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인간

공간 인간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처음엔 “공간 인간”? 제목이 뭔가 낯설어서 끌렸고, 유현준 교수 이름 보고 ‘아, 건축 얘기겠구나’ 싶었다. 사실 건축이나 도시 이야기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재밌었다. 심지어 ‘공간’이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그냥 배경이 아니라, 진짜로 우리의 삶을 바꾸고, 생각하는 방식까지 바꿔왔다는 걸 알려준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가 생기기 전엔 부자들이 1층에 살았고, 지금은 고층이 더 비싼 이유 같은 거. 평소에 그냥 지나치던 것들이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좋았던 건, 유현준 특유의 친절한 설명 방식. 역사, 사회, 문화 얘기를 섞어가면서 공간의 진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왜 우리가 이렇게 사는가?’에 대해 공간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방식이 신선했고, 어렵지 않아서 술술 읽혔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초반에 약간 느릿하게 시작되는 느낌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사례들이 나올 때부터는 완전 몰입됐다. 읽고 나면 주변 공간을 다시 보게 된다. 진짜로.

이 책은 건축이나 도시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도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그런 사람일수록 읽고 나면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될 듯. 나처럼 평소에 ‘왜 이런 구조일까?’ 생각 한 번도 안 해봤던 사람한테 완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