바스크 문학! 바스크 구전전통을 현대문학으로 재창조한 문제작이라는 카피가 눈길을 끌었다.

 

잊혀져 가는 옛언어를 책으로 묶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옛언어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알 수 없다. 물론 번역된 책이니까.

우리나라 구전설화도 각 지방마다 방언이 다르고 내용은 비슷하지만 빈번히 사용하는 단어나 특이한 단어들...지방 관습이 다르듯 분명 외국도 그럴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한국의 정서인 한(恨)을 영어로 표현하기 무척 어렵고, 표현한다 한들 그 느낌이나 감흥이 과연 다른 문화권에서 우리만큼 받아들여질지 의문인 것처럼 이 책 역시 우리가 스페인어를 모르는 한, 더욱이 소수민족의 자치언어로 사용되었다는 옛 스페인 토착어를 모르는 한 그들의 독특한 정서를 알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책을 읽다보면 간간히 나오는 오바바의 거리, 집, 가구, 풍경, 마을 사람들의 성품 등을 통해 스페인의 옛정취를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서 무척 재미있었다.

 

기독교, 구교와 깊은 연관이 있는 스페인 문화답게 이 책 내용의 전체는 그런 영향 아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구전문화의 정서와 권선징악이나 삶의 애환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풀어가는 방법은 사뭇 다르다.

 

그러나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에 대한 이해, 미지의 문화에 대한 상상, 어른의 눈으로 아이 혹은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 등은 세계 공통인 것 같다.

책의 두께에 비해 글자 크기가 작지 않아서 읽는 내내 덜 피곤했던 것도 내게는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설화나 전설이라기 보다는 현대소설로 재해석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놓지 않고 읽는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끝으로 번역자의 섬세한(?) 번역에도 놀라웠다. 물론 내가 원서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매우 꼼꼼하고 세세한 번역이 겹치거나 원어를 설명하려 군더덕이를 덧대지 않았다는 냄새가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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