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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 동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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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동녘이란 출판사를 알게 해준 책이 동녘 서포터즈의 마지막 책이 되었다. 그만큼 내게 의미가 있는 책이다. 페미니즘을 어렴풋이 알 것 같으면서도 도통 모르겠던 2017년 여름, SNS에 올라온 추천글로 이 책을 처음 접했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란 제목의 의미를 그땐 몰랐다. 불편함이란 날카로운 감정으로 내가 성장할 수 있단 것을 충분히 겪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며 좋겠습니다]는 저자 홍승은의 페미니즘 에세이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인문학 카페를 열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사회의 불편함을 나눈다. 책은 이런 생활을 하며 겪었던 불편한 경험, 연대했던 경험, 차별의 경험을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나누고자 한다. 여성 혐오 사회에서 여성은 리더가 될 수 있는지, 개인의 체력적 한계가 어떻게 성별 프레임에 씌워지는지, 왜 가정의 남성은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기분을 표출할 수 있는지 .. 태어났을 때부터 사회의 차별을 인지하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다. 차별에 계속해 노출되다 ‘이건 아닌데?’라고 인지하고 그때부터 불편함을 느끼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20대 여성이 어떻게 이 과정을 겪고 평등을 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에 나온 몇몇 담론은 그간 페미니즘 에세이에서 많이 마주쳤던 내용이라 익숙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책장을 쉽게 못 넘기고 문장을 곱씹으며 내 경험을 돌아보게 만든 부분은 내용 중간 중간에 놓인 저자의 ‘새벽의 일기’다. 아주 사적인 고민부터 가정의 문제까지 쓰인 이 부분은 에세이란 책이 아닌 남의 진솔한 일기를 읽는 듯했다. 같은 지점에 대해 고민하는 타인의 글은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단 것을 다시금 느꼈다. 페미니즘 외에도 다양한 지점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내가 보낸 1년을 되돌아보는 시기에 읽을만한 책은 ‘모든지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책이 아닌 날카롭고 가끔 날 아프게 해도 성장하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를 권유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침묵됨으로써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존재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때, 세상은 딸꾹질한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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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vs 클래식 - 대결하는 클래식 듣기의 즐거움
김문경 지음 / 동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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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엔 클래식이 녹아있는데도 사람들은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엔 어려운 용어들, 복잡한 음계, 수많은 작곡가가 있을 것이라 본다. 나 역시도 공부하거나 독서할 때 거의 항상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지만, 막상 이 곡이 누구의 곡인지, 누가 연주하는 것인지, 어떤 기법이 사용되는 지엔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계속 집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늘어가는 요즘에 클래식을 듣는 시간 역시 자연히 늘어나 클래식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감사하게도 동녘 출판사의 마지막 서평 책 중 하나로 ‘클래식 vs 클래식’을 보내주셔서 이 궁금증을 풀 수 있게 됐다. 

‘클래식 vs 클래식’은 음악 칼럼니스트 김문경 씨가 쉽게 클래식을 얘기해주는 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각 장별로 클래식의 기법, 주제 등을 잘 표현하는 2개의 곡을 정해 비교하며 책을 구성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8장 검은건반 대 흰건반]이 그인데, 이 장은 흰건반 연주가 쉬울 것으로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게 만든다. 보통 사람들은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울 때 바이엘로 입문해 체르니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샵이 가득 붙은 B 장조는 두려워하고 샵이나 플랫이 아무것도 붙지 않은 C장조의 악보에만 친숙해지게 된다. 이에 B 장조 악보의 연주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책에 소개된 쇼팽의 ‘흑건’ 연주를 보다 보면 놀랍게도 흰건반보다 연주자들이 수월하게 검은건반을 연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과를 굴리며 흑건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영상도 QR코드로 삽입돼있어서 이해가 수월했다. 

사실 독서와 시험공부가 겹쳐 속독할 수밖에 없겠다 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곳곳에 놓인 QR코드를 지나칠 수 없었다. 결국 하나하나 다 접속해 귀로 들으며 책을 읽었고, 느리긴 했지만 확실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눈으로만 읽는 게 아닌 귀로도 느껴야 하는 책이다. 시간의 여백에 틀어놓은 클래식을 더 이해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읽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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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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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색이 생각나는 책을 겨울 내음이 날 때가 돼서야 완독했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안엔 420여 쪽이란 방대한 분량에 맞게 드넓은 시와 철학의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21명의 시인과 21명의 철학자를 엮어 설명하는 이 책은 나와 같이 시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정작 시를 잘 모르고, 철학에 대해 궁금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에게 딱이었다. 구어체로 쉽게 쓰여 있어 술술 읽히기도 했다.

 

아렌트, 비트겐슈타인, 사르트르 등 내가 아는 철학자부터 메를로 퐁티, 바디우, 데리다와 같은 (내게) 새로운 철학자까지, 여러 철학자의 사상이 한국 시인들의 시와 함께 어우러지며 인생을 새롭게 보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중 내 마음에 띈 것은 여러 철학자와 시인이 언급하는 타자와 나의 관계, 그 안의 사랑이다. 정현종 시인의 두 줄짜리 시, ‘이란 시를 읽고 메를로 퐁티가 말하는 고독성을 살펴보자. 정현종 시인이 가고 싶다던 사람들 사이의 섬은 우리의 서로 다름으로 인해 나오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메를로 퐁티는 나의 경험은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건 타자를 제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만약 나의 경험이 그렇지 않을 경우, 나는 고독에 대해서조차 말할 수 없게 될 것이고, 다가갈 수 없는 타자가 있다고 선언할 수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라 말한다. 결국 내가 고독한 이유는 내가 혼자여서가 아닌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내가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가 막연히 체감하고 있는 것들을 시인들은 단어와 상징들로 우리에게 되새기고. 철학자들은 보편적 논리로 우리의 사고를 명확히 만들어준다.

