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1959년생이다.
그의 항소 이유서는 명문장으로 80년대 청춘들의 심금을 울렸고, 지하방에서 썼다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이른바 스테디 셀러가 된다.
그 간 '청춘의 독서','국가란 무엇인가' 등,꾸준한 저작 활동을 병행하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전업 작가로 돌아온 그가 작년에 한국 현대사 책을 내놓았다.
자신을 소자산 계급 출신의 자유주의자,즉 쁘띠 브루조아 리버럴로 정의하는 유시민은
태어난 해로부터 2014년까지 55년간의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역사'를 개인사의 풍경과 공명시키며 기록해 나간다.
한국 전쟁 이후의 근대화와 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국민들이 품었던 이상과 혼란,희망이 무엇이었는지를 ,그 명암이 한국 사회에 어떻게 드리웠는지를 명료하게 포착해낸다.
흥미로웠던 것은 대북 관계에서의 노태우 대통령의 정책이다.
노태우 정부는 남북 관계의 틀을 평화적으로 개선하고 옛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안정적인 외교에 주력하여 적지 않은 경제적 ,외교적 성과를 이뤄냈다.
북한을 '관리해야 할 위험'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을 이룬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역시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바탕이 된다.
역대 정부의 공과와 산업화,민주화 과정의 굵직굵직한 사건에 대한 기술과 평가도 세밀하다.
그가 피력한 견해들이 ,정확한 근거를 제공하는 통계와 다양한 사료에 기대고 있다는 것은 책이 신뢰를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충실한 텍스트를 읽다보면 겪었지만 희미해진 사건들,아직도 감동이 생생한 1987년6월의 민주 항쟁,이한열과 박종철,그 모든 것들이 입체적인 인과로 묶인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민하는 당사자"로서 썼다는,역사 교양서의 클리셰를 가볍게 비켜간 형식의 변주도 한몫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