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 - 그냥 게임이나 하고 싶었던 한 유저의 분투기
딜루트 지음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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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이 전부터 내 취미에 속했던 적이 없었다. 총과 칼이 난무하는 게임들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게임 조작은 어려울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나는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를 읽고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내 지레짐작일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저자는 게임 문화 안에서 여성의 존재란 무엇인지 고발한다. 여성을 여왕벌과 혜지로 나누는 문화에서 게임의 내 역할에 따라 부여되는 남성성과 여성성, 게임 커뮤니티 내 여성 품평화까지. 단순히 즐거움을 얻기 위해 게임을 시작하지만 남성과 다르게 여성은 그 안에서 ‘게이머’가 아닌 ‘여자’로 취급받는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켠 마이크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면 사람들은 일제히 그 목소리에 주목한다. 그리고 집요하게 쫓는다. 게임을 잘하면 ‘여자치고 잘하시네요’ 소리를 듣고, 게임을 못하면 ‘이래서 여자는 안되는 거야’란 근거없는 비난을 받기 일쑤다.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여성은 소위 남성문화라고 여겨지는 게임, 운동 등의 문화에서 늘 한 개인으로서 평가받지 못한다. 

이런 남성주의문화가 깨지지 않고 더욱 공고해져가는 배경엔 산업의 뒷받힘이 있다. 게임 산업 종사자들은 남성 유저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여성 캐릭터들의 노출을 장려하고, 여성 캐릭터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런 산업을 보며 다른 여성들은 ‘저 문화는 내 것이 아니구나’라 생각하며 거리를 두고 계속해 남성들만 전유하는 문화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저자와 같은 여성 유저들은 목소리를 줄이지 않는다. 더 많은 여성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게임 문화 안에 여성혐오가 이렇게 만연하다고 소리친다. 이런 목소리를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게임에 대해 지레짐작하지 않고 게임 산업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런 저런 게임을 시도해보며 여성 유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일테다. 그 시작은 책에서 저자가 추천한 게임 중 하나로 골라봐야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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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박건웅 지음, 님 웨일즈 외 원작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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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부를 하면서도 ‘김 산’이란 이름은 들어본 적 없었다. 그동안 내가 들어왔던 독립운동가의 이름들은 ‘유관순’, ‘안창호’, ‘윤봉길’ 등 뿐이었다. 그러나 <아리랑>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조국의 독립을 누구보다 바랐던 인물은 ‘김 산’이란 사람이었다. 김 산은 조선, 일본, 중국 등을 누비며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그가 당했던 고문과 겪었던 전쟁의 고통, 포기한 사랑 등은 감히 내가 공감한다고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특히 적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풀숲에 엎드려 행군하던 중 나오려던 기침을 정신을 잃을 정도로 목을 졸라서까지 참아내는 경험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그의 삶을 그린 <아리랑>은 원작이 있는 그래픽 노블이다. 그래픽 노블을 처음 읽어보는 나로선 그냥 글이 많은 만화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그의 삶에 일어난 일들이 너무나 방대해 이를 글로 읽었다면 몇 달에 걸쳐서도 다 못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래픽 노블로 읽음으로써 그의 삶과 나 사이에 있던 방대한 거리가 좀 좁아진 것을 느낀다.

사실 그가 겪은 일들이 너무나 많고, 그 안의 이념들이 책 전체에 부유해있기 때문에 그래픽 노블이 그를 다 담지 못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사건 사건들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기는 느낌도 있긴 했지만 이는 이야기의 방대한 양을 축약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책 한 권을 읽고 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전쟁이 없는 시대에, 내 조국이 있는 시대에 사는 세대의 특권임을 다시 느낀다. 이런 세대가 이런 세대를 만들어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글을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일이다.

*동녘. 서포터즈 2기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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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의 상상력 - 질병과 장애, 그 경계를 살아가는 청년의 한국 사회 관찰기
안희제 지음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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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병’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내가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애정하는 김초엽 작가님의 추천사뿐이었다. 추천사엔 ‘기다려온 사려 깊은 이야기’라 쓰여 있었다. 사려 깊은 소설을 쓰는 김초엽 작가님이 추천하는 사려 깊은 이야기는 얼마나 사려 깊은 것일까, ‘사려‘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하며 표지를 펼쳤다. 

