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대방이 일대일로만 맺어진 관계가 아닌, 나와 아이, 상대방과 상대방의 아이, 이렇게 2인 1조로 만나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아이를 매개로 어떤 관계보다 쉽고 빠르게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반대로 아이 때문에 어떤 관계보다도쉽게 등을 돌릴 수 있는 관계다. - P7
그때 나를 살린 구세주가 바로 조리원에서 만난 세 명의 동기들이었다. 며칠 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엄마들이 알려주는 정보는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비할 수 없는 그야말로 꿀팁이다. 하지만생생한 정보보다 내 마음을 더 든든하게 해준 것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이 시기를 함께 겪어 나가고 있다는 동질감이었다. 모두가 초보 엄마라 서툴긴 마찬가지였지만 우리는 육아의 고단함과 두려움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로했다. - P23
김 교수는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비교라고 강조한다. 아이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어제의 자신과 오늘의 자신을 비교할 수 있도록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P39
엄마들 모임에 다녀온 후 유난히 불안하고 초조해진다면, 그날따라 유난히 아이를 더 잡게 된다면 다른 엄마들과 잠시 거리를 둬야 할 때다. 비교하는 마음을 애써 감추려 해도 아이는 엄마의 심리를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식물마다 꽃이 피는 시기도 다르고, 필요한 물의 양도 다르다.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잘 자라게 한다고 물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주면 결국 뿌리가 썩어 죽고 만다. 아이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만의 고유성을 고려하지 않은남들에게 좋다는 것을 시키면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엄마의 사랑과 지지 속에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아이는 마침내 깊이 뿌리를 내려 자기만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부디 남과 비교하며 조급해하고 불안해하는 것으로 내 아이가 꽃도 피우기 전에 썩게 하는 일은 만들지 말자. - P39
사회성 발달이 덜 된 시기라 서로 장난감을 빼앗고 우는 일도잦았다. 엄마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었던 우리는 서로 감정상할 일 없도록 민첩하게 상황을 조율했는데, 그 조율이라는 게 각자 자기 아이에게 양보와 사과를 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나는 엄마들의 관계를 위해 아이들의 욕구가희생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웠다. 아직 양보의 의미를 모르는아이들에게 억지로 양보를 강요하는 건 아무래도 아닌 듯했다. - P64
너무 이른 시기부터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아이에게 양보까지 강요하며 애쓰진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은 괜찮지만 너무 잦으면 아이에겐 스트레스다. 한창 자기 것에 대한 소유욕이 넘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집에 와서 자기 장난감을 만지는 것도 싫고, 친구 입장에서도 "내 거야, 만지지 마!"라는 소리를 들으면 함께 노는 게 즐겁지 않다. 아직 함께 노는 법을 모르는 어린아이에겐 엄마들 때문에 억지로 붙어서 노는 상황이 큰 스트레스가 될 수있다. 영유아기 아이에게 친구는 ‘노는 대상이지 ‘우정을 나누는 대상‘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만 4세 반은 넘어야 친구와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놀 수 있다.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못한 아이에게 "친구한테 양보해야지"라고 말하는 것은, 아직 소유 개념도 분명하지 않은 아이에게 양보의 개념부터 가르쳐주려는 것과같다. 소유의 개념이 분명해야 양보도 배울 수 있다. 말마따나 어른 입장에는 양보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의 경계선을 침범하는 것에불과하다. - P66
이제는 중학생 아이를 키우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 가끔 아이가 어릴 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가 있어." "왜?" "안아 달라고 할 때 더 많이 안아줄걸, 놀아 달라고 할 때 더 많이 놀아줄걸. 그리고 이렇게 빨리 자랄 줄 알았더라면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요즘 이런 생각이 많이 들거든. 아이의 친구 관계나 엄마들과의 관계에 너무 많은 걱정을 쏟았던 게 가장 후회돼. 그때는 그게 전부인 것 같고, 내 아이만 혼자 남을까 봐 불안했거든. 다시 돌아간다면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대신, 내가 아이와가장 친한 친구가 될 거야." - P73
자기 신뢰감은 어떤 일도 자신의 힘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자기 존재를 믿는 마음이다. 자기 신뢰감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존재 가치에 확신이 있고,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올바르게 표현하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아서 할 수 있다. 예기치 않은 문제가생겨도 스스로 해결할 자신이 있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것이다. ‘친구들이 나를 싫어해서 초대하지 않은 것은 아닐 거야. 어떤 사정인지 물어보자.‘ - P83
『초등 자존감 수업』을 쓴 윤지영 교사는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관계를 사돈에 비유했다. 나를 내세우는 게 도움이 안 되고, 자녀끼리 틀어지면 관계도 끝난다는 점에서 사돈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아이 친구 엄마는 이해득실에 따라 인연이 이어질 수도 끝날 수도 있는 관계며, 겉으로는 친구인 듯 친구 아닌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속에서 자신의 목적과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니 ‘난이도최상에 속하는 인간관계‘라 했다. 가히 맞는 말이다. - P85
부당한 상황 앞에서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특효약이 있다. 바로 적당한 공격성을 가지는 것이다. 누가 나를 무시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라는 말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상대가 나를 공격하면 나도 상대를 공격할 줄 알아야 한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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