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의 힘 -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김동기 지음 / 아카넷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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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한은 자신의 책에서 시파워를 결정짓는 여섯 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지리적 위치, 천연자원 및 기후 등 물리적 환경, 영토의 크기, 인구, 국민성, 정부의 성격 등이 그 것이다. - P21

요컨대 마한은 해군 육성과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운명을 결합했다. 미국의 생산이 확대되면 생산물의 교역이 필요하고 이어서 상품 운송을 위한 해운이 필요하며 그 해운을 확대하고 보호하기 위한 거점과 해군 기지로서 식민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한의 이론은 석탄, 철강, 제련, 중공업, 화학 등 새롭게 발전하는 근대 산업을 위한 전략을 당시 신흥 산업국가인 미국의 엘리트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신흥 강국 및 일본의 지배층도 이 책에 열광했다. - P25

제 1차 세계대전은 독일이 슬라브 국가들을 복속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독일은 시장을 확대하고 원료와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슬라브권 정복에 나섰다. 독일의 빠른 인구 증가도 큰 몫을 했다. 독일인의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독일인은 지구상에서 가장 활력 있는 민족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현재 무질서한 독일에 또 하나의 무자비한 조직이 등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독일이 쉽게 부흥하지 못하리라고 예단하는 것은 경제적 흥망의 조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산력이며 독일은 그 잠재력을 갖고 있다. 독일에 징벌을 가하더라도 그 징벌은 오히려 독일인을 분발하게 할 뿐이다. - P65

국가라는 ‘공간 유기체‘는 토지에 확고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국가의 성격은 그 영토의 성격과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공간 유기체인 국가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영토 확장을 통해 힘을 강화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모든 국가는 이렇게 성장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쇠락하여 소멸할 수밖에 없다. 라첼은 다윈의 적자생존을 ‘공간을 위한 투쟁‘으로 해석했다. 라첼은 인구 증가 문제를 인식했지만 맬서스와 다른 결론에 이른다. 인구 증가는 국가의 활력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것이다. 토지 확보를 위한 팽창은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라첼은 해외 식민지를 확보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국가들 사이에는 지배하는 국가와 복종하는 국가만 존재한다. - P89

그는 중국이 아시아지중해 연안 해안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는 큰 랜드파워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파워의 잠재력은 중국이 일본보다 훨씬 크며 유라시아 대륙 앞바다의 작은 섬인 패전국 일본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근대화와 군사화를 이룬 4억의 인구수를 가진 중국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게도 위협이 된다. 중국은 아시아지중해 연안에서 내해까지 광범위하게 지배하는 대륙 크기의 국가가 된다. - P128

중국이 경제적으로 강해지면 정치적 영향력도 커진다. 그리고 이 해역이 영국, 미국, 일본의 시파워가 아니라 중국의 에어파워에 의해 지배되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전후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일본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될 것이라고 통찰했다. - P129

지정학은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현실적 국익이었다. 우리가 지정학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정작 강대국들은 현실적 이익을 위해 전략을 구사하는데 왜 한반도는 현실적 이익이 아닌 이념적 반목과 역사적 질곡에 갇혀 있는가? 이제는 한반도도 냉철하게 한반도에게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그 이익을 위해 남북한이 관계를 맺고, 나아가 다른 국가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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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위로 - 점과 선으로 헤아려본 상실의 조각들
마이클 프레임 지음, 이한음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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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남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아는 문제가 아니다. 공감은 자신이 남의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느낄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다. - P89

우리는 남의 지옥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남의 상황에 처한다면 자신이 어떤 지옥에 빠질지 상상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비탄을 사려 깊게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쓸 수 있는 방법이다. 공감이 없다면, 비탄은 우리 자신의 머리 안에 갇히게 된다. 또 계속 비탄에 잠긴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머리가 비탄에 갇혀 있다고 할 수 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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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비비언 고닉 지음, 서제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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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리를 내려다본다. 내 삶이 짐 끄는 말의 삶과 같다는 걸 깨닫는다. 마구를 걸치고 있기만 하면 나는 걸음을 놓치는 일 없이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디딜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가 균형을 깨뜨리면 나는 또다시 목에 걸린 형편의 무게를, 그 밑에서 스스로 똑바로 걷는 법을 익혀야 했던 짐의 무게를 느낀다. - P16

