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이스크림 :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 띵 시리즈 20
하현 지음 / 세미콜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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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여전히 가끔 일부러 체리쥬빌레를 먹어요. 내 안에 미움이 너무 많을 때. 그게 나를 해치려고 할 때. 그런 날의 퇴근길에는 분홍색 간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어쩌면 이건 어른의 맛 中) - P22

아이스팜 자두바는 과연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년 여름에도 우리는 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을까?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알 것 같다. 나만 알고 싶은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다는 것.
(나만 알고싶었는데! 中) - P65

우울한 밤에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하고 생산적인 활동은 마트 전단을 보는 것이다. 마트 전단은 지나간 날을 돌아보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다. 어제의 세일 정보가 궁금해서 전단지를 펼치는 사람은 없다. 커다란 종이 가득 빼곡하게 적혀 있는 할인 품목과 날짜별 특가 상품을 확인하는 동안 나는 오늘과 내일, 길어도 보름을 넘지 않는 가까운 미래에만 집중한다. 곧 내게 다가올 날들, 다가와 새로운 오늘이 될 날들.
(우울한 밤에는 마트 전단지를 펼치고 中) - P68

누군가 우리의 가난을 소재 삼아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면 낄낄거리며 한술 더 뜨기 바빴다. 하지만 점차 깨닫게 되었다. 서로의 가난이 아주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겨울에 유럽 여행을 떠나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의 가난과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의 가난은 동그라미와 세모처럼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즈 언니의 가난은 하겐 언니의 가난보다 절박했다.
(그럼에도 사치가 필요한 날에는 中) - P109

최선을 다해 숨기고 싶었다. 내 가난의 구체적인 모양을. 그때는 그게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사치가 필요한 날에는 中)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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