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 언니 - 반양장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날 TV 뉴스 화면은 살아서 도망치는오리들을  쌀 포대에 퍼담았고, 그 출구없는 삶앞에서 권정생의 몽실은 사방으로 꽉 막힌 삶의 빗장을 풀었다. 죽을 만큼의 고통으로...

그 곳에는 “냉이 꽃이 하얗게 자북 자북 피어있었고,
어린 몽실은 어머니 손을 잡고 어디론가 바삐 걸음을 떼고 있엇다 
팍팍한 삶이나 좀 부릴 수 있을 까 해서 몽실 어머니가 어린 몽실을 데리고  다른 사람에게도망치듯 떠나는 골목길 풍경이다.
엉덩이를 온통 누덕누덕 기워 입은 진짜아버지 대신 얼굴빛이 검고 기운이 세 보이는 새아버지를 만나는 순간 무서워서 울지도 못했다
굶지 않기 위해서 딸려온 새 아버지 집에서 몽실은 온갖 잔 심부름을 다해야 했으니 심지어 밥을 먹는 순간까지도 그랬다
이런 식으로 그 곳 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하루하루를 견뎌가는 중에 결국 다리하나를 못쓰게 되는 사고를 당한다.
그러면서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해 보지 못하는 눈치꾸러기로 산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데서는 그동안 얼었던 마음만은 녹일 수 있었던 어머니를 그나마 빼앗겨 버리는 혹독한 분리의 순간이 온다
이제는 춥고 배 고푼 데다 어머니보지 못하는 그리움으로 괴로워한다
다시 만난 친아버지는 보는 순간 “가슴속이 싸늘한 바람이 일으켰다”
그것은 어린 몽실이가 호구지책을 해결해야하는 것이며 세상의 매운 칼바람을 아버지대신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짧은 기간동한 함께했던 새어머니와는 서로 의지가 되어 삭풍만 몰아치던 소설 속 풍경을 훈훈하게 녹이더니, 그 새 어머니마저 뒷동산에 묻으며 벗어버릴 수 없는 무거운 짐 하나를 더 얻었다.
혼자의 목숨도 보장 못 할 전쟁 중에 새 어머니가 남기고 간 어린 동생이 있었다
젖을 물어 보지도 못한 불쌍한 동생을 키우기 위해 절뚝거리며 동냥젖까지 얻으러 다니는  몽실이가 된 것 이다.
그렇지 ! 삶은 아이러니다
몽실이는 이토록 무거운 등짐을 지고 있었기에 그토록 혹독한 시국에 살아남지 않았을까
기독교 신자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고난에 대한 유명한 예화 하나가 있다
썬다싱이라는 인도에 유명한 기독교전도자가 있었다
어느날 동료 한 사람과 눈덮힌 히말라야를 넘어가게 되었다
가다가 동사직전에 놓인 사람을 목격했다 두사람은 이 사람을 어떻게 할 건지 잠
깐 의논을 하다가 의견이 맞지 않아, 뿔뿔이 헤어졌다

물론 썬다싱은 혼자서 그 사람을 들쳐 업고 희말라야을 넘어가게 되었다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온몸에서 비오듯 땀을흘렸다
이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먼저 떠난 그 사람이 꽁꽁얼린채  길바닥에 죽어있던 것이었다 결국 고난으로 썬다싱도 살고 그 사람도 살았다는 이야기다
몽실이가 이겨내야 할 수많은 고난들은 오히려 몽실이를 가진 것 하나없는 알몸뚱이 몸으로도 살아남게 했다
어쨌던 소설은 이제 종반을 향해서 치닫는데 몽실이의 고난은 아직도 끝날 줄을 모른다.
멀리서나마 그리워라도 할수 있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이어서 아버지는 다르지만 목이 매도록 보고 싶어 했던 동생들과의 생이별로 괴로워한다.
이때 우연잖게 흑인아기의 주검을 목격하게 된다 그 아기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침 뱉음을 당하고 발길로 채이고 있었다
그러나 몽실은 화냥년의 새끼라며 죽이라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그 아기의 보호자가 된다
“검정 강아지처럼 새까만 덩어리인 ”아기를 보듬어 안고 데려오는 것이다
몽실이가 주체적으로 다시 끌어안은 고난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 고난 만큼은 몽실에게서 덜어 내 주었다  아기가 몽실이 품에서 죽었으니까. 그래도 몽실을 향하여 휘몰아치는 광풍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버지가 죽었다 그리고 이젠 철저히 고아가 되었다
그리고 먹여 살려야 하는 어린 난남이가 있었다
엄마젖을 물어보지도 못한 불쌍한 난남이  몽실은 이번엔 동냥질로 목숨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양공주 금년과만난다 뒷골목 어두운 사창가 여자 금년!
둘은 서로의 존재를 짐짓 외면하는 시선으로, 한 지붕아래서 너무나 무거워 떨어뜨릴지도 모르는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다
하지만 금년은 이내 삶의 난간에서 뛰어내려버리고 혼자 남겨진 ,몽실이는 동냥질을 하며 어린 나남이를 키워낸다
그 난남이가 폐병장이 처녀가 되어 몽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설을 끝난다.

삶의 벼랑 끝을 위태롭게 오르는 절뚝발이 몽실의 뒷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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