친구 관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찬 상태여야 만날 수 있는 관계다. 첫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해물을 치운다. 두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정표에서 빈 곳이 있는지 찾는다.
나는 가끔은 로라 같고, 가끔은 레너드 같다. 어쩔 때는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성향이 바뀌기도 한다. 나는 기꺼이 로라 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 P21

외로움에서는 서걱거리는 느낌이 난다. - P76

나는 내 삶을 돌아보았고, 내가 혼자 사는 법을 배운 적이 전혀 없음을 깨달았다. 내가 배운 것들은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고통이 지나갈 때까지 누워 있고, 회피하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일이었다. 나는 익사하고 있지 않았지만 헤엄을 치고 있지도 않았다. 나는 누운 자세로 물에 뜬 채, 구조되기를 기다리며 해변에서 멀리 떠내려가고 있었다. - P77

사실은 정말로 혼자 있는 게 더 쉽다. 욕망을 불러일으키면서 그것을 해결해주려 하지 않는 존재와 함께 있는 것보다는. 그럴 때 우리는 결핍과 함께하게 되는데, 그건 어째선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 결핍은 가장 나쁜 방식으로 우리가 정말로 혼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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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우주가 산업이 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 가이드
켈리 제라디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윰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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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라이드는 물리학자 였다.)

1983년 마침내 그들은 우주비행 준비를 마쳤다. 샐리 라이드 (Sally Ride)가 새로운 우주왕복선 챌런저의 탑승자 명단에 합류하면서 우주 탐사를 떠날 최초의 미국 여성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샐리가 과학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미국 언론은 그의 성별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써내려갔다. 기자들은 그의 가족계획뿐 아니라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울어버리는지 알고 싶어 했으며 심지어 우주에서 그가 입을 속옷에까지 관심을 기울였다. - P48

방송인 자니 카슨을 비롯한 심야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샐리가 신발과 어울리는 손가방을 찾을 때까지 우주선 발사가 지연될 것이라는 농담을 던져 성적 고정관념을 공고히 하는데 일조했다. 팀 내에서조차 샐리는 여성이 우주비행에 참여함으로써 가져오는 변화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존재였다. 동료 공학자들은 우주선 진공 화장실 주변에 커튼을 치는가 하면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겠지만) 7일 비행에 탐폰이 100 개면 충분하냐고 큰 소리로 묻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샐리의 우주비행 참여는 미국 여성이 우주로 진출하는 기반을 닦아놓았고 ‘manned‘ 우주비행에서 ‘human‘ 우주비행으로 바뀌는 계기를 마련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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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리커버 특별판)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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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에 자세한 내용이 쓰여 있었는데, 처음 읽을 때는 그냥 지나치고 넘어갔다. 그 내용에 따르면 부드럽고 예민하며 산에 고분고분해서 한 입에 먹히는 아연도 불순물 없이 아주 순수한 경우에는 행동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럴 경우 아연은 어떤 결합도 완강히 거부한다. 여기서 우리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철학적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악에서 지켜주는 보호막 같은 순수함에 대한 찬미와, 변화를 일으켜서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불순함에 대한 찬미가 그 둘이다. 나는 메스꺼울 정도로 도덕주의적인 첫째 것을 버리고, 내 마음에 드는 둘째 것에 대해 생각하느라 꾸물거리고 있었다. 바퀴가 돌아가고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불순물이, 불순물 중의 불순물이 필요하다. 잘 알고 있듯이, 땅도 무엇을 키워내려면 그래야 한다. 불일치, 다양성, 소금과 겨자가 있어야 한다.
파시즘은 이러한 것들을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금하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너는 파시스트가 아냐. 파시스트는 모두가 똑같기를 원하는데, 너는 그렇지가 않아. 얼룩 하나 없는 미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그런 게 존재한다면 정말 혐오스러울 것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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