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부 - 소금이 빚어낸 시대의 사랑,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박이선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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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길 오빠 보세요. 

아마 오빠가 이 편지를 열어볼 때쯤이면 난 이미 머나먼 이국 땅에 있겠지요. 처음엔 아버지를 얼마나 원망햇는지 몰라요. 남들처럼 고운 옷 입고 자수나 놓다가 좋은 혼처를 찾아 시집가서 부덕을 실천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내 팔자에는 그런 운수가 없나 봐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오빠를 의지했고, 나중에 오빠한테 시집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자라보니 그것도 이룰 수 없는 꿈이란 것을 알겠어요.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되질 않는군요. 날마다 차라리 도망갈까, 그냥 치마를 뒤집어 쓰고 물에 빠져 죽을까 별 궁리를 다 하였지만 내 한 몸 편할 순 없었어요. 그렇게 하면 아버지가 당할 고초가 얼마나 클까 생각하고는 순응하기로 했답니다. 

오빠, 어디에 계시더라도 건강하세요. 나중에 내가 무사히 돌아오면 인사드릴 테니 저의 무운을 빌어주세요. - 숙영 올림. 



꾹꾹 늘러쓴 글자에 숙영의 눈물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염길은 가여운 생각이 들어 가슴에 무엇이 얹힌 듯 답답하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왜 댕기 머리 흔들며 이곳 모릿등에서 게를 잡고 소금 가마를 지키며 살아온 숙영을 전쟁터로 끌고 갔단 말인가. 우리가 일으킨 전쟁도 아니고 아무런 대의가 없는 전쟁 아닌가. 염길은 지금껏 일본에 대하여 남들처럼 대단한 적대감을 가져본 일도 없고, 조선의 독립이 꼭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숙영과 필석의 불행한 운명을 바라보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 형언치 못할 분노와 적개심이 솟구쳤다. (P. 276~277)



숙영의 편지를 읽는데 눈물이 났다. 좋아하는 동네 오빠 염길을 마음에 품었지만 자신을 위안부로 팔아야 했던 아버지를 끝까지 외면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모습! 


그 속에서 염길은 분노를 느낀다!



국일여관이라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여관의 딸인 아케미와 염길은 사랑에 빠진다. 


아케미가 더 적극적으로 염길을 사모하고 함께하려고 하는 모습 속에서 결말이 예정되 있는 듯 해서 더 슬프게 다가왔다. 



일본의 만행으로 많은 조선인들이 죽고 징집되고 위안부로 가고 전쟁 속에서 많은 희생을 했기 때문에 좋은 마음을 가질 수 없지만 35년이라는 시간동안 조선에서 터를 잡고 살던 일본인들이 광복이 되어 일본으로 쫓겨가는 과정을 보니 그 또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고 일제강점기와 같은 상황을 또 경험하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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