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저 사실 엄마가 죽고 나서 시원했습니다. 엄마가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울음이 터져 가슴을 부여잡고 우는 동시에 드디어 중독의 족쇄에서 풀려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의 죽음이 가져온 상실의 아픔보다는 죽음이 가져온 해방감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 P159
엄마를 떠올리면 슬픈데그립지는 않습니다. 27년을 중독자의 딸로 살면서 감내해온고통은 엄마와의 이별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고통도 힘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사랑도, 이런 모녀도, 이런 가족도 있는 것이겠지요. - P159
이런 엄마를 두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딱히 엄마에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그저 잠시 허탈함과 허망함이 스쳤고 타인을 생각할 여유와 시야를 허락하지 않는 중독이라는 질병이 미웠을 뿐이다. 아니 실은 엄마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것, 고작 과자 하나를 빼먹어서 엄마를 울먹이게 한 스스로가 더 미웠다. 나는 여전히엄마에게 사랑받고 싶고 칭찬과 격려를 듣고 싶은 딸이었으니까. - P241
에 울음은 더욱 거세졌었다. 한동안 자리를 비웠던 엄마는 술에서 깨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떤 사과의 말도 없이 ‘엄마‘라는 자리를 찾아나갔다. 그럴 때면 서러움보다도 그간 허기졌던 마음을 채우기 위해 엄마의 속도에 맞춰 빨리 걸었고 그렇게 서두른 마음의 속도는 체기로 남아 꽤 긴 시간 동안 나를 괴롭혔다. - P279
나는 내 부엌에 노란 프리지어를 꽂아놓고 엄마를 떠올려. 그러니까 향 맡으러 와줘요. 온김에 내 아이들도 보고요. 얼마나 많이 컸는지 몰라. 그러니까 봄바람으로 와서 아이들 이마 스치고가줘요.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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