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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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의 나약한 종이 스스로의 운명, 그리고 지구에 사는 모든 종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능력을 자기도 모르게 획득했다.˝ (P.32)

종들이 사라지는 데는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그 과정을 끝까지 추적하다 보면 늘 동일한 범인인 "일개의 나약한 종"을 만나게 된다. - P45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인간과 다른 생물을 구별하지 않았다. 그와 그의 동시대인들도 이 동등성이 다윈의 이론이 가진 가장 급진적인 측면임을 알고 있었다. 인간도 다른 종들과 똑같이 오래전에 살았던 선조의 변형된 후손이다. 언어, 지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처럼 인간을 차별화하는 듯한 특징도 더 긴 부리나 더 날카로운 앞니 같은 다른 적응적 형질과 동등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어느 다윈 전기 작가가 말했듯이, 다윈 이론의 핵심에는 "인간의 특권적 지위에 대한 부정"이 존재한다. - P113

해양 산성화가 왜 그렇게 위험하냐는 질문에 답을 하기란 어려운데, 위험한 이유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체내의 화학적 변화를 조절하는 생물 유기체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산성화는 대사 작용, 효소 활성도, 단백질 기능 등 기본적인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략)
수많은 잠재적 영향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석회화 생물calcifier이 입게 될 피해다. (석회화 생물이란 광물 탄산 칼슘으로 껍데기나 외골격, 식물의 경우 일종의 내부 뼈대를 형성하는 모든 생물을 일컫는다.) - P182

이 지역을 연구해 온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못해도 수백 년 전부터 카스텔로 아라고네세의 분출공이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고 한다. 더 낮은 pH조건에 적응할 수 있는 홍합, 따개비, 용골 벌레가 있었다면 이미 그렇게 했을 만한 시간이다. 홀스펜서가 말했다. "수 세대를 거듭하는 동안 적응해보려고 했겠지요. 그런데도 살아남지 못한 겁니다." - P184

전 호주 해양과학연구소 수석 과학자 J.E.N.베론은 산호초의 운명에 관해 이렇게 썼다. "수십 년 전에는 산호초에게 수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연구자로서 가장 생산적이었던 시절 대부분을 경이로운 해저의 풍요로움 속에서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겸허히 여기며 우리 자녀의 자녀 세대는 그러한 바다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단연코 확신한다." - P204

네안데르탈인은 10만 년 넘게 유럽에 살았지만, 그 기간 동안 주변 환경에 다른 대형 척추동물들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인간이 그곳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네안데르탈인이 야생말, 털코뿔소와 함께 여전히 살고 있으리라고 생각할 무수한 근거가 있다. 기호와 상징으로 세계를 재현하는 능력은 세계를 변화시킬 능력을 수반하며, 그것은 곧 세계를 파괴할 능력이 된다. 우리를 네안데르탈인과 구별하는 것은 아주 작은 유전적 변이지만, 그것은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 P359

오르도비스기 말에는 빙하의 발달이, 페름기 말에는 지구 온난화와 해양의 화학적 변화가, 백악기 말에는 소행성 충돌이 멸종을 초래했다. 현재의 멸종은 완전히 새로운 원인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소행성이나 대규모 화살 폭발이 아니라 "일개의 나약한 종"이다. 월터 앨버레즈가 말했듯이, "우리는 바로 지금 인간이 대량 멸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 P369

진화의 제약에서 해방되기는 했어도 인류는 여전히 지구의 생물학적, 지구 화학적 시스템에 의존한다. 그런데 열대 우림을 베어내고 대기의 화학적 구성을 바꾸고 바다를 산성화하는 등 이러한 시스템을 교란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중략) 대량 멸종은 약자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강자도 무너뜨린다. (P.371-372)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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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피아 2023-06-17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마어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