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쇼핑을 통해 혼자 있는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났는가?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가? 옷이 정말로 우리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주는가? 오히려 기존에 옷을 구매하고자 한 본래의 이유 따윈 잊어버린 채 옷을 사는 자체에 집착하게 되진않았는가? - P90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가장 좋아하는 옷에 주름이 가지 않도록 옷장 상단에 잘 정리해두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시절 내 옷장은 엄마의 옷장처럼거대하지 않았고, 옷도 몇 벌 걸 수 없는 옷장 시늉을 낸 어린이용 옷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그때 더 행복했다. - P102
문제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대하게 되는 주객전도의 현상이다. 우리가 옷을 사는 게 아니라, 옷이 우리를 고른다. 옷장을 사서 두는 게 아니라, 옷장이 우리 집을 잡아먹는다. 기분을 좋게 하려고 샤넬백을 사는 게 아니라, 샤넬백을 사지 않아서 불행해진다. - P201
소셜미디어 속 광고 이미지는 영원히 잡을 수 없는 환상을 우리 눈앞에 들이민다. 광고를 본 소비자는 해당 광고 상품을 구입하면 이루어질 수 있을 법한 자신의 모습을 선망한다. 하지만 그것의 현실화는 끊임없이 연기된다. 옷장 앞에 서서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우리는 현재에 존재하지 못한다. ‘살빼면 입겠다.‘며 우리가 매일같이 미래를 기약하는 옷들이 현재의 우리 옷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처럼. - P204
사람들은 유행에 쉽게 휩쓸렸다가 유행이 지난 것에 금방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유행을 찾아 떠난다. 그사이 패스트패션 회사 CEO는 세계 5위까지 부호의 자리를 지키며 배를 불리고, 저임금 국가의 노동자들은 착취당하다 죽음에 이르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섬유폐기물은 지구를 덮치고 있다. - P206
패션업계에서 일부 노력하고있는 건 사실이지만, 패스트패션이 야기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만한 규모는 전혀 아니었다. ‘지구를 위한 패션‘이나 ‘에코 패션‘ 같은 표현은 마치 ‘건강에 좋은 햄‘, ‘돈을 아낄 수있는 신용카드‘,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처럼 애당초 어울릴 수없는 단어들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것만 같다. - P213
생산하는 옷도, 출시되자마자 버려지는 옷도 이렇게나 많은데, 패스트패션 업계에서 이 문제를 외면한 채 ‘친환경‘을 입에 올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생산 과정에서 원단 하나만 바꿨을 뿐 그렇게 만들어진 옷의 생애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싼값에 팔려 옷장에 머물다가, 한 계절이 지나면 금세버려져 소각장이나 개발도상국의 강산에 쌓이는 옷의 슬픈여정은 매한가지다. 페트병 티셔츠를 만들려면 각종 공정과탄소배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티셔츠가또 다시 한 계절 만에 버려진다면 결국 환경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페트병 소재도 일종의 합성섬유이기때문에 소각하거나 매립할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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