 

420여 쪽이란 분량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땐 이걸 언제 다 읽나라며 막연해했다. 그러나 매일 하루에 한두 챕터씩 읽어가며 그 막연함은 내 삶을 돌이켜보는 원동력으로 바뀌게 됐다. 책의 저자가 말하듯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시인과 철학자들을 좋아할 순 없을 테다. 그러나 내가 겪었듯, 어떤 철학자의 글이나 시인의 시는 나의 고민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읽고 그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이제 철학적 시 읽기가 예전보단 두렵지 않은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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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닝 - 채식에 기웃거리는 당신에게
이라영 외 지음 / 동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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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지금일 것이고, 그 관심은 계속해 높아질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로 사람들은 자연을 지키기 위한 방식으로 채식에 기웃거리고 있다. 고기를 일주일에 한번만 먹지 않아도 한달이면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고 ..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만큼의 탄소 절약을 할 수 있으며 .. 공장식 사육을 위한 무분별한 재배를 막을 수 있고 .. 이렇게 많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선뜻 사람들은 ‘나 채식할거야’라 선언하지 못한다. 주변의 시선, 자기 검열 등이 주 이유일테다.

이때 비건을 비기닝하라며 ‘비거닝’이 말을 건다.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것이 채식이라고. 책은 ‘뭐라도 하고 싶다면’과 ‘다르게 하고 싶다면’으로 챕터를 나눠 채식에 접근한다. ‘뭐라도 하고 싶다면’엔 우리에게 익숙한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의 글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이 챕터에 수록된 글들을 읽다보면 채식에 실패해도 괜찮단 걸 알게 된다. 채식 선언을 하고 그 다음날 고기를 먹으면 (좀 많이 우울하겠지만) 어떤가. 우린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내게 희생된 목숨을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지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다르게 하고 싶다면’은 이런 채식을 시작하며 더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난 특히 이의철 저자의 글이 인상깊었다. 페스코 채식을 선언했지만 주로 먹는 음식만 먹고 인스턴트 채식에 눈독을 들이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대체육이라 불리며 주목받는 ‘비욘드미트’만을 먹으며 채식을 하는 것은 과연 유익한 방향으로 가는 것일까? 저자가 말하듯 ‘환경과 동물, 지구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활동가들이 역설적이게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자기 자신만 학대하는 격이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실패해도 괜찮다며 시작한 채식이 지속가능한 채식이 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이렇듯 비거닝은 채식을 시작하려는 사람과 채식을 지속하고 싶은 사람의 고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지속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점점 많아지기에 난 아직 지구와 동물, 인간에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받은 책이지만 도움은 내가 가장 많이 받은 듯하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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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식탁 -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
이라영 지음 / 동녘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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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든 식탁은 정치적이다. 식탁에 음식이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요리는 누가 했는지, 장은 누가 봤는지, 마트에선 누가 일하는지, 누가 식재료를 재배하는지 등 어디 한 군데라도 여성의 노동력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사회는 식탁의 존재를 터부시한다. 가정주부의 대다수는 여성이지만, 그 가정주부의 노동력은 결혼을 통해 당연히 제공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요리의 중심엔 대개 여성이 서있지만 미디어에서 주목받고 인기를 얻는 것은 남성 셰프다.

이 외의 먹는 행위도 모두 정치적이다. 여성은 먹는 음식에 따라 ‘국밥’을 먹는 개념녀, ‘파스타’를 먹는 된장녀로 구분지어지기도 하고, 강간 약물을 ‘먹여’ 여성을 ‘따먹는다’란 표현도 두루 사용된다. 예술사회학 연구자인 이라영은 이 모든 ‘먹음’에 정치적인 함의가 있다고 전제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끼는 일상에 권력이 어떻게 스며들어있는지 이 ‘정치적인 식탁’은 정말 친절하게 떠먹여준다.

목차의 ‘먹는 여자’. ‘만드는 여자’. ‘먹히는 여자’,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을 보면 이라영 연구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행위가 먹고, 먹히는 단편적인 일이 아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말하고 외치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 일상의 정치는 느끼는 감각에서 시작한다. 마음이 없는 몸은 때와 장소를 분별하지 못하고 먹는다. ‘식이’ 삶의 징표가 아니라 타인의 상처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는 순간이다. (p. 180)

-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의 권리를 생각하는 정치적인 식탁은 누구든 환대해야 한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동물적 존재에서 말하는 권리를 가진 정치적 인간으로, 나아가 타인과 온전히 관계 맺을 수 있는 사랑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구속당한 입들의 해방이 권력의 구조를 흔들 것이다. (p. 251)

먹는 일은 인간의 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연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런 필연적인 일에서조차 차별이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상의 불편함을 인식한 그 순간, 우린 더 넓은 논의의 장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 ‘정치적인 식탁’을 읽자. 일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정치적인식탁
#동녘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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