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씨 성의 여성 호적원은 귀신처럼 형태 없이 떠돌아다녔다.
사람들은 시각과 청각에서 그녀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배제했다.
사실 이는 그녀에게 가장 이상적인 생활 상태였다. 사람들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채 배경으로 녹아들고, 거울에 비춰도 모습이나타나지 않고, 길을 걸어도 발자국이 남지 않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사라지지는 않으나 존재하지도 않는 그런 것.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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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몰려가던 학생들의 감정 속에 낭만이 없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바꿔 말하면 애국심이죠. 그것이 아름답게 학생들 가슴에 부푸는 겁니다. 일종의 영웅주의, 그런 거라고나 할까요. 따지고 보면 모호하고그러나 신비스런 것에 들뜨지 않고서는 군중이 몰려가진 않습니다. 일종의 비장미 말입니다." - P403

"저의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 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어디서 돌아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딸을 다섯 두셨어요. 큰딸은 과부, 그리고 영아 살해혐의로 경찰서까지다녀왔어요. 저는 노처녀구요. 다음 동생이 발광했어요. 집에서 키운 머슴을 사랑했죠. 그것은 허용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반대했으니까요. 그는 처녀가 아니라는 힘 때문에 아편쟁이 부자 아들에게 시집을 갔어요. 결국 그 아편쟁이 남편은 어머니와 그 머슴을 도끼로 찍었습니다. 그 가엾은 동생은 미치광이가 됐죠. 다음 동생이 이번에 죽은 거예요. 오늘 아침에 그 편지를 받았습니다." - P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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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 남편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그렇게 되진 않겠지요. 지금의 법은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하니까요.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은 어차피 공허한 십자가에불과한데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십자가라도, 적어도 감옥 안에서 등에 지고 있어야 돼요. 당신 남편을 그냥봐주면 모든 살인을 봐줘야 할 여지가 생기게 돼요. 그런 일은절대로 있어서는 안 돼요."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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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피해자와 유족의 것으로 만드는 겁니다. 예전의 재판은 재판관과 변호인, 검찰의 것이었습니다. 피해자나 유족의생생한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전혀 없었지요. 몇 명을 죽였다든지, 어떤 식으로 죽였다든지, 계획적인지 우발적인지, 그런 표면적인 부분으로 모든 것이 정해졌습니다. 그 범죄 때문에 누가 얼마나 슬퍼하고 얼마나 괴로워하느냐에 상관없이 말이지요. " - P175

"우리는 듣고 싶네. 피고에게 사형을 구형한다는 말을. 가령 사형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법정에 사형이라는 말을 울려퍼지게 하고 싶네." - P181

"유족은 단순히 복수를 하기 위해 범인의 사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한번 상상해보기 바란다. 가족이 살해당한 사람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견뎌야 하는지……. 범인이 죽는다고 해서 피해자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유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을 손에 넣으면 가슴속에 쌓인 응어리를 풀 수 있는가? 사형을 원하는 것은 그것 말고는 유족의 마음을 풀 수 있는 길이 없기때문이다. 사형을 폐지한다면, 그렇다면 그 대신 유족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묻고 싶다." - P188

"가령 사형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유족의 승리가 아니다. 유족은 그것을 통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다만필요한 순서, 당연한 절차가 끝났을 뿐이다. 사형 집행이 이루어져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겼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일도 없다. 그렇다면 사형이 아니라도 상관없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는않다. 만약 범인이 살아 있으면 ‘왜 범인이 살아 있는가? 왜 범인에게 살아 있을 권리를 주는가?‘라는 의문이 유족의 마음을끊임없이 갉아먹는다. 사형을 폐지하고 종신형을 도입하라는의견도 있지만, 유족의 감정을 털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종신형에서 범인은 살아 있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매일밥을 먹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어쩌면 취미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상상하는 것은 유족에게 죽을 만큼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번씩 끈질기게 말하지만, 사형 판결을받는다고 유족의 마음이 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유족에게범인이 죽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흔히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말을 하는데,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범인의 죽음은 ‘속죄‘도 ‘보상‘도 아니다. 그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단순한 통과점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곳을 지났다고 해서 앞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무엇을 극복하고 어디로 가야 행복해질지는 여전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통과점마저빼앗기면 유족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형 폐지란 바로 그런것이다." - P189

"히루카와의 사형이 집행된 이후, 뭔가 달라진 게 있나요?"
나카하라는 즉시 대답했다.
"아니요. 아무것도...... 무엇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아, 그래?‘ 하고 생각했을 뿐이지요."
"그렇겠지요. 그리고 히루카와도 결국 진정한 의미의 반성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사형 판결은 그를 바꾸지 못했지요."
히라이는 약간 사시인 눈으로 나카하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사형은 무력(無)합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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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슬픈 일이지. 그렇게 환하게웃는 것은 누가 사형을 받았을 때뿐이니까. - P120

그리고 아마 사형 판결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길거리에서한 여자를 살해하고 돈을 빼앗았다...... 이 정도의 ‘가벼운 죄‘로는 사형을 받지 않는다. 그것이 이 나라의 법이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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