안희제 작가의 이야기는 나 자신을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글이었다. 장애인과 통합교육을 하는 대안학교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이런 저런 장애와 관련한 글을 읽으며 어느 정도 ‘난 다른 사람과 달라’ 란 생각을 갖고 있던 나였다. 그러나 난치의 상상력 속 이야기는 저런 생각을 가졌던 찰나가 부끄러워지게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같은 세상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느낀 세상과 장애인이 느낀 세상은  큰 온도차가 있던 것이다. 나를 헉하게 만들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코로나19 참사의 수많은 기사, 비평, 칼럼에서 활용된 ‘질병’, ‘기저 질환’은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으로만 나타난다. 이어 글의 맥락에서 기저 질환은 꼭 치료해야한다는 얄팍한 이해에 놓인다. 그러나 이런 사고 방식은 질병이 완치 혹은 사망이라는 허구의 이분법에 갇혀있는 것이며 기저 질환의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 

- 텍스트를 통해 음성 지원을 할 때 ‘밥상 위에 찻잔이 있다.’ / ‘짙은 갈색의 나무로 만든 밥상 위에 커피가 담긴 하얗고 동그란 찻잔이 있다.’의 해석은 완전히 다르다. 또한 sns에서 자주 보인 7일 북커버 챌린지(부연 설명 없이 책 표지의 사진만 올리는 것) 역시 시각 장애인을 배제하는 챌린지라 볼 수 있다. 

- 리프트가 달린 버스를 만들기보다 ‘진짜 다리 갚은’ 의족을 만들어 전시하는 것에 기업이 집중하는 이유는 장애인을 ‘치료’해 사회의 정상성에 포섭시킴으로 차별 구조를 은폐하기 위함이다. 

내가 일상적으로 ‘이정도면 괜찮지 않나?’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절대 괜찮지 않은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으론 서평이 아닌 책의 전문을 모두 옮기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에도 나는 비장애인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기에 장애인의 경험을 온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순 없다. 그러나 이는 이해가 필수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저 같은 사회 공동체에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배제되는 구성원을 없애고 모두가 같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중심점을 만들고 싶은 의지, 그것이면 충분하다. 이런 담론을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꺼냈을 때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모두 공감하고 여러 대안책을 제시하는 그런 이상적인 사회가 되게끔, 이 사려 깊은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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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네임 - 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샤넬 밀러 지음, 황성원 옮김 / 동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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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가해자 앞에는 앞길이 창창한’ ‘성실한’ ‘모범생인등의 긍정적인 수식어가 붙지만, 피해자의 앞엔 술에 취해’ ‘피해자답지 않은등의 부정적인 수식어가 붙는다. 성범죄 가해자에 대해선 가해 사실엔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의 평소 행실이 어떠했는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었는지에 더욱 주목하지만, 피해자는 성희롱, 성폭행을 당한 순간부터 그의 일상과 미래는 마치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 오직 성범죄 피해자로만 프레이밍 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일상을, 미래를, 그리고 이름을 잃는다.

 

[디어 마이 네임]은 미국의 미투(me too) 운동의 시발점이 된 스탠퍼드대 성폭력 사건의 생존자 샤넬 밀러의 목소리를 담았다. 명백히 성폭력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셨고, 남학생 파티에 갔고, 당시의 기억이 없다는 사건의 발생관 무의미한 것들로 인해 샤넬 밀러의 일상은 산산조각이 되었다. 피해자가 파편화된 자신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 가해자 브록 터너는 유망한 수영선수라는 이유로 모두가 그의 미래를 안타까워하며 가해자의 일상을 자기가 나서 되찾아 주려 한다. 샤넬 밀러는 신원 보호를 위해 사용했던 에밀리 도라는 이름 뒤에서 자신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회복하려 했지만 다시 좌절했었는지, 사회에 깔린 강간 문화가 피해자에게 어떤 무력감을 안겨주는지, 언제 희망을 느꼈는지 그 모든 것들을 얘기한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에밀리 도의 피해자 의견 진술서는 한국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1부씩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현재의 강간 문화를 여실히 고발하고 있다. 샤넬 밀러가 그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그는 성폭행 피해자 에밀리 도에서 벗어나 성폭행을 당했지만 생존했고 자신의 일상을 이어나가는 사람 샤넬 밀러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김지은입니다]가 떠올랐다. 서 있는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분노와 무력감, 희망을 전하는 두 이야기. 동녘과 봄알람 두 출판사가 내 이름을 기억해라는 이름으로 콜라보를 한 것이 지금의 시국에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개인을 한 집단의 어떤 것으로 뭉그러뜨려 얘기한다는 것이 아닌, 각각의 역사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 이름을 하나씩 부르고, 위안부 생존자분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김지은, 샤넬 밀러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모두 동일한 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성범죄의 생존자들이 자신의 이름과 일상, 미래를 되찾길. 그 모든 것에서 박탈돼 성범죄의 굴레에 갇혀있을 것은 가해자면 충분하다. 

폭행은 결코 사적이지 않음에도 비난은 사적이다. - P391

역사는 당신이 소수였다고 해서, 누구도 당신을 믿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당신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보다 그건 사회가 굼떠서 당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만일 소수에 속한 사람들이 무너지지 않으면, 자신들의 진실을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은 그들의 행보에 발걸음을 맞추게 되리라. - P485

이번 생에서 당신이 안전을, 즐거움을,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음을 알기에 싸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당신의 인생이기에 싸우는 것이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했고, 지금 여기에 있다. - P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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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의 기쁨과 슬픔 - 탈모 심리 픽션 에세이
부운주 지음 / 동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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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있어 머리카락이란 평생 가지고 갈 것 같은 어떤 것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길을 걷다가 주변에서 머리가 벗겨진 할아버지나 아저씨들은 드물게나마 볼 수 있지만 2030대에서 탈모에 대한 고민을 갖는 사람은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리카락의 기쁨과 슬픔]에서 원형탈모증에서 전신 탈모증을 앓게 된 화자는 중학교 여학생이다. 방학이 되면 어떤 색으로 머리를 염색할지, 파마할지 즐겁게 떠드는 친구들 사이에서 화자의 탈모 고민은 자꾸만 움츠러들게 된다. 친구들에게 말을 해봐도 스트레스로 인한 잠깐의 머리 빠짐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거나 오히려 놀림을 받기 일쑤다. 이런 화자의 고민은 그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머리카락이 사회의 아름다움, 정상의 기준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느끼게 한다.

 

나도 머리숱이 적고 머리카락이 가는 편이라 예전부터 머리카락에 관심과 고민이 많았지만 그 생각들은 내 일상의 일부만을 스치고 지나갔을 뿐 심각한 정도까진 아니었다. 가발에 관한 얘기 역시도 항암치료를 받았던 유튜버를 구독하며 얼핏 듣긴 했지만 그 유튜버의 사례는 탈모완 거리가 있는 얘기였다. 그래서 탈모인들의 일상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한 것인데,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 그들의 고통과 고민이 느껴졌다. 6개월마다 교체를 해줘야 하는 가발은 몇백만 원을 웃돈다. 그러나 어렵게 맞춘 가발도 바람이 불거나 격한 야외활동을 할 땐 온 신경을 머리에 쏟아야 했고 친구들과 함께 가는 수학여행에서도 누군가 자신의 민머리를 볼까 두려워 잠을 잘 때도 가발을 쓰고 불편하게 자야 했다. 또한 끊임없이 머리가 다시 자랄 가능성을 생각하며 스테로이드 주사, 면역억제제, 한의원 치료, 심지어 양파를 갈아 즙을 머리에 바르기까지 하는 시도를 해야 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탈모인들의 그러한 고충을 알지 못했고 심지어 머리가 별로 안 나면 그냥 머리를 미는 게 낫지 않나?’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 무지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읽으며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머리를 한 번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0.3밀리 샤프심처럼 부서져 내리며 스르륵 손을 빠져나가고, 명확한 완치법이 없는 난치병인 탈모를 평생 지니고 갈 사람의 마음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내 무지로 인한 폭력을 누군가에게 휘두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글을 읽어 내려갔다. 200쪽 남짓한 글에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 있는 글이라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가 아프기 전에 모두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짧게 읽은 시간에 반해 탈모에 대해 생각한 시간은 점점 늘어갔다. 탈모를 나와는 다른 세계의 얘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리를 가까이 두고 바라보게 한 책이었다.

 





**동녘 서포터즈 2기로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머리카락은, 한 인간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개인적이면서도 지극히 공적인 물체가 아닐 수 없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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